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환 교수


지난 5개월간의 공백을 딛고 드디어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명되었다. 아직 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큰 문제가 없는 한 장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초유의 장기간 장관 공백 사태를 맞이하여 농업계에서는 농업 홀대론 등으로 서운한 감정을 들어내기도 했으나 산적한 농정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취임을 앞두고 있는 신임 장관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농업, 농촌분야 현안 과제 몇 가지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임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력 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농촌 노동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에서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은 농가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규모가 큰 전업농 및 법인 농가들은 노동력의 상당부분을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고 인건비 부담이 큰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임 장관은 농업분야 최저 임금의 차등 적용, 외국인 노동력 확대 등 단기 대책은 물론 현재 수작업 위주로 되어 있는 밭농업의 기계화 등 중장기 대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악취 등 축산 환경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양돈을 비롯한 축산업은 국민 영양개선 및 농업소득 증대에 기여해 왔으나 무분별한 축사 확장으로 인한 환경 악화는 농업, 농촌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농업,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국민에게 설파하고 이를 헌법에까지 반영하려는 상황에서 축산 분뇨에 의한 악취는 일반 국민들의 반감을 일으키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농업, 농촌의 가치를 좀 먹게 되므로 이의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 가축 분뇨 자원화, 악취 저감 기술 도입 등 소극적인 해결책 뿐 아니라 인구 밀집지 인근 축산단지의 이전, 축산 농가들의 해외 진출 등 적극적인 대책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농가소득 증대 및 농업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신임 장관은 농산물 유통 및 가공 분야에서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유통분야에서는 경쟁제한적 규제의 철폐가 필요하며, 특히 농산물유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되어 있는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의 철폐가 필요하다. 현재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거래제도의 자유화와 새로운 유통참여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진입제한의 철폐가 필요하다. 아울러 식품가공 분야에서도 엄격한 규제가 농가 소득 증대 기회를 가로 막고 있어 이의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건강기능성 식품의 규제를 개선하여 다양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함으로써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업 분야 규제 개선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성장 전략과 보조를 같이 하여 농식품분야 신성장 동력 창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넷째, 신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관심이 낮은 농협 개혁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농협은 우리 농업 발전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농협 개혁은 상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금융지주, 경제지주 설립을 핵심으로 한 과거 농협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문제점을 냉철히 분석하여 문제점을 보완하고 환경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농협 개혁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주도해서 농협을 개혁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만 자체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사업의 경우 경제지주, 자회사 등으로 방만하게 펼쳐진 사업조직의 슬림화, 효율화와 더불어 중앙회장에 집중된 권력의 분산 및 사업책임자에 의한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이 필요하다. 아울러 직원 위주의 경영으로 농민조합원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농협노조에 의한 약탈적 이익 추구행동 억제와 산지농협의 경우 품목 중심 유통 활성화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다.

다섯째, 4차산업 혁명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첨단기술과의 융복합화된 스마트농업의 확산 등도 필요하다. 스마트 농업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노동력부족, 수급불안정 등 농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서 철저히 민간 주도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의 스마트농업 정책은 기반조성, 연구개발 등 간접적인 지원에 치중하고 실제 사업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외에도 농가소득 증대, 농산물 가격 불안정성 완화, AI와 구제역과 같은 가축전염병 예방, 사회적 농업 확산, 농촌환경 개선, 기업의 농업참여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이 많으나 이들 문제들은 해결에 장시간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이슈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나 이 글에서 시급한 현안 위주로 신임 장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였다. 부디 새롭게 부임하는 농정 최고책임자는 임시방편적, 보여주기식 농정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 농정을 소신껏 펼쳐 우리 농업, 농촌에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 <안양대학교 국제통상유통학과 교수>


필자 약력
△미국 위스콘신대 농업 및 응용경제학과졸(경제학 박사)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농협중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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