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수산물 45% 유통… 이권 노리고 대통령 친인척 개입하기도

▲ 붉은색 락카스프레이로 ‘철거금지’가 쓰인 채 문을 닫은 노량진수산시장 구시장 내 한 상점. 유리 곳곳에 금이 가 있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소재한 이곳은 수도권 수산물의 45%를 거래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수산물 유통시장이다.


그러나 수협이 시장 현대화사업을 강행하면서 신시장으로의 이전을 추진하자 일부 상인들이 항의하면서 수년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횟칼이 동원된 살인미수 사건에 이어 최근 대규모 폭력사태가 빚어지고, 이달 28일에는 수협이 구(舊)시장 강제철거를 위해 용역을 불러들였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그 사이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서민들의 희노애락과 함께 해오다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선 노량진수산시장. 노량진수산시장 이전을 둘러싼 수협과 상인들 간 갈등 배경과 사태 전망을 돌아본다.


▲ 설립 초기의 노량진수산시장 모습.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한 것이다.


‘논두렁 조폭’에서부터 ‘대통령 친인척’까지


노량진수산시장은 일제(日帝)강점기인 1927년 경성부(지금의 서울) 서대문구 의주로에서 개장한 경성수산시장을 모태로 발전해왔다. 광복 후인 1947년 4월 서울수산시장으로 명칭을 변경해 서울특별시 수산물도매시장 대행기관으로 영업했다.


이후 1971년 한국냉장(주)이 아시아개발은행(ADB) 차관을 들여 도매시장으로 리모델링했다. 1975년부터는 서울역 근처인 의주로에서 노량진동으로 이전해 서울수산, 노량진수산(주), 삼호물산이 운영하다가 이듬해 서울수산청과시장(주)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1983년에는 다시 노량진수산주식회사가 발족돼 운영을 맡다가 1988년 한국냉장(주)이 경영권을 재인수했다. 2002년 2월 어민 소득증대, 수산업 발전을 이유로 수협이 인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과거 노량진수산시장은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1997년 기준으로 규모는 총 부지면적 3천696㎡(약 2만평), 연건평 6만4700㎡에 달했다. 경매장, 판매장, 중매인사무실, 하역원대기실, 출하주휴게실, 간이냉장고, 주차장 등 각종 편의시설과 냉동·냉장·저빙시설을 완비했다.


당시 직원은 148명, 중·도매인은 164명, 판매상은 892명, 하역원은 420명이었다. 활어, 선어, 패류, 원양수산물, 건어 등 모든 종류의 수산물이 거래됐으며 연간 판매량은 14만2397톤, 매출액은 3천억원이었다.


막대한 이권이 걸린 곳인 만큼 사건사고도 빈번했다. 1988년 11월9일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 친형 전모 씨가 당시 노량진수산시장을 실질적으로 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도에 의하면 그날 검찰에 출석한 전 씨 사위 오모 씨는 “시장의 실질적 경영주는 전 씨”라며 “수산시장 대표로 돼 있던 윤OO씨는 1주일에 서너 차례씩 전 씨 집을 찾아 회사경영 관계 서류를 결재받았다”고 진술했다.


시장 운영권을 가졌던 윤 씨가 권력자인 전 씨를 끌어들여 ‘바지사장’을 자처하고 대신 정치적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 씨로부터 시장 운영권 이전 청탁을 받았던 김성배 서울시장이 3개월간 시간만 끌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나서서 김 시장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게 오 씨 주장이었다.


2015년 11월에는 ‘여성 조폭’이 폭력을 휘둘러 세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이모 씨는 시장에서 손님이 외부에서 생선을 사오면 회를 떠주고 주류와 상차림을 제공하는 이른바 ‘초장집’을 운영하면서 자신에게 손님을 보내지 않는 다른 생선 판매 상인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구속됐다.


이 씨는 심지어 한 상인을 밀쳐 넘어뜨린 후 기절시킨 채로 깔고 앉아 수 차례 온몸을 때려 뇌진탕 등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는 등 전형적인 ‘조폭’의 모습을 보였다. 상인들에 의하면 이 씨 외에도 조직폭력단이 이권을 노리고 개입을 시도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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