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철 박사


요즘의 국제동향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영국의 브렉시트 등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흐름이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많은 자본주의 국가들이 동참하여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최근 북핵문제, 사드문제, 일본과 외교문제 등에서 독자적으로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없는 한계를 또 한번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우리의 삶이 다른 이의 삶과 엮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보전하고 우리의 생존을 유지시켜 나가기 위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주도적 역할을 키워 나감으로써, 그런 힘들이 합쳐져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 나가도록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경제와 국제협력

우리나라 국민총생산 중의 해외의존도는 80%를 초과한다. 일본이 30%에 못 미친다.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아도 그들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우리와 다른 것을 감안해보면 매우 높은 것이다. 태생적으로 교역을 중심으로 경제가 유지되고 있는 우리는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 원활하여야만 국가 경제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무역 역조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에게는 우리와의 교역이 그네들 경제에도 도움이 되어야만 한다. 경제적인 측면만을 볼 때, 우리가 원전을 수출하고 항공기, 철도, 건설플랜트를 수주하여 외화를 벌어 오는 것이 일방적이라면 그것이 지속가능한 관계로 계속 이어져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환된 유일한 사례로 매우 높은 자긍심을 과시하고 있다. OECD국가의 일원으로서 개도국들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의무 이행을 위해 유무상 원조사업을 시행하여 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OECD 국가들과의 최소한의 약속에 불과하다. 탄탄한 국내 시장과 산업기반을 가지고 있는 여타 선진국들이 ODA를 통해 개도국 지원하는 것을, 단순히 쫒아가는 것은 우리의 경우에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닐 것으로 본다. 선진국들은 국가 ODA보다 민간의 개도국지원이 금액적으로 훨씬 크다는 것도 감안해야만 한다.

우리의 미래와 농업
농업의 역할을 볼 때, 우리 국내 농업과 농촌을 발전시켜야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그간 우리나라 농업정책은 이것에 중점을 두어왔고 또 우리나라 농산물 해외수출에 관심을 두어왔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이 하여야할 역할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의 시장인 동남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간절히 원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나라와의 농업협력을 늘 먼저 꼽고 있다. 그 중에 가장 현실적인 일이 상대국 농업인프라건설에 적극 참여하여, 그네들과의 장기적인 협력의 틀을 마련하고 우리 농산업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해외농업개발의 진면목이라 할 수 있다.

장기적인 협력과 초기투자가 필요한 농업인프라개발은 민간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우리나라 농업인프라분야에는 세계적 내놓을 만한 한국농어촌공사가 있고, 농업기술에는 농촌진흥청과 많은 농업전문 공기관들이 있다. 이들의 경험과 기술은 앞으로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의 농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크다. 이러한 전문 공기관을 중심으로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협력하여 추진해 나간다면, 국익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농업협력은 일반 인프라건설사업에 비하여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파급효과와 지속성은 매우 크다. 다만, 우리의 여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의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이런 면에는 우리 민족의 강점이 탁월하다.

많은 선진국들이 이러한 해외농업개발에 참여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후순위로 두고 있는 것은 당장 그네들의 경제적 기반이 우리에 비해 든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서구의 선진국들과는 다른 환경에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 우리에게는 협력의 절실함이 묻어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지난 20여년 가까이 시베이아횡단철도 연결, 시베리아가스 송유관 설치 등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었다. 이러한 논의가 크게 진전없이 계속될 때, 한 외교전문가의 힘없는 소리를 들었다. 협상에 나가면 러시아측의 얘기가 한국은 항상 자기가 원하는 것만 많고, 그네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하여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러시아측에서 간절히 원하는 연해주농업개발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을 내놓자는 제안을 하였던 바도 있었다.

농업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
우리가 잘 할 수 있으면서 내어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한국의 농업은 누가 보아도 지난 반세기에 걸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공을 이루어낸 것 중의 하나이다.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만이 경쟁력이 있고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 해외에서의 단기적인 이익을 위하여 중국의 일대일로사업에 묻어가려고 노력할 것만은 아니라 본다. 우리의 역할이 있을 수는 있으나, 중국이 그러한 기회를 우리에게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는 스스로 물어도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의 경우 경제대국으로는 성공하였지만 역사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그에 걸맞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로에게 필요한 협력을 성실하게 추진하여 존경받는 믿음의 친구가 되어 줌으로써, 국익이 지속적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농업이라고 굳게 믿는다. 세계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하는 우리에게는 명분과 실리가 모두 매우 크다.
필자 약력
△전)농어촌공사 해외사업본부장
△㈜오이코스 경영기획본부장
△공학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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