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바뀌는 영어 교육방안으로 학생들과 부모들이 어지l러움증으로..

<정우택 논설위원>
영어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다. 잘 계획되고, 정리된 영어 교육 강화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입술로 하는 영어 교육 방안이 신문의 지면을 어지럽히고 있다. 자고 나면 계획이 바뀌고, 신문마다 보도가 달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어지러움증에 시달릴 정도다.

영어 수업 시간을 2배로 늘인다고 했다가, 2012년부터 고등학교 수업을 아예 영어로 하는 몰입식 교육을 한다고 했다가, 영어만 잘하면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오늘은 또 영어 전용 교사 2만3천명을 양성한다고 했다.

이 명박 당선인과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영어만큼은 확실히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하루가 멀게 영어 교육 방안이 나오고, 하루가 지나면 또 계획이 뒤짚어 지고 있다. 일단 말을 해보고 언론이나 시민들이 반응이 부정적이면 없던 일로 돌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인수위가 하는 걸 보면 교육 문제의 핵심이 마치 영어인 것처럼, 영어만 잘하면 다 되는 것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인수위가 영어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오죽하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영어도 잘해야 되지만 국어도 잘해야 된다고 꼬집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어 교육을 두고 인수위가 오락가락 하는 걸 보면 앞으로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이 걱정되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영어 교육을 강화하는 문제는 인수위가 설칠게 아니라 교육부와 현장의 교사들이 시간을 가지고 실천 가능한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면 되는 일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학벌주의 철폐와 같은 큰 틀은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영어교육 문제를 가지고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고,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는 것은 정말 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큰 숲을 보지 못하고, 숲속에 있는 작은 나무 하나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며 절절 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이 명박 당선인이나 인수위는 숲을 봐야 한다. 숲속에 있는 작은 나무 하나는 나무 가꾸는 사람이 보면 된다는 얘기다.

인수위는 30일 영어교육과 관련된 공청회를 갖는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좋은 의견을 내겠지만 벌써 말이 많다. 전교조와 진보성향의 학부모 단체 등은 초청에서 아예 제외됐다는 보도다. 일부 언론은 코드에 맞는 사람만 불렀다고 꼬집고 있다.

이것도 문제다. 영어 교육의 틀을 짜려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당연히 참여해서 의견을 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다. 이명박 당선인이 '코드'소리를 벌써 듣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영어 교육은 강화돼야 한다. 하지만 영어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인수위 사람들이 주로 대학 교수들로 짜이다 보니 현장의 실무보다 이론 좋아하고, 말 좋아하고, 짜 맞추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영어는 결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이말 저말 둘러 댄다고 영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좀 더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한 번에 딱 내놓고 이를 실천할 수는 없을까? 그래야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믿음을 줄 것이 아닌가. 이경숙 위원장과 인수위에게 영어 교육 강화 방안이 최종 결정 될 때 까지는 제발 입 좀 다물 것을 충고 하고 싶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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