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내로남불이 유독 심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 단어가 나오면 일반 사람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낀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들어 고위 공직자가 지명될 때마다 내로남불이라는 풍자가 뒤따르니 국민들은 열을 받는다.

스트레스를 주는 용어가 또 있다. 캐비어 좌파다. 자신들은 값비싼 철갑상어 알을 즐겨 드시면서 입으로는 하류계층을 위하고 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1981년 집권한 프랑스 사회당 정권의 프랑수와 미테랑대통령 등 부자 좌파를 비꼰 말이다. 이런 정치인들을 영국에선 샴페인사회주의자, 독일에서는 살롱공산주의자, 미국에선 리무진리버럴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진보를 내세워 좌파 성향의 주장이나 공약으로 공직에 진출하며 돈도 많이 모은 사람들을 강남좌파라고 했다. 2005년 전북대 강준만교수가 처음 쓴 말로, 386세대의 이중적이고 자기모순적인 행태를 비꼬며 쓴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부류의 행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게 아님은 그나마 위안이다.

최근의 내로남불은 홍종학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다. 그는 평소 부의 대물림은 경제계층의 고착화를 가져오고 서민의 의욕을 꺾는다며 과도한 재산 세습을 반대해왔는데 정작 자신의 가족은 거액의 증여를 했다. 서울대가 아니면 대학교도 아니라는 막가파식의 학벌위주 발언,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자녀는 서민으로서는 엄두도 못낼 특수학교에 보내는 등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결정체요 캐비아좌파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람을 장관으로 지명한 것이다.

자신도 논문표절 의혹을 받은 김상곤교육부총리는 전정권에서 논문 표절로 다른 공직자후보를 낙마시킨적이 있다. 송영무국방은 매월 3천만원의 고액 자문료와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으로 구설에 올랐고, 김상조공정위원장도 논문자기표절 세금탈루 의혹으로 청문회에서 구설에 올랐다. 이유정헌법재판관후보자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으로 낙마했다.

고위공직자부터 다주택 팔아야

이 정부들어 청문회에 부쳐진 공직자 가운데 문재인대통령이 대선때 내세운 공직배제 5대원칙 중에서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등의 의혹을 받은 사람은 각각 9명, 논문표절이 8명이나 됐다. 김현미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8월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주택 소유자는 앞으로 불편해질 것이라며 “내년 4월까지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라면 파시는게 좋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런데 지난 10월에 나온 공직자 재산공개를 보면 청와대와 경제부처 고위 관료 세명중 한명은 다주택자였다. 그것도 3분의1은 부동산 불패신화 강남3구에 몰려있다. 그러니 내로남불이고 강남좌파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윗물은 자신들이 잔뜩 흐려놓고 아랫물은 일반 국민들에게 맑게 하라니 말발이 먹힐 리가 없다. 김현미장관 말대로라면 공직자들이 앞장서서 다주택을 처분, 결과를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다주택 중과를 하든 말든 해야 이치에 맞다고 본다.

이 정부 내로남불이 유독 심한 이유

새정부 들어 청문회를 거치며 무려 7명의 고위공직후보자가 낙마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내로남불이 없었던게 아니다. 그런데 이정부 들어 유난히 내로남불이나 캐비어좌파라는 용어가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뭔가는 박근혜정부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데서 오는 실망감이 작용하고 있다. 대선때는 공직배제 5대원칙을 강조, 깨끗하고 유능한 인재를 쓰겠다며 표를 얻어놓고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운동권 출신이 많고 시민운동을 한 인사들로 채워진 정부는 기득권 인사들과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져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뭐가 문제일까. 홍종학장관 후보자에 관한 논란에 대해 청와대 당국자가 던졌다는 발언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본다. “기자들은 쓴대로 사느냐” 물론 기자라고 까발리면 청문회 통과 어려운 사람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자는 이 사회 어느 직업종사자보다 훨씬 높은 도덕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청와대의 이런 시각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공직에 대한 도덕불감증인지, 오만인지 판단하기 힘들다.

내로남불 캐비어좌파 강남좌파의 풍자에 담긴 뜻은 다양하다. 몰염치 이중인격 체면 도덕불감증 등이 이런 용어에 함유됐다는 걸 깨닫는다면 인재를 등용하는데 훨씬 신중해질 터인데 안타깝다. “인사가 만사다”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필자 약력
△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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