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투데이코리아 회장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TV프로그램 중에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기억납니다.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많은 변화와 이슈가 있었던 80년대 말, 그 시대 청춘들의 추억과 열정을 재현하면서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였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 드라마가 그려주었던 그 시절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은 바로 주인공들이 보여준 끈끈한 ‘정’이었습니다. 작은 집에 한 가족이 모여 살며 서로 부대끼고 먹고 자는 모습, 이웃의 대소사를 자기 일처럼 챙기고 이웃의 자식도 자기 자식처럼 아끼며 챙기는 모습, 일손이며 음식이며 서로 나누고 보태는 모습, 바로 우리의 전통인 ‘공동체 문화’입니다.
품앗이, 두레, 향약처럼 예부터 상부상조 정신에 바탕을 둔 공동체 문화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 온 ‘행복 에너지’였습니다. 70년대 농어촌을 중심으로 시작된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운동도 이러한 공동체문화가 원동력이었으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농어촌이 식량생산과 국토환경의 유지라는 산업적,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는 이유도 바로 농어촌이 이런 전통적 공동체 문화의 산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공동체 문화는 점점 우리의 일상과 멀어지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입니다. 온 가족이 모여 살던 주택 대신 빽빽한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고, 농어촌에는 젊은 청년들과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진지 오래입니다. 아파트 현관을 마주보고 있어도 이웃이 누구인지 모르고, 부모 자식 간에도 잠긴 방문을 넘는 대화가 단절되고 마음을 나누기 어려워진 것이 다반사인 시대입니다. 특히나 요즘 피를 나눈 가족 사이에도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는 놀라운 기사를 접할 때면,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면서 우리 사회의 도덕과 인간애도 조금씩 없어져 가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공동체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할 소중한 민족의 유산이자,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만드는 원천입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이며, 서로 돕고 나누면 모진 어려움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예전의 그 시절처럼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진 못하더라도 가까운 이웃 간에, 직장 동료 간에,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대화하고 화합하며 공동체 문화를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행복을 만드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어른께 인사를 드리면서 풍성한 수확의 기쁨과 함께 감사와 공경의 마음을 되새기고, 가족과 이웃 간에 우애를 다지는 한가위입니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따뜻한 공동체의 가치, 그리고 대화와 소통, 단합과 화목의 가치를 되새기는 때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필자 약력
△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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