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육계 농가 사진.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관계 없음)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산지 닭 값이 폭락했다. 수십년만에 최저로 폭락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육계농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월드컵 시즌과 초복 등으로 닭고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킨과 삼계탕 등 닭을 주재료로 하는 외식가격은 거의 변동이 거의 없는 상태다. 심지어 올해 들어 가격이 인상됐다.
현재 닭고기 시장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축산품질평가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 기준 육계 값은 kg 당 1137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달 전인 지난 5월 15일 가격 1431원보다 한참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육계 1kg 당 생산비가 1237원인 점을 고려하면 육계의 산지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닭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셈이다.

산지 닭 값은 폭락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15일 기준 육계 1kg 당 소비자 가격은 4695원으로 지난 5월 15일 4918원에 비해 223원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7월 육계 산지 가격이 1200원을 넘지 않을 것이며 8월에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킨·삼계탕 이 가격내고 먹어야 하나...

최근 연이어 산지 닭 값이 폭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서민들은 프랜차이즈 업계나 외식업체들이 정해놓은 가격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왜 원료의 가격을 떨어졌는데 오히려 소비자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냐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가공식품인 하림 토종닭백숙(1050g)의 가격은 9365원으로 전년(9990원)대비 6.3% 하락하는데 그쳤다.

반면 삼계탕 외식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 5월 기준 전국 삼계탕 외식 평균가격은 1만2938원이다. 지난 4월 평균 전국 삼계탕 평균 가격인 1만2885원보다도 소폭이지만 상승했다. 이마저도 지역마다 편차가 컸다. 5월 기준 삼계탕 가격이 가장 비싼 광주는 1만4400원으로 가장 싼 지역인 충북(1만1857원)보다 2543원 비쌌다.

국민간식으로 자리 잡은 치킨의 경우는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배달료를 추가로 받고 있어 치킨 값 '2만원' 시대가 왔다.

50대 주부 A씨는 “산지 닭 값이 하락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만 외식가격이 올라 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어렵다”며 “상식적으로 아무리 유통비가 올랐다고 하지만 닭 자체의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 외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월드컵 특수 누렸지만 과잉공급으로 농가는 울상

이처럼 산지 닭 값이 폭락한 것에 대해서는 공급 과잉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이후 농가에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반짝’ 특수를 기대하고 생산량을 늘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산지 닭 값은 하락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없는 것은 생닭을 사들이는 도계업체와 닭을 키우는 농가의 계약 구조 때문이다. 국내 닭 농가의 95%는 대형 도계업체와 위탁사육 계약을 맺고 있다. 농가의 손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에 닭 값을 결정하고 나면 생닭 시세가 하락하거나 올라도 처음 계약 당시 결정된 가격으로 닭을 사들인다.

반면 인건비와 유통비용 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공급과잉과 유통비용 상승 등 변수를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만큼 올 여름 산지 닭 값이 계속 하락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