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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전세계 조폭 근거지를 가다 - 레드마피아·무기상 (下)

    ‘유럽 지하경제’ 장악한 레드마피아와 ‘모든 폭력의 아버지’ 무기상
    기사입력 2018.10.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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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jpg▲ 레드마피아 조직원들. 앞에 앉은 남성은 실은 교도관이다.
     

    소비에트연방의 잔해에서 태동한 레드마피아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레드마피아(Red Mafia)는 러시아 등 슬라브계 조직폭력단을 통칭한다. 마약카르텔(Drug Cartel)이 장악한 아메리카대륙, 삼합회(三合會)·야쿠자(やくざ) 등이 버티고 있는 동아시아 대신 유럽 지하경제를 휘어잡고 있다.

    전세계 조직폭력단 중 정치권과의 유착 면에서 ‘1등’은 단연 레드마피아다. 레드마피아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러시아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잘 알려지다시피 러시아는 1917년 블라디미르 레닌(Vladimir Lenin) 등 볼셰비키(Bolsheviki. 급진 공산혁명 세력)에 의해 발발한 10월혁명(볼셰비키혁명)으로 로마노프(Romanov) 왕조가 붕괴되고 소련공산당 1당 독재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레닌은 물론 그의 뒤를 이어 1인 독재체제를 수립한 ‘강철의 대원수’ 이오시프 스탈린(Iosif Stalin)은 ‘자본주의 반동’ ‘미제(美帝) 간첩’을 색출한다는 구실로 정적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제정러시아에서 군권을 쥐었던 군인들도 대거 혹한의 시베리아 굴라그(Gulag.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가 ‘사상교육’을 빙자한 구타 끝에 줄줄이 죽어나갔다. 얼마나 숙청됐냐면 후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나치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자 맞서 싸울 지휘관이 부족하다고 측근이 하소연 할 정도였다.

    이같은 피비린내 나는 ‘사회 정화작업’ 속에서 사회 최고 밑바닥의 ‘조폭’이라고 무사할 리 없었다. 제정러시아 귀족과 멘셰비키(Mensheviki)·트로츠키(Trotsky)주의자 등 정치인·학자, 언론인, 군인, 무고한 시민에 조폭과 속칭 ‘양아치’까지 합쳐 스탈린 치하에서 숙청된 인구가 무려 ‘2000만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소련, 중국 등 공산국가들이 조직폭력에 민감한 것은 그들이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인간성을 극도로 말살하는 전체주의 하에서 ‘일탈’은 허가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명의 일탈을 묵인하면 마을이 일탈하게 되고 나아가 도시가 일탈하게 된다. ‘모두가 공평하게 나눈다’는 미명 하에 콜호스(Kolkhoz. 집단농장) 등을 운용한 공산권 입장에서 그 누구보다 ‘이윤’에 집착하는 조폭은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인 셈이다.

    더구나 ‘공평한 분배’에 공정함을 기한다는 이유로 온 나라의 자산을 한 곳에 끌어모은 뒤 대다수를 ‘착복’하고 극소수만 국민에게 ‘공평하게’ 배급하면서 “이게 다 미국 때문이다”를 외치는 독재자 입장에서는 자기 밥그릇이 줄어들게 된다. 붉은군대, 인민해방군 등 ‘당(黨)의 군대’라 쓰고 ‘합법적 사병조직’이라 읽는 무리들과 국가보안위원회(KGB), 국가안전부(MSS) 등 ‘국가 공인 폭력조직’이 있기에 공산독재 정권으로서는 조폭과 유착할 필요성도 거의 없다.

    2.jpg▲ 푸틴 시대 들어 부활한 붉은군대(Red Army) 행군 퍼레이드.
     

    그렇게 철저히 음지에서 움직이던 슬라브계 조폭들이 양지로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한 계기는 1991년 12월 소련 붕괴다. 하루아침에 나라가 사라지고 러시아 전역은 10월혁명 때와 견줄만한 사회적 혼란에 휩싸인다. 길거리에는 실업자들이 쏟아져나왔으며 자본주의로의 급격한 체제전환 하에서 해외자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합법적 회사’를 차릴 수 있게 된 레드마피아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반쯤 무정부상태인 상황에서 직장을 잃은 붉은군대·KGB 출신 ‘인간백정’들과 석·박사급 고급인재들을 영입하는 한편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레드마피아가 러시아 경제를 급속도로 장악하는 가운데 정부도 자의반 타의반 이들과 물밑에서 협력했다. 조폭은 정치인에게 거액을 ‘상납’하면서 동시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정치인은 조폭의 뒤를 봐주는 전형적인 부패의 형국이 펼쳐졌다. KGB의 후신(後身)인 연방보안국(FSB) 내부문건에 의하면 레드마피아는 한때 러시아 GDP의 40% 이상을 장악했다.

