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설 앞 각 지자체 곤충식량 연구 활발… 과거로 회귀하는 식문화

▲ 귀여운 곤충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털보재니등에.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전세계적으로 식량위기설(說)이 대두되면서 대체식량으로서 ‘곤충’이 부상하고 있다. 시골이나 길거리 노점에서 술안주나 간식으로 매니아들이나 즐기던 메뚜기, 번데기 등 곤충은 이제 건강식으로 또 미래의 주식(主食)으로서 각광받으면서 각 지자체에 의해 대량생산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碍(거리낄 애)벌레’에서 ‘愛(사랑 애)벌레’로 재탄생하고 있다.


식량위기는 1972년 이후 빈발하는 이상기상 현상, 급증하는 인구, 혼미한 국제정세 등으로 진지하게 거론돼 왔다. 실제로 1972~73년에는 이상기상으로 인해 동남아에서 큰 가뭄이 발생했고, 1980년에는 미국의 사료곡물 흉작으로 인한 수급차질이 벌어졌다.


변화하는 산업구조도 식량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농업 대신 공업에 치중하면서 외국에 식량을 의존하는 국가들은 수입이 끊길 시 큰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의하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50.9%(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쌀만 104.7%로 자급이 가능할 뿐 밀(1.8%), 옥수수(3.7%), 보리쌀·콩(24.6%) 등 주요곡물은 평균 13%에 불과해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주요 곡물수출국이 ‘식량의 무기화’를 선언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식량의 무기화가 현실화된 사례도 실재한다. 트로핌 리센코(Trofim Denisovich Lysenko. 1898.9~1976.11)가 주도한 농업정책이 실패하고 미국에 식량수입을 의존하던 소련은 미 행정부가 곡물수출을 일시 중단하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공산권인 중국산 곡물 수입에 적잖이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신(新)냉전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이같은 피해예방을 위해서라도 곤충산업 육성은 필수적인 셈이다.


▲ 햇살 아래 벼 위에 앉아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메뚜기.


충식(蟲食)계의 독보적 스타, 메뚜기


‘곤충’. 인간이 곤충을 먹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동물사냥, 양이 한정돼 있는 야생곡물·과일 채집과 달리 곤충채집은 손쉽게 먹이를 얻을 수 있는 행위였다. 애벌레는 움직임도 느릴 뿐더러 일부 독성을 품고 있는 종을 제외하고서는 사람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또 단백질 덩어리이기에 움직임에 필요한 열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학자들은 인간이 두 발로 일어선 직후는 물론 그 이전에도 곤충을 식량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동물원에 가면 나무에 올라앉아 벌레를 먹는 원숭이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농경사회가 시작되고 민족과 국가라는 개념이 성립된 후에도 곤충은 끊임없이 식탁에 올랐다. 구약성경 레위기에는 메뚜기목 곤충은 먹어도 된다고 기록돼 있다. 세례자 요한도 광야에서 꿀(석청)과 메뚜기를 먹었다고 나온다. 동양에서도 농사철에 출몰해 귀중한 곡물을 초토화시키는 메뚜기떼를 잡아 말려서 먹거나 튀겨 먹는 풍습이 존재했다.


옛 사람들이 ‘재앙’이라 부를 정도로 억 단위로 몰려다니면서 쌀·밀 등을 모조리 먹어치워 곳간의 씨를 말려버리는 메뚜기는 공포의 존재였으며, 반드시 잡아야하는 해충인 동시에 개체수도 넘쳐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충식(蟲食)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다. 농경 즉 잉여생산물 비축은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불러왔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모두 먹여살릴 규모의 곡물이 사라지면 대량아사(餓死)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메뚜기떼가 머릿수에서 세운 최고기록은 19세기 말 출몰한 미국 로키산메뚜기의 ‘12조5천억 마리’다. 물론 이 메뚜기들 중 일부는 분노한 현지 농민들에 의해 일망타진돼 영양보충 겸 식탁에 올랐다. 우리나라도 메뚜기 식용은 마찬가지여서 메뚜기떼 출몰이 거의 완전히 사라진 지금도 농촌에 가면 양파망에 잡은 메뚜기들을 술안주로 삼는 어르신들을 종종 뵐 수 있다. 메뚜기는 같은 양의 육류에 비해 단백질이 훨씬 많으며 비타민 등도 함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충식이 가장 보편화된 나라는 중국이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어디서든 길거리에서 파는 곤충요리를 접할 수 있다. 의외로 서구권에서도 곤충요리가 이어지고 있어 미국, 유럽에서는 ‘개미파이’ ‘개미쉐이크’ 등이 판매되고 있다. 가장 이색적인 곤충요리 중 하나는 일본의 헤보메시(へぼめし)다. 말벌이나 꿀벌 유충을 넣어 지은 밥으로 꽤나 고급으로 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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