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NOC “산치호 유출 기름, 3월 제주 해역서 확산 전망”

▲ 10일 불타는 산치호에 물을 뿌리고 있는 중국 소방선들(사진=중국교통부).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지난 7일 AFP통신 등 외신은 중국 교통운수부 발표를 인용해 이란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파나마 선적의 이란 유조선 산치(Sanchi)호가 전날 상하이(上海)에서 160해리 떨어진 동중국해 해상에서 홍콩 화물선 CF크리스털호와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13만여톤의 유류를 싣고 있었던 산치호는 결국 14일 오후 폭발과 함께 해수면 아래로 완전히 침몰했다. 동시에 선체에 실려 있던 엄청난 양의 유류가 인근 해상으로 급속히 유출되기 시작했다.


침몰 당일 10㎢였던 기름 유출면적은 이튿날 58㎢로 약 6배 확산됐다. 19일에는 100㎢로, 21일에는 332㎢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는 19일 제주 남방에서 반경 5km 크기의 벙커C유 추정 유막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산치호에서 쏟아져나온 기름이 한반도로 향하기 시작한 점이 확인된 것이다. 산치호 침몰지점은 제주에서 남서쪽으로 300km 떨어진 곳이다.


당초 해수부는 “산치호 기름으로 우리나라 연안에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바람과는 달리 국제사회는 산치호 기름이 한반도 연안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영국 국립해양학센터(NOC)와 사우스햄튼대학 연구팀은 동아시아 해류의 향후 3개월 간 흐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동중국해 오염 해양수가 해류를 타고 오는 3월 제주 해역에 광범위하게 퍼질 것으로, 나아가 남해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NOC의 카티아 포포바 박사는 “강한 해류에서 기름유출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더 멀리 오염지역이 퍼지게 된다”며 “기름유출은 해양환경, 연해 어민들에게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엑슨발데즈호 원유유출 사고 당시 기름에 뒤덮힌 바다새.


美 알래스카 엑슨발데즈호 사건의 악몽


산치호에 실린 유류는 콘덴세이트유(응축유) 13만6천톤, 벙커C유 1천톤이었다. 콘덴세이트유는 물과 잘 혼합되는데다 무색무미(無色無味)여서 통제나 제거가 매우 어렵다. 설상가상 독성은 일반원유보다 더 강하다.


벙커C유는 각종 해양사고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유류다. 아직 해상유출 사례가 크게 보고된 바 없는 콘덴세이트유와는 달리 그 피해규모가 널리 알려져 있다. 유출해역 생태계는 짧게 잡아도 약 1년 간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사상최악의 해양오염 사건은 1989년의 엑슨발데즈(Exxon Valdez)호 원유유출 사고다. 미국 알래스카의 발데즈 석유터미널에서 출항해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선박은 암초에 부딪혀 좌초했다. 총적재량의 20%인 1천100만 갤런(24만 배럴)의 기름이 알래스카 프린스윌리엄 만에 유출됐다.


해양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각종 바다새 25만~50만 마리, 해달 2800~5천 마리, 회색물개 300마리, 독수리 250마리 등이 사체로 발견됐다. 원유제거 작업에서 살포된 화학분산제로 인해 따개비, 삿갓조개 등도 전멸하다시피 했다.


당국과 선사의 노력으로 1년 후에는 피해 흔적이 거의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곱사연어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이상현상이 이어졌다. 경제적 피해도 발생해 알래스카 수산기업 7개사는 선사와의 소송에서 어렵사리 승소해 겨우 폐업을 면할 수 있었다.


제주 수산업이 국내 수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제주 업계는 작년 어선어업 5315억원, 양식어업 3590억원, 수산물가공업 878억원, 마을어업 253억원, 종묘생산업 186억원, 기타 낚시어선업 295억원 등 1조원 이상의 생산실적을 올렸다.


지금도 수많은 제주산 수산물이 전국 곳곳의 할인마트, 재래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산치호 유출 기름이 제주 연안에 도달할 경우 현지 수산업체 줄도산은 물론 전국민 건강까지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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