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시 어기면 적폐청산 불가능, 4대강 오염되면 국민 생명 위험

▲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낙동강에 녹조 선명히 피었다. 2017년 첫 녹조띠 관측이다.(대구환경운동연합)
▲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를 완화시키기 위해 설치한 회전식 수차가 돌아가지만 녹조를 막기엔 역부족이다.(대구환경운동연합)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가뭄과 녹조현상이 가속화되면서 4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4대강의 수문을 일부 개방했지만 녹조는 더욱 심각해졌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은 “ ‘찔끔방류‘는 4대강의 녹조라떼를 더 창궐하게 만들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수문 상시개방 지시를 어디에서 ‘찔끔 개방’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는지 그 책임 소재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역점사업이었던 4대강은 이렇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 와서는 관리조차 힘든 애물단지가 되었고 물고기떼죽음, 생태계 파괴, 녹조라떼 등 환경오염의 발원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특히 녹조가 낙동강을 뒤덮고 나머지 강줄기마저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자 녹조의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수질 전문가들은 녹조의 주원인으로 체류시간(저수량/시강당 유입량)과 유속의 변화라고 보았다. 따라서 4대강 녹조 제거 방지를 위해 일부 보의 수문을 개방했지만 이 보다도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데 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4대강 사업 당시 강 수심 깊이를 4~6미터로 파는 작업을 했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이 당초 4대강을 운하로 이용할 목적이었다는 추정이 나왔다, 당시 분야별 전문가라고 자처했던 대학 교수들 조차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환경전문가들은 4대강의 강줄기 흐름 현상은 극히 자연적으로 생겨 자연의 생태 환경과도 매우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자연의 법칙을 완벽히 따르는 생물과도 같다고 보았다.

강물은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즉, 강줄기 흐름이 변화는 곳에는 역류가 발생하고 완만히 흐르는 부분에서는 강물의 속도를 높혀 스스로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또한 강바닥에서의 유속은 수심의 깊이에 반비례해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거의 정체 수준이 된다. 이 때 강물은 강바닥을 스스로 보호해 강줄기의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호 관계를 결정하는 요소는 강줄기에 흐르는 유량에 의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기에 강물의 유속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 당시 강줄기 유속을 기존의 유속으로 유지하는 것을 간과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보는 관점이 많다. 이는 강바닥을 파서 수심을 증가시켰으면 그 만큼의 강 폭을 좁혀서 최대한 기존의 유속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간과하고 진행해 화를 자초했다.

▲ 574억원 들인 파주 공릉천, 물고기 떼죽음에 악취가득한 죽음의 강으로 변하고 있다. 사진은 떼죽음 당한 물고기. (파주 환경운동연합)
▲ 오염된 공릉천의 현재(파주환경운동연합)

현재 4대강사업에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모임인 'MB씨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은 4대강 사업에 동조한 인물 259명을 4대강 사업 찬동인사로 선정해 인터넷에 올렸다. 이들 중 상당수가 유명교수와 정치인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중 가장 먼저 낙동강에서 녹조라떼보다 더 곤죽이 된 상태가 나타났다. 부랴부랴 한국수자원공사가 녹조를 완화시키기 위해 회전식 수차를 설치해 돌려보았지만 6일 오전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에 녹조띠가 선명하게 관찰되었다. 수공은 전기를 연결해 회전식 수차를 열심히 돌렸지만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동안 환경단체와 수질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수문 상시개방을 요구해 왔다. 왜냐하면 4대강의 녹조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강물의 정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강물의 유속을 만들어주는 것이 녹조 문제 해결의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녹조가 강을 뒤덮기 위해서는 수온과 영양염류(인과 질소, 쉽게 말해 오염원) 그리고 강물의 정체가 있어야 한다. 위 세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을 때 녹조가 창궐하게 되어 있다. 이는 수질학개론에도 나오는 수질 상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의 1호로 4대강사업을 호명했고, 4대강사업의 가장 심각한 폐해인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4대강 보의 상시개방을 지시했다.

