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닭 사육환경이 질병·진드기 야기.. 사육환경 개선 시급

▲ 살처분되는 닭들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망우보뢰(亡牛補牢)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내용이다.


중국 고서(古書)인 전국책(戰國策)에는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유사한 고사가 나온다. 전국(戰國)시대 초(楚)나라의 대신이었던 장신(莊辛)은 어느 날 임금인 양왕(襄王)에게 아뢰었다.


"전하께서 총애하시는 주후(州侯)와 하후(夏侯), 언릉군(鄢陵君) 등 네 사람은 모두 음탕하고 방종해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주범들입니다. 나라를 위해 하루속히 그들을 멀리해야 합니다"


양왕이 화만 낼 뿐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자 장신은 낙향해 시국이 돌아가는 형편을 지켜보게 해 달라고 말했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간지 5개월이 지나 진(秦)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하자 양왕은 성양(城陽)으로 망명하게 됐다.


비로소 장신의 말이 옳았음을 깨달은 양왕은 즉각 사람을 보내 장신을 다시 불러들였다. 양왕이 한탄을 늘어놓자 장신은 답했다.


"일찍이 이런 말이 있습니다. 토끼를 발견하고 사냥개를 시켜도 늦지 않은 것이고, 양이 달아난 뒤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亡羊而補牢)는 말입니다"


2017년 온 나라가 계란 때문에 들썩이고 있다. 조류독감(AI)이 휩쓸고 지나간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살충제 파동으로 서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이 수난을 겪고 있다.


닭은 인간에게 참으로 유익한 조류(鳥類)다. 매일 계란을 생산하고, 고기를 제공해준다. 닭만큼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조류는 사실상 없다.


시골풍경을 생각하면 마당에서 놀고 있는 닭들의 한가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새벽마다 아침을 알리는 수탉의 소리는 고향의 정취를 한껏 고조시킨다. 백년(百年)손님이라는 사위라도 오는 날이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한다.


노오란 병아리가 어미 날개 밑에서 나와 한가로이 볕을 쪼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가나 편안하고 고즈넉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 공장에서 대량생산돼 사육되는 오늘 날의 병아리들


이렇듯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조류인 닭이 어느샌가 계란생산 공장의 '기계' '부품'으로 바뀌고 말았다. 마음껏 뛰어놀다가 알을 품고 병아리를 키우던 시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작은 백지 한 장 크기도 안 되는 창살 속에 갇혔다. 모이는 인간에게 계란과 고기를 제공하기 위한 원자재로 전락했다.


그러던 사이 AI라는, 예전에는 일찍이 들어본 적도 없던 질병이 창궐하고 닭들이 대량학살당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원인은 철새가 옮기는 바이러스라고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철새나 닭이나 다 같은 조류인데 왜 닭만 죽고 철새는 멀쩡한 것일까?


차이는 한 가지, 철새는 활동하고 닭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철새는 끊임없이 활동한다.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갈 수 있다. 그러나 닭은 상술한대로 자유를 박탈당한다.


인간도 동물이고, 철새도 동물이고, 닭도 동물이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환경을 개선한다. 그러나 닭은 생활상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


동물은 주변환경이 악화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닭도 예외는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진드기도 마찬가지다. 앞마당에 풀어놓은 닭은 스스로 청결을 챙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닭을 이렇게 가둬두고, 한계치의 스트레스를 제공하고, 열악한 위생환경에서 키우면서 닭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다. 질병과 진드기가 발생하고 나서야 닭을 대량학살하는 망계보뢰(亡鷄補牢) 대신 사태의 원인 자체를 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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