    소련 군부(軍部) 쿠데타를 무혈(無血)저지한 영웅이자 보드카 중독자였던 러시아연방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은 이를 저지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소련의 억압적인 체제 하에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게 된 러시아 국민들은 올리가르히(Oligarch. 신흥재벌)들의 횡포를 자본주의의 한 단면 쯤으로 이해했다.

    이같은 혼란을 ‘정리’한 건 사실상 ‘21세기 차르(Tsar. 황제)’로 등극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다. KGB 출신인 그는 실세총리와 대통령을 오가면서 1999년부터 오늘날까지 장기집권하는 과정에서 스탈린에 버금가는 숙청을 실시했다. 많은 올리가르히들이 실종되거나 재산을 압류당한 채 해외로 망명했다. 푸틴의 심기를 건드린 자는 ‘공개처형’됐다. 2006년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FSB 요원을 ‘방사능을 탄 홍차’로 암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에는 사병조직인 대통령 직속 ‘국가근위대’ 창설을 공식화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쓸모 있는’ 레드마피아들은 살아남았다.

    오늘날 레드마피아는 ‘정권 비호’ 아래 러시아 내부는 물론 전 유럽 암흑가를 지배하면서 마약, 살인, 탈세, 밀수, 인신매매 등 온갖 범죄에 개입하고 있다. 심지어 ‘핵물질’ 밀거래를 한 정황도 있다.

    이들은 동아시아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 장소는 다름아닌 ‘부산’이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부산 동구 초량동의 속칭 ‘텍OO촌’에서는 말단 조직원이 취객들에게 ‘권총’ 구매를 권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4월17일에는 레드마피아 조직 간 항쟁이 벌어져 수산업체 관계자로 위장하고 입국한 한 조직원이 부산 도심 아파트에서 권총에 살해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근절은 어려운 형편이지만 우리 역대 치안당국의 노력으로 이들은 적어도 한국 민간인들에게는 손 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3.jpg▲ 자동소총을 든 채 전방을 경계하는 어린이들. 핸드폰이나 태블릿PC를 갖고 노는 여느 문명권 아이들과의 눈빛과는 사뭇 다르다.
     

    “죽음을 판다” 무기상을 상징하는 ‘피의 다이아몬드’

    ‘군인’은 매춘 등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인류의 직업 중 하나다. 인류는 이미 두 발로 일어서기 전부터 서로의 먹이를 빼앗기 위해 ‘살인’이라는 행위를 했다. ‘지능’을 갖춘 뒤로는 문명의 발전에 따라 채집물, 곡식, 영토, 자본을 빼앗기 위해 전쟁을 행했다.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무수한 살육의 과정에서 ‘무기’가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그리고 ‘유통업’도 성행했다.

    바로 이 무기 유통업자가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무기상이다. 오늘날 무기거래는 하나의 ‘비즈니스’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군대를 육성하고 있으며, 동구권 어느 나라에서는 늘씬한 여성모델들이 정장 차림의 바이어들에게 전차·장갑차를 소개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는 10살도 안 된 남자아이가 흙투성이 군복을 입은 채 자동소총을 겨누고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

    거기다 무기는 ‘소모품’이다. 무기는 언젠가는 반드시 고장나며 엄청난 규모의 탄약을 필요로 한다. 탄약은 순식간에 소모된다. 월남전에서 미군이 적 1명을 사살하는데 약 2만발의 탄약이 쓰였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탐욕과 복수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람은 죽지만 그의 아들이, 그의 손자가 대를 이어 전장으로 나선다.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무기공장의 불빛은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그나마 총기 청정지역이라 실감이 안갈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곳곳의 분쟁·범죄지역에서 ‘수억 명’이 ‘그 짓’을 하고 있다. 무기거래가 천문학적 규모로 흥하는 이유다.

    대개 무기거래는 국가 대 국가 단위로 ‘합법적으로’ 이뤄진다. 러시아와의 불곰사업 등을 통해 자동소총, 장갑차, 탱크, 자주포, 순항·탄도미사일 등 무수한 무기의 제조기술을 확보한 우리나라도 세계 톱 수준의 무기수출국이다. 국가 단위에서는 ‘학살’이 아닌 ‘국방’에 초점을 맞추고 무기와 현금이 맞바꿔진다. 때로는 ‘합법적인’ 로비스트가 개입해 원활한 거래를 중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은 죽여야 하는데 국제사회로부터 낙인 찍혔으면서 자체적 무기생산 역량을 갖추지 못한 세력, 예를 들어 아프리카 군벌이나 소말리아·말라카해협 해적, 각종 반군·테러조직·조직폭력단은 무기를 ‘합법적으로’ 수입하기 어렵다. 무기상은 이같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아프리카 군벌의 경우 현금 대신 ‘다이아몬드’로 대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잦다. 시중에 내놓을 경우 원가보다 수십~수백배의 이윤을 챙길 수 있다. 이른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다. 최소한의 윤리나 양심마저 잊은 무기상들로서는 ‘고객’이 이 무기로 대체 무슨 짓을 할 것인가는 관심밖이 될 수밖에 없다.

