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6일 CGV 용산점에서 영화 '당신의 부탁' 시사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윤찬영, 임수정, 이동은 감독, 이상희.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영화 <당신의 부탁>의 매력은 ‘멜로드라마’라면 요란스럽게 온갖 감정들이 폭발할 법한 사건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그저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공통분모를 가진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주인공 효진(임수정)은 우연히 선택의 기회가 찾아와 전 남편의 아들 16살 종욱(윤찬영)을 돌보기로 마음먹는다. 효진의 어머니 명자(오미연)는 32살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딸을 둔. 그녀 역시도 홀어미로 효진을 키웠다. 영화 내내 둘은 ‘지금의 상황이 당신 때문’이라고 서로를 할퀴지만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지낸다. 어떤 모녀라도 그러하듯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효진과 살게 된 종욱은 재혼한 아버지와 떨어져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가 치매로 그를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되자,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효진과 살게 된다. 효진과 살면서도 종욱이는 어릴 적 어렴풋한 기억에 남아있는 자신의 생모를 찾기에 공을 들인다.


영화에서 가장 문제적 인물은 종욱의 여자 사람 친구 주미(서신애)다. 16살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기. 생부가 누군지도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된다. 주미의 반대편에는 또 아이를 너무 갖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여자도 등장한다. 극중 캐릭터 중 가장 일반적인 캐릭터는 효진의 친구 미란(이상희)이다. 그러나 미란도 남편이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육아를 거의 혼자 도맡아야 하는 유사 홀어미다.


▲ 배우 임수정은 '당신의 부탁'에서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았다.

▲ 영화 '당신의 부탁'에서 모자지간으로 분한 임수정과 윤찬영.


누군가는 누군가의 엄마이고 딸이고 아들이고 아버지이며 삼촌이고 조카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운명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가족에 대해, 불완전한 ‘엄마’라는 존재를 빌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 6일 진행된 시사회에서 이동은 감독은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mothers’라는 점을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영화에서 엄마의 역할이라는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고정화된 엄마의 역할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엄마는 한 명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명이 될 수도 있다. 영어제목이 마더스인 이유다”라고 영화 제작 배경을 밝혔다.


엄마 역할은 이번이 처음인 임수정은 “엄마가 된다는 것 어렵죠. 엄마는 모든 것이 준비된 다음에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가족이라는 의미가 현재 사회에서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가족도 다양한 가족이 있고 현재의 우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당신의 부탁>을 본다는 것은 이렇게 파편적으로 던져진 엄마라는 존재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엮는 행위와 같다. ‘엄마라고 해서 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라야만 하는 법은 없다’는 급진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영화답지 않게 영화는 매우 간결하다. 오히려 뭔가 부족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실제로도 지금은 많은 가족들이 유사가족 형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입양이 그렇고 보육원, 할머니, 할아버지 등 관계 맺기 방법에 따라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시대가 많이 변하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많이 견고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음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영화 <당신의 부탁>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 영화 '당신의 부탁' 포스터. (포스터=명필름 제공)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