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3월 22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물 부족과 사막화가 심화되면서 물의 가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1992년 유엔 총회에서 제정, 올해로 스물여섯 번째가 됩니다. 예로부터 인류가 모여 사는 곳에는 항상 물이 있었습니다. 농업용수에서 생활용수, 산업용수, 환경용수까지, 인류의 생활과 산업이 물에서 시작됩니다. 즉, 물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자원이라는 것이지요. 국제사회의 갈등과 분쟁도 물과 에너지의 지역 간 격차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곧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 바로 세계평화의 기본이자 인류의 삶의 질 향상의 발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물을 국제사회의 협력과 화합의 원천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물이 인류의 삶과 문화에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되었던 만큼,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과 경제활동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물의 날이 제정된 이후에도 기상이변에 따른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가 빈발해서 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계속 커져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은 이미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어있고,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가 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세계 물의 날’에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은 물의 중요성과 물 절약의 필요성을 한번쯤 더 생각하고 되새기는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에도 항상 물이 함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개, 배수, 홍수통제 등을 위한 ‘물 인프라’ 사업은 개발도상국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사업입니다. 동남아와 서남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지의 많은 나라들이 댐과 저수지, 하구둑과 방조제 등 수자원 확보와 신속한 배수를 통한 침수피해 예방을 위한 이른바 ‘물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지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넓은 평야와 풍부한 일조량, 남아도는 노동력 등 농업개발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물이 부족해서 농업을 비롯한 전 산업의 발전에 근본적인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사례를 흔히 봅니다. 다시 말해서 ‘물’만 있으면 농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과 경제가 성장 발전하는 물꼬를 트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들 국가에게 한국은 수자원 개발과 간척, 홍수통제, 스마트 물 관리 시스템, 물 관련 전후방 산업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물 관리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자금조달방안, 정책개발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 ‘물 인프라’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등 국제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재원조달방안을 제시할 수 있고, KOICA, 한국수출입은행 등 개도국 지원기관과의 협력도 가능한 것입니다.

‘물 인프라’에 필요한 전력공급을 위한 태양광, 풍력, 소수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해외진출 전망도 매우 밝습니다. 개도국 공무원의 교육훈련을 위한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인적교류는 물론, 새마을운동과의 접목도 이미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물 인프라’ 전문 공기업이자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을 비롯하여 해외사업에 경험이 많은 국내 민간 건설업체도 많습니다. 물 인프라 수출을 위한 민관협력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기반도 어느 나라보다 좋다는 것이지요. 우리경제의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동시에 물 부족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조와 협력, 그리고 ‘물 인프라’ 수출 확대를 위한 새로운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세계 물의 날’에 즈음하여 새삼 다짐해봅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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