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12년 / 히든피겨스 / 헬프

[투데이코리아=차지연 기자] 올해 초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인종 차별 문제가 다시금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난 2월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논란 속에 ‘라라랜드’가 아닌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인종차별’ 키워드는 해마다 영화계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주제이다.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화 중 추천할만한 작품을 모아봤다.

<두 인생을 산 남자 이야기 ‘노예 12년’>

(사진제공=판씨네마)

1841년 뉴욕, 자유로운 음악 활동을 하던 솔로몬 노섭은 공연을 위해 방문한 워싱턴에서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가게 된다.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그에게 노예상은 고문으로 협박하며 ‘플랫’이라는 이름의 노예 신분으로 살 것을 종용한다. 이후 농장에 팔려간 솔로몬은 무려 12년 동안이나 주인의 협박과 고문 속에서 온갖 힘든 일을 맡게 되는데…과연 솔로몬은 농장을 탈출할 수 있을까?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노예 12년’은 자유인 신분에서 어느 날 갑자기 노예로 팔려가 두 가지 인생을 살게 된 남자의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주인공 ‘솔로몬 노섭’ 역할은 배우 치웨텔 에지오포가 맡아 연기했으며, 그가 만난 2명의 주인 역할은 각각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노예 12년’은 시종일관 잔잔한 흐름을 유지하며 한 남자의 억울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으며, 자극적인 장면 없이 그 자체만으로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결국, 작품성을 인정 받아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상 격인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솔로몬의 억울한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 미국 인종차별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영화가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천재들의 유쾌한 반란 ‘히든피겨스’>
(사진제공=20세기 폭스 코리아)

냉전시대, 수학 천재 ‘캐서린 존슨’과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엔지니어를 꿈꾸는 ‘옥타비아 스펜서’는 천부적인 능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NASA(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허드렛일을 맡으며 인종 차별을 당하기 일수이다. 심지어 그녀들은 백인 직원들과 화장실과 커피포트 조차 같이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소련(러시아)에서 또다시 로켓 발사에 성공하고, 미국 정부는 NASA에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 성공에 대한 압력을 넣기 시작한다. 그녀들은 불합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하려고 하는데….과연 그녀들의 반란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작년 개봉한 영화 ‘히든 피겨스’는 작품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이다. 북미에서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의 큰 호평을 받으며 첫 주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배우 ‘타리지 P. 헨슨(캐서린 존슨 역)’과 ‘옥타비아 스펜서(도로시 본 역)’, ‘자넬 모네(메리 잭슨 역)’가 불합리한 상황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3명의 흑인 나사 직원 역할을 맡았으며, ‘데오도르 멜피’ 감독이 연출을 맡아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대부분의 인종 차별을 다룬 영화들이 주제를 무겁게 풀어내는 것과는 달리, 인종차별 문제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목적을 잃지 않고 관객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착실하게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다. 깊이 있는 영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싶다면 영화 ‘히든 피겨스’가 최상의 선택이다.


<’글’로 부조리한 상황을 고발하다 ‘헬프’>
(사진제공=한국 소니 픽쳐스)

1963년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을 정도로 인종 차별이 일상화됐던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주에서 작가를 꿈꾸는 백인 여성 ‘스키터’만이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결국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지만, 보복 살인을 두려워한 가정부들의 협조는 쉽지 않은데…...친구들의 감시 속에서 스키터의 이상은 실현될 수 있을까?

영화 ‘헬프’는 지난 2009년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명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작가 ‘유지니아 스키터’의 실화를 담고 있다. 중산층 가정에서 부유하게 자란 주인공 ‘스키터’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부유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과는 달리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사회 변화에 앞장섰던 매력적인 여성이다.

올해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엠마스톤이 주인공 스키터 역할로 등장하며, 제시카 차스테인(셀리아 풋 역), 비올라 데이비스(에이블린 역),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힐리 역) 등이 출연했다.

영화 ‘헬프’는 ‘스키터’라는 능동적인 인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관객들은 ‘스키터’의 취재를 쫓아가며 시대를 넘어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함을 깨닫게 되고, ‘악’으로 묘사되는 스키터 친구들의 사고방식을 지켜보며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인종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헬프’는 반드시 봐야 할 필수 영화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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