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보다 직원이 더 많은 청주공항 무안공항을 보고 부산권에 또

<정우택 논설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국을 5+2권으로 광역개발하며 부산권에 새로운 공항을 만든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밀양이나 부산에 신공항을 짓는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했으니 의욕적으로 한번 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제발 정신 나간 일 좀 그만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부산권에 공항을 또 지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먼저 묻고 싶다. 인수위가 도대체 국가의 현실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는지, 아니면 되든 말든 말로 한 몫 보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실패한 공항이 많다. 무안공항과 청주공항은 대표적인 실패작이다. 청주공항의 경우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하루에 몇 명이나 되는가. 기껏해야 몇 백 명이다. 승객보다 공항직원들이 더 많다. 공항의 운영비도 나오지 않아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무안 공항은 또 어떤가? 떵 비어 있지 않은가? 공항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좋게 봐준다고 하더라도 무안까지 가서 비행기 탈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아마 무안공항이 활성화되려면 광주나 목포 등 인근 사람들이 매일 먹고 여행이나 다니기 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얼마 전에 외국의 한 신문이 한국에는 참 '참 이상한 공항'이 있다고 보도한 일이 있다. 무안 공항을 두고 한 말이다. 수 천억원을 들여 공항은 지어놨는데 이용자도 없고, 항공사들이 들어가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청주공항이나 무안공항이나 정치적인 차원에서, 정권이 새로 들어서면서 시작됐고, 결국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승객보다 공항직원이 더 많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구 시대적 정치싸움의 산물이고, 지역주의를 정치에 이용하는 정치꾼들에 의한 졸작인 셈이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 밀양이나 부산에 다시 공항을 짓는다고 하니 얼마나 정신 나간 일인가. 부산에는 김해 공항이 있지 않은가. 차라리 김해 공항을 확장해, 명실상부한 국제공항으로 육성하는 게 낫지 않을까. 김해공항 옆에 또 공항을 짓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최소한 이명박의 실용정부 만큼은 효용성도, 실용성도 없는 공항을 지방에 더 건설하지 않기 바라고 있다. 승객보다 공항직원이 더 많은 공항을 하나 더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 돈 있으면 공항의 안전시설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부산권에 공항을 또 만든다면 이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인기를 위한, 표를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주공항과 무안공항 등 이름만 걸은 놓은 공항을 한번 돌아본 후에 공항을 짓든지 말든지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도대체 좁은 땅 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공항이 있어야 정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흡족할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항이 하나씩 건설된다면 이 나라는 공항으로 꽉 찰 것이다. 이상한 공항이 아닌 '괴상한' 공항이 생겨날 것이다.

공항이 하나 세워지고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항을 이용할 만한 인구가 있어야 한다. 큰 도시를 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근 공항과의 거리도 따져봐야 한다. 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공항을 세운다는 것은 아무 생각없이, 이론적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다.

이런 고려 없이, 정치적으로 공항을 짓는 것은 애물단지만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일 뿐이다. 돈 낭비는 물론 공항에 들어가는 땅만 아깝다. 부산 이나 밀양 인근에 공항을 지을 땅이 있으면 농민들 농사나 지어먹게 내버려 두는 게 오히려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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