'박근혜 사냥' 끝나자 '고영태 삶아먹기' 돌입했나

▲ 항우(項羽. 왼쪽)와 유방(劉邦)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한고조 유방(劉邦)에게 있어서 초패왕 항우(項羽)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 표현되는 항우의 초인적인 역량은 필부(匹夫)의 능력만을 지닌 유방이 비할 바가 아니었다.


사생결단(死生決斷)의 순간, 유방 앞에는 한신(韓信)이라는 구세주가 나타났다. 유방이 항우의 주력군과 대치하는 사이 한신은 일군(一軍)을 이끌고 천하를 돌면서 항우에게 협력하던 각지 군웅들을 일거에 평정했다.


백전백패(百戰百敗)하던 유방은 비로소 감옥과도 같은 한중(漢中)을 벗어나 중원으로 진출해 항우를 조금씩 옥죄어 들어갈 수 있었다.


한신에 대한 유방의 대우는 파격적이었다. 무명(無名) 장수에 불과하던 한신을 단번에 군권(軍權)을 거머쥔 대장군으로 임명했다.


유방의 본대가 항우의 공격 앞에 괴멸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한신이 사신을 보내 자신을 제나라 가왕(假王. 임시왕)으로 봉해 줄 것을 요구하자 "사내자식이 왕 노릇을 하려면 진짜 왕을 해야지 가왕이 뭐냐"고 외치며 '진짜 왕'으로 봉했다.


한신은 초인적인 전공으로 보답했다. 단 한 번의 싸움으로 위나라를 무너뜨리고 왕을 사로잡은 것에서 시작해 그 유명한 배수진(背水陣)으로 또다시 한 번의 싸움으로 조나라를 멸망시켰다. 제나라에 이어 급기야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항우의 본대까지 평정했다.


드디어 유방은 천하(天下)의 주인이 되어 옥좌에 앉아 한(漢)나라를 건국했다. 그리고 토끼 사냥이 끝나자 사냥개를 삶기 시작했다(兎死狗烹).


한신이 초왕에 임명돼 모처럼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유방의 귀에 한신이 모반을 꾸민다는 소문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날아들었다. 그 전부터 유방은 자신에게 칼을 돌려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는 한신을 매우 경계하던 상황이었다.


유방은 즉각 남방의 운몽택(雲夢澤)으로 나들이를 나선다면서 천하제후들을 모이게 했다. 자리에 참석한 한신은 즉각 체포되는 신세가 됐다. 실로 허무한 몰락이었다.


▲ 11일 검찰에 구속된 고영태
朴 사냥이 끝나자 高를 삶아먹는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야당과 반(反)보수 성향 시민단체·언론들로부터 '의인' '내부고발자' 등으로 '칭송'받던 고영태가 11일 검찰에 돌연 체포됐다.


검찰은 고영태에게 사기 및 알선수재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고영태는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신세가 됐지만 정작 고영태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바른정당 등은 사실상 '침묵'했다.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함께 출연해 "안 의원이 3년 동안 정말 충분히 준비하고 '계획'해서 터트려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실까지 맺었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계획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각계에서 쏟아졌다. 바른정당은 '고영태 녹음파일'에서 박 전 대통령 사퇴를 목적으로 고영태와 모의한 정황이 나타난 바 있다. 안 의원은 '고영태 게이트' 연루자 중 한 명이자 고영태 측근인 노승일 씨와 최순실 은닉재산을 캔다며 어울린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 고영태과 그 측근들의 역할은 지대했다. 이들은 국회 청문회 등에서 시종일관 최순실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냈다.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국회는 이들의 증언 등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을 탄핵부터 한 뒤 특검을 앞세워 죄목을 찾는 진풍경을 벌였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정치인생 종말을 맞고 조기대선이 실시되는 즈음에, 다시 말해 고영태의 '가치'가 사라진 즈음에, 나아가 녹음파일로 인해 고영태라는 존재가 도리어 민주당 등에 위험해진 즈음에 돌연 고영태는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일각에서 받는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 민주당 등은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 등이 고영태 체포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고사가 절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예로부터 정략(政略)이 지배하고 법치(法治)가 어지러워 위법적 탄핵이 난무하는 나라는 반드시 위기를 맞았다. 가깝게는 조선 중기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백의종군(白衣從軍)에 따른 임진왜란 당시 수군(水軍) 몰살과 왜군의 국토 유린 사례가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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