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 급급” 서산 주민·시의원 강력성토… 김교현, 사고 이틀 뒤 재계모임 ‘행차’

▲ 롯데케미칼 벤젠 누출 사고 현장(사진=서산소방서).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일각에서 ‘사고 메이커’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롯데케미칼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과거 ‘은폐 시도’ 의혹을 산 대규모 벤젠유출 사고 당시 사장이 ‘축배’를 든 것으로 알려져 처신 논란이 발생할 전망이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1시10분께 전남 여수산단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돌연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신고가 잇따랐다. 롯데케미칼 측은 “일시적 정전으로 인해 일어난 것 같다”며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산단 근로자, 인근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여수시의회 환경복지위는 최근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에 나섰다.


롯데케미칼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15일에는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BTX공장에서 무려 5~6톤(롯데케미칼 추정)의 발암물질 ‘벤젠’이 누출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서산·당진 두 곳의 소방서에서 화학차, 구급차, 제독차 등 20여대가 총출동해 제독·방재작업을 벌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롯데케미칼 측은 즉각 조치에 나서 누출 벤젠 상당량을 회수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일 오후 8시부터 이튿날 오전 8시까지 서산시, 충남도보건환경연구원이 대기이동측정차량을 동원해 롯데케미칼 정문 주차장에서 실시한 오염도 측정에서 3.34ppb의 벤젠 농도가 검출됐다. 단지 중심부인 대산매립장에서 작년 측정한 수치(2.14ppb)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건 ‘은폐 시도 의혹’이다. 지난 1월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가까운 곳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누출됐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뉴스를 통해 알았다” “뭐가 누출됐다고 하는데 대피안내조차 없었다. 방독면이라도 써야 하는데 어디 가서 구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몰랐다” 등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롯데케미칼이 주민들에게 사고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대산농협에서 마련한 설명회에서도 주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성의 없게 답변한다” 등 지적을 쏟아냈다.


같은날 신아일보 보도에서도 한 주민은 “사고 당시 비상경보 등 매뉴얼을 가동하지 않고 일부 주민 몇몇에게만 문자로 누출사고만 알렸다”며 “주민 건강은 안중에 없고 사고 은폐에만 급급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연희 서산시의원도 2월22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벤젠 유출사고 당시에도 기업(롯데케미칼)이나 행정기관은 주민 건강, 안전보다는 사고 은폐에만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성토했다.


벤젠은 본드 용해제, 화학오염물 제거제 등에 쓰이는 대표적 발암물질이다. 대량유출될 시 골수 줄기세포를 파괴해 혈액학적 장애를 일으키거나 암, 빈혈, 급성백혈병 등을 유발한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IARC)는 벤젠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벤젠은 그 독성으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나치독일의 ‘약물사형’에 쓰인 것으로도 알려진다.


▲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그런데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사고가 발생한지 불과 이틀 뒤인 1월17일 재계 거물들이 참가한 모임에서 ‘축배’를 든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날 다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 사장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석유화학협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김 사장이 벤젠 누출사고 현장을 방문했다는 언론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세월호 침몰 당시 수 시간 잠적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론의 지탄 끝에 법정에까지 세워진 전례에 비춰 김 사장의 이같은 처신이 적절하냐는 지적, 잇따른 사고 앞에 대책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익명의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사고 당시 김 사장이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롯데케미칼 사고는 작년~올해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수 언론에 의하면 작년 7월에는 여수산단에서 화학물질 저장소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3월14일에는 마찬가지로 여수산단에서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롯데케미칼과 이탈리아 업체 합작회사) 포장공정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로봇 팔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키워드

#벤젠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