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지난번 부처님 오신 날에 절에 안 간 것이 마음에 걸렸었는데 마침 영천 작은 영화관인 별빛 영화관에서 –무문관-을 상영한다기에 보러 갔다. 시골에 영화관이 없어 어쩌나 했는데 영천 공설 시장 안에 이름도 예쁜 –별빛 작은 영화관-이 있어 하루에 몇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서울에 본부를 둔 전국적 규모의 사회적 협동조합의 형태로 영천시의 문화 수요 충족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이 영화관을 운영한다고 한다. 휴대폰에 –작은 영화관- 앱을 깔아 확인하고 가끔씩 영화를 보는 맛이 짭짤하다. -무문관-은 스님들의 천일간의 수도와 고행을 엮은 다큐멘터리 식의 영화이다. 한 평의 방과 한 평의 뜰이 그 분들에게 허용된 공간의 전부이다. 여기서 다만 깨달음을 구한다는 한 가지 목표로 천일을 보내는 것이다. 보고 나니 목숨을 걸고 하는 스님들의 수행에 큰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11명으로 출발했는데 두 명이 중도하차하고 나머지 9명의 스님이 끝까지 수행했지만 몇 분은 후에 큰 병에 걸려 어려운 수술을 감내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몸 바쳐 하는 무문관 수행의 모든 것을 처음으로 공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영화관 뿐 아니라 이곳엔 작은 도서관도 있다. 일주일에 나흘만 문을 열지만 시간에 맞춰 가면 좋아하는 책을 넉넉히 고를 수 있다. 한가로우니 좀 더 정독을 하게 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여러 권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1권부터 정독하였다. 두 사람 다, 나와 동갑으로 친근감이 들었다. 전국의 문화유산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일반인에게 상세히 알려준 학자는 유홍준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한가지, 작품 속에 특정인에 대한 비난의 견해를 연속 드러낸 것은 옥에 티로 보였다. 반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제나 새로운 창조에의 의지로 상상력에 가득 찬 따뜻하고 아름다운 글을 쓴다. 그의 작품의 주인공은 상대방의 좋은 점 긍정적인 점을 이끌어내려고 애쓴다. 누군가를 비난할 현상에 대해서도 주인공은, 아니 작가는 깊은 이해로 접근한다. 글을 읽는 나도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끔.


이렇게 시골의 하루하루에는 문화적인 향취가 모자라지 않다.
우리 마을은 복숭아가 주 생산물이지만 영천은 와이너리가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또 유명하단다. 당도가 높은 와인용 작은 포도를 주 생산품으로 해서 와인을 생산하는데 통합 브랜드가 ‘씨엘’이라고. 그 중 18번째로 생긴 ‘블루썸 와이너리’가 생산하는 ‘지니아’라는 와인 맛이 아주 좋았다는 SNS 상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며칠 전 본 영천시민신문 기사에 의하면 이 블루썸 와이너리에서 와인과 함께 하는 쿠킹 클래스도 있었고 제주에서 열린 국제 와인 페스티발에 영천의 씨엘 상표 와인이 국내 유일하게 참가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남편과 조만간 그 와이너리를 방문할 계획이며 내용이 좋다면 늦여름에 서울의 친구들을 초청해서 맛있는 복숭아며 포도를 따고 와인 체험을 하게 해 줄 생각이다. 시골에 친구가 있다는 것, 그것이 빛을 발할 때는 서울 친구들에게 나의 고장, 과일의 고장을 자랑스럽게 소개할 때가 아닐까?

오늘 첫 장미가 피었다. 지난봄에 작대기로 서 있었던 일곱 개의 장미 나무들이 가지가 나고 잎이 나고 봉오리가 맺혀 드디어 붉은 장미 한 송이로 내 앞에 선 것이다.


“그 동안 수고가 많았어. 정말........” 그 고운 장미를 보니 절로 노래가 나온다.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 장미 정원이며 장미 축제에서 수많은 장미를 봐 왔지만 이 꽃은 다르다. 오로지 나를 위한 나만의 장미 앞에 서서 웃음을 흘린다.
“그래 너는 장미야. 꽃의 여왕 장미, 내게도 그 아름다움을 나눠줘. 단, 가시는 빼고........”


아마도 오늘 종일 난 이 노래를 부를 것 같네요. 어때요? 괜찮겠죠?


<작가>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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