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을 예술가로 만든 것도 파괴시킨 것도 삶에 대한 애착

▲ 3일 서울 혜화동 DFC대명문화공장 라이프웨이홀에서 열린 뮤지컬 '스모크'의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출연 배우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창작뮤지컬 ‘스모크’는 한국 문학사상 가장 난해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27세 나이에 요절한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李箱·1910~1937년)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상의 작품에는 그의 일제강점기 예술가로서 느꼈을 고통과 불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실제로 폐병을 앓으면서 죽음과 늘 가까이 있었던 그는, 그의 작품 속에서 늘 생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현했다. 천재라는 찬사와 자아분열 증상 미치광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며 결국 모든 것이 멈춰버린 박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예술가 이상.


스모크는 이상의 분열된 세 자아 초, 해, 홍이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카페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시대를 앞서가는 이상의 천재성,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불안과 고독, 절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었던 열망과 희망을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3일 서울 혜화동 DCF대명문화공장에서 뮤지컬 ‘스모크’의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먼저 9개의 넘버 시연이 진행됐다.


이번까지 스모크는 트라이아웃, 초연, 재연까지 총 세 번 무대에 올려졌다. 트라이아웃 단계부터 함께 했던 연출과 배우들이 재연에도 함께해 연기의 안정성은 매우 높아 보였다. 출연 배우들의 빼곡한 출연 작품 리스트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 초 역의 김경수 배우와 홍 역의 정연 배우가 넘버를 선보이고 있다.

무대 구성은 무대 위를 마치 주인공들이 새장 안에서 살아가는 듯이 보이게 만들었다. 동시에 이 커다란 새장 모양의 무대장치는 밖이 훤히 비치는 둥근 모양의 스크린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이상의 주옥같은 시어들과 문구들이 비춰지는 게 인상적이다. 마치 이상이 새장 속 새처럼 비록 갇혀 살 수밖에 없지만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자 했던 그의 열망을 형상화한 느낌이다.


남성인 이상의 자아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홍’은 부서질 듯 아픈 고통을 지녔으면서도 인생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감내하며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감정의 파도에 밀려 괴로워 하는 ‘초’는 글 쓰는 고통, 독자에게 외면당하는 현실로 인해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자기 파괴의 충동을 느끼는 캐릭터다. 그림을 그리는 ‘해’는 초의 강한 의지에 휩쓸려 현실도피를 갈망하지만 타인에게 친근하며 천진한 모습이 남아있는 캐릭터다.


▲ 홍 역을 맡은 세 배우 (왼쪽부터) 김소향, 정연, 유주혜 배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넘버 시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추정화 연출은 “이상 시인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현란한 래퍼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저는 그의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언어의 향연을 접하면서 그가 마치 ‘용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초를 연기한 김재범 배우는 “초는 누구보다 더 살고 싶어 인물이다. 그와는 반대로 초는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데 그 연기를 잘 해야 나중에 넘버 ‘날개’를 부를 때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초에 몰입했다”고 전했다.


창작 뮤지컬 스모크는 ‘박제가 된 천재’ 이상의 무의식 속에 꼭꼭 숨겨져 있던 세 개의 자아를 의인화 해 무대로 소환해 낸다. 관객들은 이들이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초, 해, 홍이 함께 부르는 넘버 날개가 무대 위에 울려 퍼질 때, 그토록 삶을 염원했던 이상의 내면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스모크는 오는 7월 15일까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상연된다.


▲ 뮤지컬 '스모크'의 모든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가지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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