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거부… 美 트럼프 행정부, CVID 철회

▲ 붉은 인공기,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악수하는 김정은, 시진핑 국가주석.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한미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현실은 반대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철수를 주장한 가운데 북중 정상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북중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김정은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시 주석은 미북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주한미군은 한국에서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김정은,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기로 했다. 김정은은 ‘기회’를 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수를 요구할 예정이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의 잣대에서 높게 평가했다. “마음이 넓고 배짱이 있어서 말이 통하는 인물”이라고 시 주석에게 설명했다.


북중의 ‘미북 평화협정 체결 후 주한미군 철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미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27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평화협정 시 주한미군 철수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능한 빨리 (주한미군) 병력을 빼내고 싶다”고 말했다.


미북은 이미 평화협정 체결에 합의한 상태다. 지난달 12일 미북정상회담에서 양 측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간 새로운 관계 수립”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주한미군 철수가 언급됐다. 문 대통령에게 통일외교안보 분야 자문역을 하는 문정인 특보는 지난 2월27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워싱턴협의회 주관 평화공감포럼 강연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문재인 정부는 철수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문 대통령 행보는 많은 의문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6.25전쟁 68주년 이튿날인 지난달 26일 미군이 주축이 됐던 유엔연합군 전사자들이 묻힌 부산유엔기념공원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불참 사유로 “폭우와 낙뢰 때문”이라 밝혀 빈축을 샀다. 정부는 대통령 전용기, 헬기 외에 승용차, 열차도 운용하고 있어 설득력이 낮은 해명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난달 28일에는 송영무 국방장관, 매티스 국방장관이 만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환수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전작권 환수 시 전시 한미 연합군 통솔권을 문재인 대통령이 갖게 된다. 평시작전통제권에 이어 전작권까지 문 대통령이 가질 경우 문 특보 말대로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많은 군사·외교전문가들 전망이다.


작년 12월 베이징(北京)대 연설에서는 최근 김정은과 ‘주한미군 철수’ 협력을 약속한 시 주석의 ‘중화몽’ 전략 동참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로, 한국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 중 하나’로 표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중국몽은 ‘중화주의(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상)’를 부활시키겠다는 시 주석 정책이다. 중국은 동북아 주한미군 철수를 중화주의 부활 일환으로 꾸준히 추진해왔다.


미북평화협정에 이어 주한미군 철수까지 추진되는 모양새지만 정작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 주요의제로 꼽혔던 ‘북핵 폐기’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미북정상회담 합의문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가 빠진데 이어 백악관은 최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앞서 북한은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는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해왔다. 사실상 핵폐기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북한은 미북정상회담이 실시된지 한달이 지나도록 폐기 착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가 빠질 경우 북한은 언제든 북핵을 ‘되돌릴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하게 된다. 설사 현재 보유한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한다고 가정해도 기술, 인력, 시설은 고스란히 유지되기에 핵전력 복구는 마음 먹기에 달린다.


북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한반도에서의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힘의 균형이 무너져 한국이 북한, 중국, 러시아 군사동맹의 핵공격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월 ‘부산’ ‘울산’이 핵공격 지점으로 표기된 지도를 김정은이 살피는 장면을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내보냈다. 중국은 한국 영토인 이어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수시로 전략핵폭격기를 우리 측 방공식별구역(KADIZ) 안으로 출격시키고 있다. 러시아 전략핵폭겨기들도 작년 8월의 사례처럼 KADIZ를 수시침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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