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라돈·공사장소음 등 해결… ‘비슷한 출발’ ‘세컨찬스’ ‘액티브시니어’도”

▲ 26일 서초구청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진 조은희 서초구청장.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6.13지방선거에서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전국의 시선이 주목된 지역이 있었다. 바로 서울시 25구(區) 중 유일하게 자유한국당 후보가 승리한 서초구다.


주인공은 민선6기 서초구청장을 지내고 민선7기 재선에 성공한 조은희(57) 구청장. 그는 방빅의 승부가 될 것이라던 일각의 전망이 무색하게 선거 이튿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결과 52.4% 득표율로 민주당 후보(41.1%)를 큰 표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한국당이 전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조 구청장이 압승한 건 유권자들이 ‘당’이 아닌 ‘사람’을 보고 투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조 구청장이 지난 4년 재임기간 동안 구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또 구민들 피부에 와닿는 실적으로 보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 구청장이 만든 ‘서리풀원두막’ 등은 구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많은 구민들에 의하면 매년 여름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내 곳곳에 배치된 서리풀원두막은 행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 각광받았다.


요즘 전국에서 유행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템인 셈이다. 조 구청장은 민방위훈련 때마다 현장을 방문해 일일이 민원을 경청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반주택지역 관리사무소 역할을 하는 서초구 ‘반딧불센터’는 최근 전국 지자체 최초로 ‘미국 코어77 디자인 어워즈’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조 구청장이 ‘소확행’에만 집중한 건 아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및 양재R&CD 추진, 서리풀터널 개통 등 굵직한 서초구민들의 숙원사업도 조 구청장의 손 끝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민선6기 시절 성공적으로 재임했다는 평가를 많은 구민들에게서 받는 조 구청장은 향후 어떤 마음가짐으로 구민들에게 또다시 봉사하게 될까. 오는 7월1일 민선7기 서초구청장으로서의 본격 행보가 시작되기 앞서 26일 본 기자는 서초구청 집무실에서 조 구청장을 만나 그의 원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건 전과 다르다”


Q. 재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일각에서는 선거 접전을 예상했으나 큰 표차로 승리하셨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A. 지난 4년간 주민분들과 소통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행정성과로 평가해주신 것 같다. 서리풀원두막, 서리풀이글루 등 디테일한 생활밀착 행정에서부터 난마처럼 얽힌 복잡한 현안 해결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주민분들과 만나 주민의 마음을 알아갈수록 무엇을 해드려야 할지 더욱 눈에 잘 들어왔다. 아파트톡(Talk), 보육톡, 스쿨톡, 민방위안전톡 등을 통해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생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챙겼다. 빨간 삼륜차를 타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주민분들과 대화하며 애로사항을 들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조선 정조 시대 문장가 유한준 선생의 말씀이 있다. 주민 한 분 한 분이 우리 부모, 우리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행정에 따뜻한 애정을 담았고 세심한 디자인 하나하나 정성을 들였다.


정보사 터를 관통하는 서리풀터널 착공, 서초종합체육관 건립, 태봉로 확장, 성뒤마을 공영개발 같은 굵직한 숙원사업도 추진력 있게 해냈다.


Q. 선거캠프 개소식, 선거대책위원회, 후원회가 없는 ‘3무(無)선거’가 화제였다.


A. 후원회 안 하는 건 다들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웃음). 개소식을 안할 때 너무 조용하게 가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볼 때 주민분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린 것 같다. 혹시나 여당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지 않나. 그 때 ‘조은희에게 간 사람’ 이렇게 낙인찍힐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생각했다. 그랬는데 그 마음을 알아주시더라.


“반려동물도 행복한 서초” “1인 가구 적극 지원”


Q. 선거 때 많은 공약들을 내놓으셨다. 민선7기에는 어떠한 정책으로 구민들께 봉사하실 생각인지?


A. 지난 4년간 뿌린 씨앗들을 꽃피우고 열매를 맺겠다. 특히 서초에서만큼은 ‘독박육아’가 없도록 서초구청이 같이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서초구만의 특화된 정책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겠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운 워킹맘이었기에 보육문제에 대한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 4년 동안 ‘국공립어린이집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열심히 보육문제를 챙겼다.


(조 구청장은 국공립어린이집을 1년에 10개씩 4년간 40개소를 세워 기존 32개소에서 72개소로 대폭확충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초형모범어린이집 확대로 민간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높이는 한편 전국 최초로 ‘모자보건소·산모돌보미 확대’ ‘손주돌보미 할아버지까지 참여 확대’ 등을 이뤄낸 것으로도 전해진다 - 기자 주)


Q. 새로운 이색사업을 꼽자면?


A. 반려동물 천만시대를 맞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향한 호불호는 여전히 갈려 반려인, 비(非)반려인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초에서만큼은 그런 갈등이 없도록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목표로 ‘반려동물도 행복한 서초’를 만들겠다.


