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中 일대일로 따르겠다고 나서.. 北에는 도발중단 ‘구걸’”

▲ 19일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에서 NBC와 인터뷰 중인 문재인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외신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까지의 북한 도발 중단을 조건으로 한미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야당은 “아마추어 발상”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20일 청와대에 의하면 문 대통령은 전날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춘다면 그것은 평창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 간, 한국과 북한 간에 서로 대화할 분위기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렇게 될 경우 한미 양국도 올림픽 기간 동안 예정된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이미 나는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 이것은 오로지 북한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도발 중단을 촉구했다.


평창올림픽은 2월 9~25일, 패럴림픽은 3월 9~18일 열린다. 한미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통상 매년 3월에 진행된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연합사는 20일 입장문에서 “우리는 평창올림픽 성공을 원하며 이를 지원할 것을 동맹국에 약속했다”며 “우리는 동맹국으로서 연합훈련에 관한 동맹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앞서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압도적 힘으로 북한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수단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튿날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을 만나 ‘훈련(일정)이 변경될 것이라는 어떤 계획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한미훈련 연기 관련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한미훈련 연기 제안이 중국의 ‘쌍중단’ 기조와 일치한다고 주장하며 미 행정부 심기를 건드릴 것이라고 지적 중이다. 국제사회 기조에 역행함으로써 ‘코리아패싱’만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쌍중단’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한미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90년대 경수로 제공, 2000년대 대북지원 등 과정에서 북핵개발이 은밀히 지속된 경험이 있는 미 행정부는 이를 거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러시아를 ‘미국 이익을 침해하는 라이벌’로 규정하며 신(新)냉전 개막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중국은 북한 해상봉쇄, 원유공급 중단을 거부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물밑지원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쌍중단 기조와 일치한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한미훈련 연기 제안을 두고 야당은 일제히 ‘아마추어 발상’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트럼프 독트린'으로 북핵대응 수위를 높이고 중국을 경쟁국으로 못박고 나섰는데 문 대통령은 중국 팽창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노선을 따르겠다고 한다”며 “미국에는 원심력, 중국에는 구심력이 작동하는 ‘거꾸로 정부’”라고 질타했다.


‘일대일로’는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중국의 국가전략이다. 사실상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중국 관할 하에 두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쌍중단’도 일대일로 일환으로 동북아에서의 미국 영향력 축소가 목적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전 대변인은 “침략행위를 중단해야 방어수단이 필요없게 되는 ‘선후관계’를 (동시중단이 가능하다는) ‘동시관계’로 보는 건 근원적 문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전략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아마추어 정부가 국가안보, 한미동맹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한일월드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2002년 6월29일 북한은 제2연평해전을 일으켰다”며 “이번 문 대통령 제안은 이러한 북한 실체는 외면한 채 평창올림픽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주권인 방어권을 동시에 맞바꾸면서 북한에 도발하지 말아달라고 ‘구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성토 입장을 내놨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21일 원내정책회의에서 “논의 중인 사안을 언론인터뷰를 통해 먼저 밝힌 건 외교적 결례를 넘어 외교 아마추어리즘”이라며 “한미훈련 연기 결정권이 미국에게 있는 상태에서 자칫 미국이 거부하면 한미동맹만 분열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더욱이 이 중요한 사안을 외국언론에 알려 ‘국내언론 패싱’까지 버젓이 자행했다”며 “굳건한 한미동맹, 내실 있는 한중 전략적동반자 관계 하나 이뤄내지 못한 외교 미숙함에 국가신뢰는 떨어지고 안보불안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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