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을 예술가로 만든 것도 파괴시킨 것도 삶에 대한 애착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창작뮤지컬 ‘스모크’는 한국 문학사상 가장 난해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27세 나이에 요절한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李箱·1910~1937년)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상의 작품에는 그의 일제강점기 예술가로서 느꼈을 고통과 불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실제로 폐병을 앓으면서 죽음과 늘 가까이 있었던 그는, 그의 작품 속에서 늘 생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현했다. 천재라는 찬사와 자아분열 증상 미치광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며 결국 모든 것이 멈춰버린 박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예술가 이상.
스모크는 이상의 분열된 세 자아 초, 해, 홍이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카페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시대를 앞서가는 이상의 천재성,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불안과 고독, 절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날고 싶었던 열망과 희망을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3일 서울 혜화동 DCF대명문화공장에서 뮤지컬 ‘스모크’의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먼저 9개의 넘버 시연이 진행됐다.
이번까지 스모크는 트라이아웃, 초연, 재연까지 총 세 번 무대에 올려졌다. 트라이아웃 단계부터 함께 했던 연출과 배우들이 재연에도 함께해 연기의 안정성은 매우 높아 보였다. 출연 배우들의 빼곡한 출연 작품 리스트는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무대 구성은 무대 위를 마치 주인공들이 새장 안에서 살아가는 듯이 보이게 만들었다. 동시에 이 커다란 새장 모양의 무대장치는 밖이 훤히 비치는 둥근 모양의 스크린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이상의 주옥같은 시어들과 문구들이 비춰지는 게 인상적이다. 마치 이상이 새장 속 새처럼 비록 갇혀 살 수밖에 없지만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자 했던 그의 열망을 형상화한 느낌이다.
남성인 이상의 자아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홍’은 부서질 듯 아픈 고통을 지녔으면서도 인생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감내하며 강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다.
감정의 파도에 밀려 괴로워 하는 ‘초’는 글 쓰는 고통, 독자에게 외면당하는 현실로 인해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자기 파괴의 충동을 느끼는 캐릭터다. 그림을 그리는 ‘해’는 초의 강한 의지에 휩쓸려 현실도피를 갈망하지만 타인에게 친근하며 천진한 모습이 남아있는 캐릭터다.
넘버 시연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추정화 연출은 “이상 시인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현란한 래퍼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저는 그의 작품 속에서 펼쳐지는 언어의 향연을 접하면서 그가 마치 ‘용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초를 연기한 김재범 배우는 “초는 누구보다 더 살고 싶어 인물이다. 그와는 반대로 초는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데 그 연기를 잘 해야 나중에 넘버 ‘날개’를 부를 때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초에 몰입했다”고 전했다.
창작 뮤지컬 스모크는 ‘박제가 된 천재’ 이상의 무의식 속에 꼭꼭 숨겨져 있던 세 개의 자아를 의인화 해 무대로 소환해 낸다. 관객들은 이들이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초, 해, 홍이 함께 부르는 넘버 날개가 무대 위에 울려 퍼질 때, 그토록 삶을 염원했던 이상의 내면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스모크는 오는 7월 15일까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상연된다.
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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