    무기상들은 경쟁상대 제거 등 필요에 따라서는 스스로 손에 피를 묻기히도 한다. 또 국가와 유엔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단히 은밀한 유통조직을 갖춘다. 조직폭력단 개념에 완벽히 부합한다.

    4.jpg▲ 보스니아내전 당시의 합동장례식.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웃이었던 무슬림·기독교인들이 하루아침에 적이 돼 ‘인종청소’라는 이름 하에 서로를 죽이고 죽는 대학살극을 저질렀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참극이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기상은 소련 KGB 출신의 빅토르 부트(Viktor Bout)다. KGB 시절 앙골라 등에서 근무하면서 무기·석유밀매 ‘노하우’를 쌓은 그는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되고 순식간에 ‘고철’ 신세가 돼 창고에 처박힌 채 잊혀진 엄청난 규모의 무기들을 빼돌려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행정부와 사법체계가 사라진 이상 그를 처벌할 주체도, 근거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충성의 대상을 잃고 실업자가 된 많은 고위급 군인들이 그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부트의 무기밀매는 대단히 지능적이었다. 세계 주요국은 물론 유엔 내부에도 ‘협력자’를 심었다. 이 협력자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수사정보를 사전입수해 번번히 추적망을 피했다. 합법적 화물선으로 위장한 선박은 물론 자신이 소유한 항공사들도 밀매에 동원했다. 이동 시에는 수십 개의 가명과 여권을 사용했다. 실상 러시아 등 주요국 정부 고위인사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수법들이었다. 이 과정은 2005년 헐리웃영화 ‘로드 오브 워’에서 비교적 상세히 묘사되고 있다.

    그가 무기상인으로 활동한 20년간 벌어들인 돈은 ‘순수익’만 ‘60억달러(약 6조7400억원)’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이 정도이며 주요국 협력자들에게 건네진 돈, 세계 각국 은행에 숨겨진 검은 돈을 합치면 몇 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미 마약왕들 재산 규모에 못지 않거나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렇게 ‘높으신 분들’의 ‘지갑’을 책임지던 그가 공공의 적으로 ‘찍히게’ 된 계기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의 거래다. 부트는 심지어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에게도 무기를 팔아넘긴 것으로 알려진다. 전세계인이 발칵 뒤집어져 공분하는 가운데 주요국 고위층 협력자들도 이것 만큼은 손을 쓸 수가 없었으리라. 그들이 ‘입 닦고’ 부트에게 모종의 ‘압력’을 가하거나 ‘약속’을 한 뒤 전화를 끊는 장면을 어렵지않게 그려 볼 수 있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무기상이라 하더라도 국가 공권력, 그것도 미국에 대항해서 무사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결국 그는 2008년 3월 콜롬비아 반군조직인 무장혁명군(FARC)과의 거래를 위해 태국에 입국했다가 미국 마약단속국(DEA)에 검거돼 현지 사법당국에 넘겨졌다. 태국 법원은 2010년 8월 부트를 미국으로 추방할 것을 판결했으며 그는 2012년 ‘25년형’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복역 중이다. 하지만 재산몰수는 ‘1500만달러(약 169억원)’에 그쳤다.

