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가끔 우리에게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다. 남편에게 신세를 졌거나 호감을 가진 분 들일 것이다. 옛날 남편이 농림부 공무원일 때, 가는 곳마다 온탕을 냉탕으로 만드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소위 들어오는 것이 많은 자리를 온탕이라고 하고 그 반대를 냉탕이라고 한단다. 예를 들자면 사료과장 시절을 얘기할 수 있다. 전에는 주무 부처인 농림부로 부터 수입추천이나 허가 또는 승인을 받기 위해 전국의 사료공장 관계자들이 일일이 상경해야만 했다. 남편이 과장이 된 후 바꿀만한 허가제는 신고제로, 본부까지 안 와도 될 일은 시도의 담당부서로, 사료협회로 일을 분산시켜 버리니 그 많던 민원인들이 확 줄었단다. 그분들이 얼마나 좋아했겠는가? 상경에 드는 차비, 숙박비, 기본적인 인사에 쓸 돈 등, 모두가 절약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스트레스는 말 할 것도 없고. 대신 사료과는 대표적인 농림부 온탕에서 곧바로 냉탕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온탕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아무개 과장 쫓아내고 싶어 은근히 안달하지 않았을까. 덕분에 그 땐 좀 힘들었지만 지금은 웬 일인가? 감사했다고 이곳저곳서 선물이 온다. 물론 그 때 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리 두 부부만 사는데 선물의 양이 다소 많은 경우가 있는 것이다. 보낸 분들도 아마 나누어 먹으라고 넉넉히 보냈을 것이다. 친구나 친척들은 가지러 오라고 하기가 어렵거나 주겠다고 해도 싫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선물로 받은 것을 자기네한테 준다고 화를 내는 친척까지 있어 애를 태우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서 살 때는 경비실, 관리실, 청소 직원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순수하게 받아 주고 기뻐해 주는 모습이 너무 고마웠다. 옆집 앞집 사는 분들은 무엇을 주겠다고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에게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꼭 되갚아야 한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다.

시골에 오니 그런 문제가 완전 사라졌다. 사과 두 상자를 받으면 무조건 한 상자는 마을 회관으로 보낸다. 반찬도 우리 먹을 것 좀 떼어 놓고 모두 회관으로 보낸다. 쌀은 어떨까? 나라에서 마을회관으로 분기 별로 보낸다는데 쌀은 필요 없나요? 물어 봤더니 무조건 좋다고 하신다. 다음번 만나서는 묻기도 전에 그 쌀로 떡을 맞춰 먹었다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보고들을 하신다. 회관에 보내거나 다른 분들에게 보내거나 줄 때에는 절대 나중에 주면 안 된다. 상한 것을 주게 되거나 유통 기한이 지난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분이 견과류 여러 상자를 보내 주셨다. 시원한 창고 방에 믿거라 넣어 두고는 깜빡 했다. 얼마 후에 그 방구석에 숨은 견과 상자를 꺼내게 되었다. 설마? 유통 기간을 확인하니 벌써 15일이 지나 있었다. 그 때 즉시 보낼걸, 후회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모두 버렸다. 나라고 식품이 안 아까울 리 있을까? 나는 먹을 수 있지만 어른들께 드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여간 감사한 일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고맙고 기쁘고 행복해진다면 당사자는 진정 영광스러운 일일 것이다. 거기에다 생각에 그치지 않고 물질적인 선물까지 보내 준다면 그 아니 더욱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덕분에 우리 용전리 마을 회관에 군것질거리라도 짬짬이 생긴다면 더더욱 행복한 일이 된다.

남편과 내가 이 마을 용전리에 내려와 삶으로써 이 곳 마을 사람들의 생활에 조금이라도 기쁨이 된다고 생각하면 흐뭇하다. 쓰러질듯 한, 빈 집이 많은 동네에 예쁘고 깨끗한 집을 지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하신다. 꽃도 많이 심고 가꾸어 앞으로는 정말 -예쁜 집-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야겠다.

부담 없이 무엇이든 누구와도 나눠 먹고 싶으신가요?
그럼 이 곳 용전리로 놀러 오세요.

<작가>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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