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 하지만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謀事在人 成事在天).’ 이 말은 나관중의 삼국연의(三國演義)에 나옵니다. 제갈량이 촉한 소열황제(유비)의 유지를 받들어 저 유명한 출사표를 후주(유선)에게 올리고, 위나라를 치려고 여섯 번 군사를 일으켜 북벌을 감행하였으나 마침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을 가리켜 이 말을 썼다고 하지요. ‘사람이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盡人事待天命).’ 이 말도 일의 성사는 최종적으로 하늘에 달렸다고 보는 동양적 자연 신앙의 표현이라고 해석됩니다. 예로부터 일이 이루어지려면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로, 하늘이 정해준 때를 맞추는 것이 첫 번째로 되어있지요. 아무튼 역사적으로 큰일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고 하는 소박한 믿음에서 나온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크든 작든 일이란 사람이 꾸미는 데서 시작되지요. 아무리 천운이 따른다 해도 사람이 일을 꾸미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법이니까요. 사람이 일을 꾸미는 데는 필수적인 3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그 일을 왜 하는지 명분과 이유, 그 일의 목표와 사람들의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생계를 위해서, 자기가 좋아서 또는 자기가 설정한 삶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일을 합니다. 물론 집단이나 공동체의 독립자존이나 융성발전, 평화번영 등을 위해서 하는 일도 있지요. 둘째는 그 일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자원입니다. 동원 가능한 인적 물적 자원이 일을 성사시키는 기초와 밑받침이 되지요. 셋째는 그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용 가능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동원해서 목표를 달성하고 명분을 살리게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전략을 말하는 것이지요.

현대 정책학 이론은 이 전략의 세부적인 내용을 더욱 발전시켜 기획, 조직, 예산, 통제, 지휘감독, 평가와 피드백의 각 과정별로 논리를 아주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컴퓨터가 일상화되면서는 ‘시스템접근법(Systems Approach)’을 적용하여 투입(Input)-변환(Codversion)-산출(Output)의 전 시스템과정을 환경(Environment)과의 상관관계를 동시에 분석하면서 체계적으로 이론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빅 데이터까지 활용되어 실시간으로 동시, 대량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하지요.

저는 이 전략을 좀 다른 시각에서 세 가지로 단순화시켜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즉 전략의 실제 내용(Contents)과 그 내용의 모양 갖추기(Design 또는 Layout),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Delivery)의 세 단계로 나누는 접근법이지요. 먼저 ‘콘텐츠’에는 목표와 명분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천시와 지리, 인화’를 포함하여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의 세부내용이 구체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레이아웃’은 그 전략이 공감을 받도록 잘 설계되고 일반 사람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설명될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끝으로 ‘딜리버리’에는 언제, 어떤 방법으로, 어떤 순서로, 어느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고 전달하느냐에 관한 실천계획이 잘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혁이나 혁신이란 일에는 또 다른 시각에서 세 가지의 필수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지지와 동참을 이끌어낼 설득력 있는 명분과 목표가 뚜렷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둘째, 추진전략이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로드맵으로 설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이 로드맵에는 현실 여건이나 실제상황을 잘 분석하여, 있을 수 있는 초기반응과 부작용이나 저항, 반대나 역효과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그에 상응한 2차, 3차 대응방안까지 망라되어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최소한 개혁이나 혁신을 주도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기득권을 누리는 집단이나 특정인에 비해 도덕적으로 확실하게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개혁이나 혁신이 구호에 그치거나 실패로 끝나는 경우를 고금동서의 역사가 여러 실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을 성사시키는 3요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야겠지요. 무엇보다 개혁이나 혁신에 필수적인 3요소 중 하나라도 빠져있다면 일의 성사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법입니다. 다 갖춰져 있어도 하늘이 결정적으로 도와주지 않아서 실패하고 마는 사례도 드문 일이 아니지요. 그만큼 중요하고 큰일 일수록 일을 성사시키는 3요소가 필수적이라는 말입니다. 즉, 목숨을 건 의지와 일생을 바칠 각오를 불러일으키는 명분, 정확한 상황판단과 그에 기초한 주도면밀한 전략, 그리고 투명성과 청렴성 등 도덕적 우위가 처음부터 끝까지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런 뒤에야 ‘진인사대천명’을 말할 자격이 생기는 법이지요.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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