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조사 중간보고 브리핑 진행

▲ 20일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광화문 kt빌딩에서 지금까지 조사에 대한 중간 브리핑을 실시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지난 10월 국감에서 제기된 ‘출판계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20일 광화문 kt빌딩에서 지난 8월 31일 공식 활동을 시작해 ‘조사신청’ 및 ‘제보’ 접수, 1차 대국민 경과보고, 분야별 현장토론회 등을 통해 지금까지 진행된 조사 결과에 대한 중간보고 성격의 기자 브리핑을 개최했다.


이날 진상조사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건수가 267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문화예술인 1012명과 문화예술단체 320곳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위가 조사한 블랙리스트 문건 수는 2008년 8월 27일 만들어진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제하의 문건부터 최근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문건까지 약 10년에 걸쳐 작성된 블랙리스트 총 12건이다.


출판계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 10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당시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이 ‘2016 초록·샘플 번역 지원사업’ 진행 과정에서 심사위원회 선정을 무시하고 특정 작가의 도서를 배제한 사실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진흥원이 해당 사업에서 심사표를 조작해 △차남들의 세계사(이기호, 민음사) △삽살개가 독에 감춘 것(정지형, 도서출판 창조의 뿔) △텔레비전 나라의 푸푸(정지형, 도서출판 창조의 뿔)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민음사) 등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밝혔다. 또한 진흥원은 ‘찾아가는 중국 도서전’을 진행하면서 위탁도서 선정 과정에서 회의록을 조작하기도 했다.


▲ 9월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문화예술계 불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한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에서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 관계자들이 이명박 정부시절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대책위의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진상조사위가 이날 공개한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는 정치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발견됐다.


진상조사위가 조사한 12건의 블랙리스트에는 2000년 ‘안티조선 지식인 선언’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각종 시국선언에 동참한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이 인사들에 대한 검열과 지원 배제 시도가 있었다고 진상조사위는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 출신 정치인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았던 충청북도, 전주시, 안산시, 성남시가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던 사실도 확인했다.


국가정보원이 영화진흥위원회에 당시 뉴스타파 PD였던 최승호 MBC 사장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에 대한 지원 배제를 요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공연 예술계의 △극단 마실 △민족미술인협회 △한국작가회의 △우리만화연대 △서울연극협회 등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이들이 선정된 사업을 폐지 혹은 중단한 사실이 확인됐다.


끝으로 진상조사위는 “청와대에 블랙리스트 문건이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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