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비용이 발목 잡는 親환경사육.. '피톤치드' 등 대안 찾아야

▲ '숲속의 보약' 피톤치드를 찾아 전남 장성 '치유의 숲'을 찾은 시민들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그러나 예전처럼 닭을 풀어놓고 기른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친환경사육'은 적잖은 비용이 소모된다. 시설비용 등으로 인해 자연히 계란 소매가는 오르게 된다.


여기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건 '피톤치드(phytoncide)'다. 1937년 러시아의 한 생화학자에 의해 발견된 피톤치드는 나무가 해충, 병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일종의 자연 항균물질이다. 살균·살충 기능은 물론 인간에게도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다.


상식이지만 나무는 움직일 수 없다. 따라서 진드기 등 해충에 매우 취약하다. 진드기가 붙기 시작하면 나무는 급격하게 쇠약해진다. 때문에 나무는 대신 피톤치드를 생성한다.


우리 국립산림과학원 등의 연구 결과 피톤치드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면역력을 올려주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안전성에 있어서도 평균 3년이면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는 인공 의약품과 달리 10년 이상 사용해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


피톤치드는 다만 높은 비용이 발목을 잡아왔지만 국내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 이같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등의 다수 연구논문에 의하면 피톤치드는 인간, 닭 등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시 체내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갖는다.


코티졸이 체내에 쌓이게 되면 불면증, 우울증을 유발하며 불면증은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 즉 치매를 야기한다. 그러나 피톤치드를 이용하면 코티졸 생성량이 급감해 면역력이 회복된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알레르기성 염증을 가진 쥐 사육장에 피톤치드를 함유한 소나무 목재를 넣었더니 4주만에 염증 유발 물질이 정상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측은 "염증 관여 인자들의 발현을 감소시켰다"며 "알레르기성 염증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제제와 유사 수준으로 염증성 인자 발현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상품화도 이미 완료돼 시중에는 '피톤치드 스프레이' '피톤치드 방향제' '피톤치드 원액' 등이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좁디 좁은 공간에 갇혀 계란만 낳는 닭의 스트레스 수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연히 면역력이 사라지고 질병과 진드기가 창궐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닭이 건강한 계란을 낳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만약 앞마당에 풀어놓은 채 기르는 닭의 수준으로 '공장 닭'들이 면역력을 갖게 된다면 수천만 마리의 닭을 한꺼번에 살처분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 피톤치드는 이러한 예산낭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국민 식탁 안전을 보장할 유일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근래의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한 미온적 대응으로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현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든 망설이지 말고 동원해야 한다. 비효율적 방안으로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면 그 많은 돈을 하수도에 그냥 내다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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