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남쪽에서부터 봄꽃 소식이 계속 올라옵니다. 매화와 산수유, 목련과 벚꽃은 벌써 지기 시작하고 복사꽃, 살구꽃, 진달래가 한창인 계절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벚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이라고는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주로 조성되어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는 대규모로 조성되어 있는 곳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제가 벚꽃은 장려하면서 끈질긴 우리의 민족성을 닮은 무궁화는 말살하려고 자생 무궁화를 뽑아내는 것도 모자라 온갖 낭설을 퍼뜨리기까지 했다지요. ‘무궁화에는 진딧물이 많아서’ 라는 등의 왜곡된 인식이 아직도 그대로라 나라꽃인 무궁화가 ‘꽃도 아닌 것이 나무도 아닌 것이’ 정도로 푸대접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무궁화는 봄꽃이 아니고 여름 꽃입니다. 6월 6일 현충일 전후부터 피기 시작해서 광복절에 절정을 이루었다가 11월에 이르기까지 100일 이상 꽃을 피웁니다. 매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데, 한그루에서 매년 3천 송이가 피고 진답니다. 끊임없이 피고 지는 습성이 바로 우리 민족성을 닮았지요. 무궁화 근(槿)자는 ‘나무(木)가 진흙(菫)에서 자란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중국 고전에 한반도를 ‘근역(槿域)’이라고 표현한 기록이 여러 군데 보이고, 신라의 최치원 선생이 ‘근화향(槿花鄕)’이라는 말을 썼으며, 고려 때 무궁화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고 합니다. 무궁화의 학명은 Hibiscus syriacus, 영어로는 ‘Rose of Sharon’, 구약시대부터 ‘신에게 바쳐진 성스러운 꽃’이라 불렸다고 하지요.

몇 년 전 산림과학원의 연구 조사에 의하면 무궁화는 1억 5천만 년 전에 처음 꽃을 피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즉, 인류가 존재하기 훨씬 전인 시조새와 공룡의 시대부터 무궁화가 존재했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는 그 이름을 알렉산더 대왕의 누이동생 ‘테살로니카’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유적 발굴시 무궁화 문양이 새겨진 동전이 발견되어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 지역에 이미 무궁화가 널리 보급되어 있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궁화는 일찍부터 동서양을 불문하고 전 세계에 꽃을 피운 ‘글로벌 플라워’였다는 것이지요.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 즉, ‘변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무궁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랑 또한 일편단심이었으면 합니다. 나라꽃임에도 지금까지 무궁화의 법적 위상이 인정되지 않았던 것을 바로잡기 위해 16대 국회부터 국화 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늦은 감은 있으나 올 3월 초에 산림청이 발표한 ‘무궁화 진흥계획’은 국민들이 무궁화를 친근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인식하여 일상에서 사랑하는 꽃으로 생활화하도록 ‘무궁화 선호도’를 높이는데 핵심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4월은 식목의 달입니다. 제가 농어촌공사 사장 재임 중 2014년 10월에 본사를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사무실은 스마트오피스로, 정원은 한반도 지도모양의 무궁화동산으로 조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듬해 4월에는 전국의 농어촌공사 시설 주변에 무궁화 꽃길, 꽃밭, 꽃동산을 꾸미게 한 뒤에 가을에 경관 콘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했었지요. 직원들의 반응도 대단히 좋았고 인근 주민들과 공사 고객들의 호응도 매우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꽃의 계절, 식목의 달을 맞이하여 민간과 공공이 함께 가로수, 조경수, 정원수로 무궁화를 대대적으로 심고 가꾸는 캠페인을 벌여보면 어떨까요? 국민 모두 해마다 한그루의 무궁화를 심어서 전국이 진실로 애국가의 후렴처럼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으로 되살아나는 날이 오기를 꿈꾸어봅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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