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통일부를 보지 말고 국가운용 전체를 보는 안목이 있어야

<정우택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이 모습을 나타냈다. 생각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파격적이다. 개편의 스케일이 하도 커 차라리 '충격적'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위원장 이경숙)가 발표한 것을 보면 현재 18부 4처 18청 10위원회로 돼있는 중앙 행정조직이 13부 2처 17청 5위원회로 대폭 줄어든다. 장관급 자리가 무려 11개나 줄어든다.

인수위는 통일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와 해양수산부를 폐지하고 국정홍보처와 기획예산처는 다른 부서로 흡수 통합되도록 했다. 이들 부서 공무원들은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다.

청와대는 4실 8수석 2보좌관 체제가 1실 1처 7수석 체제로 바뀐다. 비서실과 경호실을 합쳐 대통령실로 통합하고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한다. 홍보수석 대신 대변인을 두기로 했다.

인수위는 이번 개편으로 공무원 7,000명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전체 행정공무원 13만 명의 5.3%가 줄어든다. 1인당 인건비를 7000만원으로 잡아 연간 4천900억 원의 예산이 절감된다는 설명이다. 정통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에는 3만9000명의 공무원이 있는데 이들이 공사로 바뀌게 되면 공무원 수는 더 줄어든다.

청와대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533명의 직원을 20%, 106명이나 줄인다. 5명중에 1명이 청와대를 떠나게 되는 셈이다. 파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개편안은 해당 부서의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 조직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다. 문제는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되는데 통과 과정에서 여·야 간에 큰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어떻게든 개편안을 통과시켜야 이명박의 작은 정부가 국민의 기대속에 출범할 수 있다. 반대로 대통합민주신당 등은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해야 그나마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세울 수 있다. 또 통폐합 대상 부서가 민주신당 등에 생존 로비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통일부 등 일부 부처가 빅딜용으로 쓰일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범여권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통일부를 살려주고 다른 부서를 예정대로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인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 만들기인지 아직 잘 모른다.

분명한 것은 빅딜이 있어서는 안되다는 것이다. 정부 조직 개편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정치 협상을 통해 뭘 넣고 빼고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조직 개편안이 마련됐으면 범여권을 설득해서 법안이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 정권을 쥘 한나라당이 그것도 못한다면 말이 되겠는가.

만에 하나 인수위나 범여권이 조직 개편안에 대해 '빅딜'을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조직개편안을 쓰레기통에 넣는 게 낫다. 정치권이 이해관계를 따지며 빅딜 운운한다면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철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일부를 두고 특히 말이 많은데 통일부도 국가 전체적인 틀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 한반도의 통일이 중요하지만 통일부가 있어야 통일이 빨리되고, 통일부가 없으면 남북관계가 어렵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외교통일부에서 그 일을 하면 얼마든지 된다.

이번 개편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는 '신이 내린 직장' 소리를 듣는 공기업과 지방 행정조직에 대해서도 과감한 개혁이 있어야 한다. 중앙 정부 조직 이상의 개편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작은 정부가 제대로 추진된다.

정치권은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버리고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보완점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반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개편방향이 자신들의 정책과 다르다고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