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통하면 안 아프고 안 통하면 아프다(通不痛 不通痛)’ 뒤집어서 ‘아프면 안 통한 것이고 안 아프면 통한 것이다(痛不通 不痛通)’ 참 재미있는 말이지요. 아주 짧게 건강상태를 요약한 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말을 처음 들은 것은 1995년 5월 말, 농어촌개발국장 시절, 회의 도중에 쓰러져서 119에 실려 간 뒤 당시 산림청장 이보식 선배의 소개로 ‘혈도원(穴道院)’ 윤일석 원장에게 지압치료를 받던 때였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 직전까지 갔던 저를 되살아나게 해준 그 혈도원을 저는 고문실이라 불렀습니다. 윤 원장이 제 몸에 손만 대면 저절로 비명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몇 년을 치료받으면서 신기하게도 덜 아파지더라는 겁니다.

한참 후에 제가 그 느낌을 표현해본 시가 하나 있습니다.
제목은 ‘제목 없이’입니다. 그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때까지는 안 통하니 꽉 막혀서 이것이 무언지도 모르고
깜깜하고 깝깝하고 답답하고 딴딴하고 무겁고 차갑고 아프더니
좀 이따가 확 뚫리면 모두 쏴악 내려가서
화안하고 시워언하고 날아갈 것처럼 상쾌하고
새털같이 보드랍고 가배얍고 엄마 품같이 따뜻하고
하나도 안 아프다 안합니까”

이렇게 ‘안 통해서 아픈 곳을, 통해서 안 아프게 하는 작업’이 바로 기공(氣功) 수련이라고 저는 체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무지하게 아프고 힘들고,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어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른바 ‘통기(通氣)’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기공 수련은 화랑도, 국선도 등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수련법의 하나라고 합니다. 내공(內攻)과 외공(外功), 정공(靜功)과 동공(動功)을 두루 일컫는 수련법이랍니다. 그 기초가 호흡과 명상으로 원기(元氣), 정기(精氣), 진기(眞氣)를 다스리고 축양(蓄養)하는 운기조식(運氣調息), 즉 ‘기를 움직이고 숨을 고르기’입니다. 제게 처음으로 이것을 가르쳐주신 분이 범어사 ‘휴휴정사(休休精舍)에 계시는 홍선(弘禪) 스님입니다. 1986년, 제가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 유학중, 당시 시카고 달마사 주지로 계셨던 홍선 스님께서 저에게 재가불자(在家佛者)로서 ‘동림(東林)’이란 법명을 지어주시면서 “천천히 내쉬고 천천히 들이쉬어라” 라는 호흡법의 기본을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저는 그때는 그 뜻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1989년에 귀국한 뒤에 거의 잊고 살다가 1995년 과로사 직전에 가서야 기공 수련에 대해 눈을 뜨게 되면서 스님의 가르침이 제대로 와 닿게 되었지요. ‘할 수 있는 끝까지 최대한 천천히 숨을 내쉬고 그 끝에서 또 할 수 있는 끝까지 최대한 천천히 숨을 들이쉬는’ 이 호흡법이 바로 기공 수련의 요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수련에 조금 진전이 있다고 느꼈을 때 스님께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까요?” 라고 여쭈었더니 아주 짧게 “‘이머꼬’ 해라” 하셨습니다. 참선(參禪) 화두(話頭)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이 뭣이냐?’ 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이머꼬’ 입니다. 일체 다른 설명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20 수년이 지나도록 제 나름대로는 매일 정진을 해보려고 노력해왔는데 왜 스님들이 ‘화두를 든다.’ 라고 하는지 그 뜻을 몰랐다가 최근에 “아하! 이래서 화두를 들어야 하는 것이구나” 라는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스님께 그 다음을 여쭈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시대 최고의 선지식(善知識) 중 한분인 홍선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인연을 눈물 나게 고마워하면서 말이지요.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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