또 요즘 혼합, 혼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1인 가구가 늘었다. 1인 가구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혼자 있을 때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착안했다.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 발맞춰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행정으로 ‘1인 가구 의료안전망 강화’ ‘1인 가구 동아리 지원사업’ 등을 마련해 나가겠다.


▲ 민선6기 시절 미니전기차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빈 조은희 구청장.


“미세먼지·라돈·공사장소음 등 푸른환경과에 많은 미션”
“‘비슷한 출발’ ‘세컨찬스’ ‘액티브시니어’에도 주력”


Q. 특별히 생각하는 정책이 있으시다면?


A. 4년 전 취임 초부터 전기차를 타고 다녔다. 환경문제에 주력하자는 것이었다.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아서 푸른환경과(서초구청 부서 - 기자 주)에 미세먼지, 라돈, 공사장소음 대책 등 미션을 많이 줬다.


미세먼지는 국가에서 하고 시(市)에서 하지만 서초구에서도 어린이집이나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학교에 미세먼지 측정기 등을 보급해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내부에서 실내활동을 하도록 했다.


서울시에서도 대책이 나올 것이고 우리도 발 맞춰서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민선7기 동작·관악구청장 당선인과 3명이 지역방송국 주최로 대담회를 했는데 ‘더푸른서초’에 주안점을 둘 거라고 하자 다른 구청장들도 같이 하자고 했다. 동작·관악 등 인근 구들과도 연대해서 대책을 만들어보려 한다.


또 서초구청에는 밝은미래국이라고 있다. 올해 1월1일 신설했다. 이곳 밝은미래국에도 미션을 강하게 줬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는 아이들 선택이 아니다. 아이들의 출발이 비슷하도록 지원하려 한다. 출발이 똑같을 리는 없지만 누군가가 지원해준다는 걸 느끼는 건 다르다.


아이들의 출발을 비슷하게 해주는 기회뿐만 아니라 성인의 경우 실패하거나 망해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세컨찬스’, 노년을 액티브시니어로 보낼 수 있게 하는 대책 등을 밝은미래국을 통해 추진할 것이다.


“박원순 시장 발언은 선거 레토릭이라 생각”
“서초구 의견 존중해줄 것으로 본다”


Q. 더불어민주당의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성공했다. 서울 25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24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조 청장께서는 유일한 자유한국당 소속 당선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4년 간 서울시와 서초구 간 적잖은 충돌 발생을 예상하기도 하는데 서울시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이신지?


A. 서울시장은 1천만 서울시민의 수장이고 서초구민도 서울시민이다. 서울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민 절반의 지지를 받았다 해서 나머지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표심을 버리시지는 않듯 서울시장과 당적이 다르다 해서 서초구만 외딴 섬으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서울시장은 평소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말해왔다. 그런 점에서 그저 점 하나인 서초구 의견을 존중해 줄 것이라 본다. 선거 때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에서의 “서초구청이 서울시와 갈등을 일으켰다”고 한 박 시장 발언은 선거 레토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박 시장과 잘 소통하고 있고 오히려 서초구에서 제안해서 ‘좋다’하는 긍정적 평가를 많이 받았다. 양재R&CD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가 그 예다. 박 시장이 서초구청에 와서 서초구와 MOU를 맺었고 규모는 두 배로 늘어났다. 또 원지동 서초종합체육관 건축에 특별교부금 17억원(시비 총 239억원 - 기자 주)을 과감히 지원해주기도 했다.


“여야 구분하지 않는 ‘서초黨’”
“서초 거주가 자부심이 되고, ‘서초답다’는 게 긍지 되도록 할 것”


Q. 조은희 구청장께 서초구는 어떤 곳인지? 민선7기 서초구청장으로서의 각오는?


A. 골목골목의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도 정겨운 곳이 서초구다. 그동안 서울시 부시장, 청와대 비서관, 대학교수, 신문기자 등을 거쳤지만 서초구청장 4년이 가장 보람 있고 매일매일 행복했다. 주민분들이 ‘고맙다’ ‘잘한다’ 칭찬해 주실 때마다 힘이 났다.

이번에 더 열심히 잘 하라고 주민분들께서 12년만에 재선 구청장으로 만들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서울시에서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보수의 씨앗으로 주목받는 만큼 모범이 되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


구청장은 선거에서 선출된 ‘행정가’이지 정치가가 아니다. 주민분들은 구청장이 주민 생활불편을 이해해주고 덜어주길 바라지 정치하길 바라지 않는다. 이번에 제게 주신 표의 의미도 더 열심히 잘하라는 격려의 채찍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與野)를 구분하지 않는 ‘서초당’이다.

서초는 올해 개청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100년 서초의 밑그림을 차곡차곡 그려왔듯 서초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두 번째 4년 동안 주민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45만 구민 한 분 한 분을 더 정성껏 섬기겠다. 서초에 산다는 것이 자부심이 되고 ‘서초답다’는 것이 긍지가 되도록 하겠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