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킹조지섬 세종과학기지에서 30주년 기념행사 열려

▲ 펭귄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사진=세종과학기지 제공).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우리나라 남극 연구의 시작점인 세종과학기지가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해양수산부(장관 김영춘)는 남극 현지시간으로 23일 오후 3시30분 기지에서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1988년 2월17일 설립된 세종과학기지는 서울에서 1만7240km 떨어진 서남극 남셰틀랜드 군도 킹조지섬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제31차 월동연구대 등 1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지를 거점으로 남극의 기후변화·유용생물자원 조사 등 다양한 부문의 연구를 수행하며 남극연구 선도국 중 하나로 활약하고 있다.
23일 30주년 행사에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과 국회의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심재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호일 극지연구소장 등 전문가들도 동석했다. 칠레·중국·러시아 등 세종과학기지 인근에 위치한 외국 기지 대표들도 동참했다.
김 장관은 최초로 월동대장을 지냈던 장순근 연구원 등 지난 30년간 세종기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했다. 또 그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지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주변 기지들(러시아, 칠레)에도 해수부 장관 명의의 감사패를 수여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세종과학기지 준공 30년을 기념해 월동연구대 물품·사진·영상 등을 담은 ‘타임캡슐’을 남극에 묻었다. 매립된 타임캡슐은 세종과학기지 준공 100주년이 되는 2088년에 개봉할 예정으로 극지 개척정신을 미래세대에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극 진출은 국립수산진흥원이 1978년 남빙양에서 크릴 시험어획, 해양조사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85년 한국해양소년단 주도로 구성된 ‘한국남극관측탐험단(단장 윤석순)’이 최초로 남극관측탐험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남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1986년 33번째 국가로 ’남극조약‘에 가입했다. 1987년 2월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한다는 방침을 결정하고 이듬해 기지를 건립해 본격적인 남극연구의 역사를 써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지 설립 다음해에 세계에서 23번째로 ‘남극조약협의당사국’ 지위를 획득했다. 1990년에는 남극연구과학위원회 정회원국으로 가입해 입지를 다졌다. 지금은 세종과학기지 외에 2014년 테라노바만 인근에 설립된 장보고기지까지 총 2개의 기지를 운영하며 남극대륙까지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세종과학기지는 13명의 적은 인원으로 개소했으나 지난 30년 간 월동연구대원 450여명, 연구원 3천여명이 이곳을 거쳐 가면서 명실공히 남극연구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2003년 12월 남극세종과학기지 제17차 월동연구대원들은 조난당한 동료를 구조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강풍으로 인해 고무보트가 전복돼 전재규 대원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남극기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기지인프라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듬해 4월 극지연구 전문기관인 극지연구소(한국해양연구원 부설)가 설립되고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건조되는 등 극지연구 기반이 더욱 강화됐다.
세종과학기지 준공 이후 우리나라는 극지연구에 매진해 인류의 미래 청정에너지인 가스하이드레이트 매장지역을 2003년 발견했다. 국내 천연가스 연간소비량의 약 200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기존 물질보다 항산화 활성능력이 뛰어난 노화방지 물질(라말린)을 발견해 이를 활용한 화장품이 개발·판매되기도 했다.
또 우리 제안으로 세종기지 인근의 펭귄거주지(세종기지 2km 남방)이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2009년 지정됐다. 이후 이 지역에 서식하는 펭귄들의 생태를 연구하고 환경변화를 모니터링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보호구역 환경관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가 위치한 킹조지섬, 남극반도 해역은 지난 수십년 간 온난화로 인한 해빙(解氷) 등이 급속히 진행된 지역으로 기후변화 예측을 위한 중요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는 세계기상기구(WMO)의 정규 기상관측소로 1989년 지정돼 하루 4회의 기상정보(기온·풍속 등)를 제공함으로써 세계 기상예보에 기여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 기후변화 지표를 관측하는 지구대기감시(Global Atmospheric Watch) 관측소로도 지정돼 기후변화 예측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 4월 수립된 ‘제3차 남극연구활동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세종과학기지를 기반으로 전지구적 환경변화 예측 및 대응을 추진하고 남극생물의 유전적 특성을 활용한 극지생명자원 실용화 등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남극점을 향한 독자적 내륙진출로 개발, 2천500m 수심의 빙저호 탐사 등 새로운 연구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하는 한편 남극 관문지역 협력거점 운영 활성화 및 국제협력 확대를 통한 남극연구 파트너십 강화 등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