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항 인근 ‘문어밭’ 낚시 인기 “지갑은 무겁게, 두손도 무겁게”

▲ 명절을 앞두고 제사상에 오를 문어(사진) 가격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있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지난 7월 경남 통영 앞바다. 물결 위에 뜬 낚싯배에서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이윽고 오는 입질, 그리고 릴링. 그런데 바늘을 물고 올라오는 물고기가 뭔가 모양이 이상하다. 반질거리는 머리에 여러 개 달린 다리. 그렇다, 바로 문어다.


민족 최대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은근히 제사비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문어를 제사상에 올리는 경북지역은 더더욱 그렇다. 지난 17일 포항죽도시장 기준으로 문어는 1kg에 6만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작년에 비해 약 1만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 올해 전국 평균 제사상 비용이 약 21만원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비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21세기 현재 지갑이 가벼워지는 대신 풍경도 감상하고 손맛도 느낄 겸 ‘직접’ 문어를 잡으러가는 사람들이 있다.


‘돌문어’로 유명한 경남 통영 산양읍 신봉항 인근에는 국내 대표적 ‘문어밭’이 조성돼 있다. 바로 사량도 굴 양식장 근처로 이곳에서는 문어 낚싯배 수십대를 흔히 볼 수 있다.


문어낚시는 통상 루어(가짜미끼) 형태로 이뤄진다. 낚싯대와 채비를 연결하고 바닥까지 늘어뜨린 뒤 액션(채임질)을 하다보면 문어가 덥썩덥썩 문다. 돔, 우럭 등 처럼 강한 입질은 아니지만 두족류 특유의 ‘느릿느릿한’ 입질을 느낄 수 있다. 릴을 감아 올릴때도 별다른 저항은 없다.


언뜻 재미는 없어 보이지만 큼지막한 문어 한마리 넣고 끓인 ‘선상라면’이나 쫄깃한 문어숙회를 먹다 보면 ‘이맛’ 때문에 한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집에 가져간 아이스박스에 담긴 문어들을 보고 좋아하는 가족의 모습은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문어는 타우린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건강식이기도 하다.


프로낚시꾼인 민종홍 씨에 의하면 문어낚시에는 몇가지 주의점이 있다. 우선 채비가 반드시 바닥에 닿아야 한다. 봉돌(추)의 무게로 팽팽하던 낚싯줄이 갑자기 ‘흐느적’ 풀린다면 채비가 바닥에 닿은 것이다.


이렇게 준비가 되면 그때부터는 루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문어를 ‘속여야’ 한다. 이를 위해 낚싯대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 문어가 한창 식사할 시간에는 액션을 크게 하는 게 좋다. 필드상황은 선장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문어가 루어를 물게 되면 강한 저항 대신 ‘느릿느릿한’ 움직임이 손끝으로 감지된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문어가 한창 루어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낚싯대를 올려버리면 문어는 저멀리 달아나고 만다. 반드시 문어가 바늘을 물었을 때 릴링을 해야 한다.


물었다고 확신이 들 때는 만약을 위해 낚싯대를 재빨리 쳐올려 바늘이 문어 입이나 몸통에 확실히 박히도록 하는 게 좋다. 이후 릴을 감아올리면 ‘저항은 없지만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간혹 바다쓰레기, 미역, 불가사리 등이 대신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쓰레기는 육지로 가져가 처분하도록 하고 불가사리는 가급적 ‘말려 죽이도록’ 하자. 불쌍하지만 치어를 먹고 사는 불가사리 개체수가 급증할 경우 물고기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몇마리 잡았다고 번식력이 왕성한 불가사리가 멸종할 일은 없으니 염려하지 말도록 하자.


▲ 낚시로 잡은 문어를 들고 포즈를 취한 여성 강태공.


제사상에 올릴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문어는 과거에도 ‘귀한 몸’이었다. 조선시대 문어는 중국 황제에게 따로 진상할 정도로 고가식재료였다. 때문에 문어에 얽힌 갖가지 에피소드들도 있다.


세종 때는 이조판서를 지낸 홍여방 선생이 경상도감사 재임 시절 진헌하는 문어가 정결하지 못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파직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세종 때 좌의정을 지낸 신개 선생은 후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대사헌 시절 문어 ‘두 마리’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울릉도에는 ‘문어소고기볶음’이라는 이색요리도 있었다. 18세기 서적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나오는 한 요리는 문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달궈진 솥에 기름과 술을 두르고 빠르게 볶아낸 뒤 반쯤 익었을 때 장물과 양념을 넣고 끓여 먹는 방식이다. 여기에 소고기를 넣은 게 ‘문어소고기볶음’이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제주, 호남에는 ‘문어죽’도 있다. 문어를 깨끗이 씻어 절구에 찧은 뒤 참기름을 둘러 볶아낸 쌀에 넣어 끓여내는 형태다. ‘문어해장국’도 있는데 문어가 익으면 건져내 알맞은 크기로 썬 다음 다시국물에 넣어 끓인 뒤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파, 마늘로 마무리하는 음식이다.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추석 제사상 가격부담도 덜어주고 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은 물론 건강과 맛까지 챙겨주는 문어낚시. 물론 동행하는 가족 수, 조과에 따라 낚싯배 승선요금이 문어값보다 더 나올 수도 있지만 추억과 뿌듯함은 돈과는 맞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통영 등 전국 문어낚시 포인트를 찾아 ‘창의력 있는 명절’을 지내봄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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