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조 발행인
농림축산식품부가 10여 년째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외치고 있지만 수출 증가가 지지부진해 정부의 수출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08년에 2012년까지 농식품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농식품 수출액은 80억 1천만 달러에 그쳤다.

농식품부는 또 2012년 2월 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농식품 수출 확대전략’을 보고하면서 수출규모를 2010년 59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300억 달러로 확대하고, 1억 달러 이상 수출 품목을 10개(2010년)에서 50개(2020년)로 확대하며, 시장을 일본 중심에서 중국과 아세안 등으로 다변화하며, 1천만 달러 이상 수출 가능한 수출선도조직을 6개에서 50개로 늘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까지 불과 4년을 남겨둔 2016년 말 현재 농식품 수출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수출규모는 86억 3천만 달러에 불과하고, 1억 달러 이상 수출 품목은 2016년 말 현재에도 겨우 2개 품목이 늘어나 12개 품목에 불과하다.

2010년에는 1억 달러가 넘는 품목이 궐련(5억 3650만 달러), 참치(3억 7440만 달러), 설탕(2억 4210만 달러), 커피제조품(2억 590만 달러), 라면(1억 5720만 달러), 인삼(1억 2350만 달러), 소주(1억 2310만 달러), 오징어(1억 1480만 달러), 김(1억 520만 달러), 음료(1억 260만 달러) 등이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궐련(9억 8160만 달러), 참치(5억 7590만 달러), 김(3억 5330만 달러), 음료(3억 3450만 달러), 라면(2억 9040만 달러), 커피조제품(2억 5930만 달러), 설탕(1억 6830만 달러), 비스킷(1억 5230만 달러), 인삼류(1억 3350만 달러) 조제분유(1억 2150만 달러), 오징어(1억 1270만 달러), 제3맥주(1억 420만 달러) 등이다.

2010년과 비교할 때 가공식품에서 비스킷과 조제분유가 추가가 되고 소주 대신 제3맥주가 차지했을 뿐 신선식품과 수산식품에서는 새로 추가된 품목이 하나도 없다. 2020년까지 1억 달러 이상 수출 품목을 50개로 확대하려면 지금쯤 적어도 20개 품목은 달성해야 신빙성이 있는데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특히 10여 년 간의 분야별 수출 실적 추이를 보면 가공식품이 수출을 주도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농식품 수출은 신선식품(농산물)과 가공식품, 수산식품 등으로 나뉘는데 2016년 전체 농식품 수출액 86억 3천만 달러 중에서 신선식품은 10억 8백만 달러(12.51%), 가공식품은 53억 9천만 달러(62.5%), 수산식품은 21억 3천만 달러(24.7%)이다.

그런데 2008년에는 전체 농식품 수출액 44억 달러 중에서 신선식품이 6억 8천만 달러(15.45%), 가공식품이 23억 7천만 달러(53.86%), 수산식품이 14억 4천만 달러(32.73%)였다. 2008년과 비교하면 2016년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신선식품은 3.94%p 줄었고, 가공식품은 8.6%p 늘었고, 수산식품은 8.05%p나 줄었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의 농식품 수출을 주도한 것은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농식품 수출 전략은 가공식품보다는 신선식품이나 수산식품 위주로 펼쳐온 것이 사실이다. 2012년 대통령 주재 농식품 수출 확대전략 회의에서 농식품부는 ▲전략품목 중심의 ‘선택과 집중’으로 스타 품목 육성 ▲선도조직과 협의회를 중심으로 수출의 규모화와 조직화 추진 ▲수출농업으로의 체질 변화를 위해 핵심 인프라 확충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수출시장 다변화 등 네 가지의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전략은 대부분 신선식품과 수산식품의 수출 확대전략이지 가공식품 수출전략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식품과 수산식품의 수출비중은 낮아졌고 반대로 가공식품은 늘어난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농식품 수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공식품의 수출을 확대하는데 정책적 배려를 더 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수출확대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농수산물의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원료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신선식품과 수산식품 수출에만 골몰한 것이 전체 농식품 수출이 지지부진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대부분의 정책을 농업의 관점에서 세우고 있고, 게다가 식품제조업의 경우 사업자단체가 농식품부가 아닌 보건복지부에 소속되어 있어 민관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2008년 농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개편하면서부터 수출진흥팀을 별도 조직으로 운영하다가 2015년부터는 수출진흥과로 만들어 농식품 수출 진흥 업무를 전담하고 있지만 발상의 전환이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2020년 수출 300억 달러 달성 목표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밥상머리뉴스 발행인>

필자 약력
△전)경북일보 기자
△전)푸드투데이 편집국장
△전)외식경영 편집주간
△밥상머리뉴스 발행인(현)
△(주)푸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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