이는 앞서 말한 강물의 유속을 만들어 주기위해서다, 유속이 있어야 4대강의 녹조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처장은 “해당 부처의 관계자까지 내려오면서 대통령의 지시는 반토막 났다. 그 결과 4대강 보의 ‘찔끔 방류’로 나타난 것”이라며 강하게 지적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 이에 대해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수문 개방을 결정하는 부서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수자원공사 등에는 아직까지 지난 정부의 고위관료가 그대로 남아있어 이들이 저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4대강사업에 적극 호응했던 소위 전문가들이 또다시 곡학아세하면서 거짓 논리를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수문을 활짝 열지 못하는 것이다”

왜 대통령의 지시가 해당부서에 와서 이렇게 반토막났을까? 이는 거의 항명 수준의 저항이 해당 부서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추측이 맞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적폐를 청산하고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아무리 대통령이 올바른 지시를 내린다 해도 아래에서 그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수근 처장은 “이른바 조직적인 저항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이번 찔끔 방류에도 대구 달성군의 이장협의회란 조직은 “이 가뭄에 달성보 수문을 개방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낙동강보 개방으로 농민가슴 타들어간다” 등의 현수막을 달성군 관내 곳곳에 내걸었다“고 말했다. 정 처장은 또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추경호 의원도 5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의 수문개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들의 주장과는 완전히 달랐다. 첫째 지난 6월 1일의 찔끔 방류는 해당 지역의 농업용수 사용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농어촌공사 고령달성지사의 담당자는 통화에서 달성군과 고령군의 그 어떤 양수장에서도 양수 장애 없이 양수가 잘 되고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실제 현장에 가본 정 처장은 “대구 달성군과 고령지역의 모내기 논에는 물이 철철 넘쳐났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명백히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신생정부의 적폐 척결 의지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녹색으로 변해가는 낙동강의 모습

보의 수문을 상시개방해도 취·양수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위가 떨어져 농사용 용수공급에 문제가 될 때는 양수장에 가보면 양수기가 여러 대 있다. 그 중에 급한 대로 몇 대만이라도 양수수위를 낮추어 주면 단 시간에 필요한 농업용수 공급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수문 상시개방을 해서 수위가 계속해서 떨어져 하안수위까지 떨어진다 해도 국토부에서 하안수위 개념을 기존 취수시설에서 취수가 가능한 수위라고 정의를 해두었기 때문에 농업용 양수장의 흡입관 일부만 개선하면 취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박 교수는 또 “낙동강에는 4대강사업으로 용처도 없는 6억톤이나 되는 강물을 확보해뒀다. 그 많은 강물을 확보해두고 가뭄 운운하는 것은 억지주장이 아니면 기우”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낙동강의 문제는 무엇일까? 취·양수 문제보다도 더 근본적인 안전 문제가 있다. 그것은 녹조현상으로 생긴 남조류의 맹독성 물질에 의한 식수 안전 문제다. 현재 녹조 현상은 본격화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녹조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 산란기에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 공릉천에서 때죽음을 당한 물고기들(파주환경운연합)

간질환을 유발하는 이 맹독성 물질은 끓여도 없어지지 않고, 물고기나 수생생물을 통해 인간으로 전이된다. 또 녹조가 발생한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까지 전이가 되기 때문에 이는 심각한 안전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중론이다.

따라서 녹조 문제는 단순한 심미적인 요소가 아니라, 전국민의 안전 문제와 직결이 된다. 녹조문제가 시급히 처리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대구 환경련은 6일 성명서를 내고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은 점점 썩어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심각한 녹조 현상이 그 한 예이고, 강바닥이 썩은 펄로 뒤덮이고 그 안에서는 4급수인 수질 최악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들이 득실거리는 것이 또 한 중요한 예다”면서 “국토부와 환경부, 수자원공사는 수문 상시 개방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엄중히 받아 신속히 이행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그간 부처의 이해관계와 타성으로 지난 1일의 찔끔 방류처럼 4대강 보를 유지하는 데만 급급하다면 녹조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환경련은 또 “4대강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라. 강은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녹조가 4대강을 장악해버리면 먹을물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심각한 식수난을 겪으며 나라는 또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수문 전면개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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