    부트는 사라졌지만 무기와 사람은 남았다. 그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무기시장은 또다른 무기상들이 갈라먹기 시작했다. 부트가 감옥에 수감된 그해 영국에서는 북한과 아제르바이잔 간 무기거래를 중개하려던 마이클 렌제르라는 인물이 체포됐다. 이듬해에는 나이지리아에서 두 명의 이란인이 무기밀매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8월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이 미 행정부에 부트의 ‘석방’을 요구했다. 피의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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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김성기 칼럼] 소주성, 탈원전에 죽창가까지
  • 김성기 부회장|2019-07-23
  • 가끔 지인들과 만나면 건강문제를 비롯한 개인사가 입에 오르기 시작해 개인사업과 나라 살림 얘기로 범위가 넓어진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손님들이 빠져나가 식당이 한가해질 즈음엔 몇 번 안면을 익힌 음식점 주인까지 끼어들어 장사 걱정에 한마디 거든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에 최저임금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종업원을 줄였는데 주 52시간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저녁 손님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자신은 점심 장사로 어렵게 버텨가고 있지만 저녁 매상 위주로 술과 안주 등을 팔아온 다른 점포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노래방 같은 단체손님 위주의 업소는 임대료를 내지못해 폐업한 곳이 널렸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대로 길 건너편 점포들을 보니 불 꺼진 곳이 적지 않다. 신문이나 방송에 이미 보도된 현상이지만 어둑해질 무렵 주인 없는 점포들이 더욱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탈(脫)원전과 4대강 보(洑)철거 등 현 정부의 주요 정책도 관련 업계와 전문가는 물론 주민 반발을 더해 혼란과 부작용을 부추긴다. 각종 여론 조사를 통해 탈원전에 반대하는 민심이 확인된데 이어 반대서명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원전 대신 원가가 비싼 LNG 등 발전을 늘린 이후 한국전력 경영이 급격히 악화돼 전기요금 인상이 거론될 지경에 이르렀다. 소액주주들은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환경단체 의견을 들어 4대강 보 철거방침을 밝혔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충남 공주와 전남 나주에 이어 경북 칠곡에서도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철거반대 운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보 덕분에 가뭄과 홍수 걱정에서 벗어나게 됐는데 정부가 현지 실정을 외면하고 보 철거를 강행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대일본 관계가 대결로 치달으면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시작된 일본 경제 보복 조치가 아베 정권의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는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모임을 갖고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언론 발표문’을 냈다. 보복이 다시 보복을 부르는 식으로 확산돼 양국 모두 피해를 입고 감정대결로 폭발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사태를 더 키워 대결을 조장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민주당에서는 일본에 맞서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3일 SNS에 1980년대 운동권 노래 ‘죽창가’를 올렸다. 조 수석은 청와대 여야 회동에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한 직후 “양국간 경제전쟁에서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가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20일에는 강제징용에 관한 대법원 배상판결을 비난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친일파’라고 매도했다. ‘애국’과 ‘이적’으로 편가르기 하는 식을 넘어 거의 국민을 겁박하는 수준이다. 일본과 경제전쟁을 하고 있는데 정부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국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의 불일치에 따른 외교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후속대책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의 발언은 이런 여론까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으로 몰아 ‘친일파’로 도배하려는 저의가 보인다. 이런 공세가 지지층을 결집시켜 내년 4월 총선에서 정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으나 한일 국민감정을 악화시켜 무역과 관광 등 민간교류와 협력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올들어 4월까지 한국수출은 1815억달러로 6.9% 감소해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여기다가 일본 경제보복과 민간교류 위축의 영향까지 반영되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가 얼마나 침체를 겪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대일무역과 관광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생업이 어려워져 또 어떤 고역을 치러야 할지 걱정이 크다. 소주성과 탈원전, 보철거에 흔들리는 민심에 죽창가까지 따라 부르라고 확성기를 높이 틀어주면 그 영향이 어디로 미칠까? 과연 계산대로 정부 여당에 총선 승리 선물을 안겨줄지 의문이다. 일본의 보복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앞장서 갈등의 판을 키워 자해할 이유도 없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데스크 칼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정부가 취해야 할 자세
  • 김충식 편집국장|2019-07-20
  •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지 6개월이 지났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 이유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 줌으로써 그동안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한 후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채택했다. 지난 16일 국무조정실은 규제 샌드박스 시행된지 6개월만에 총81건의 과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주요성과 중 금융혁신 분야가 46%를 차지했고 중소기업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또 공유경제, 블록체인,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시험 무대로 사회적 갈등과제 등 오랜기간 해묵은 과제들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다소 아리송하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유경제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시험무대라하면 이들이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공유경제의 핵심 사안으로 떠 오른 ‘타다’ 서비스의 경우 기득권층이 양보하지 않아 공유경제의 새로운 서비스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앞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운송사업 허가를 내주기로 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는 사업 규모에 따라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 형태로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이 돈을 이용해 매년 일정 규모의 택시면허를 사들이고 플랫폼 사업자에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결국 렌터카를 활용한 운송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다’는 제도권에 들어와 합법 영업을 하려면 차량 구입비, 면허 매입비 등 최소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공유경제를 ‘정치논리’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앞선다. 타다에서 영업하는 사람들보다 택시 기사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에 대해 이민화 교수(KAIST)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의) 4차 산업 혁명은 죽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민화 교수는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공유를 통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혁신을 촉발하여 사회적 가치창출과 가치분배를 선순환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 본질”이라고 설명하고 “기존 사업자의 지대(地代)추구에 정치권이 동조하는 환경에서 혁신의 씨앗이 자랄 수 없음은 불을 보듯이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방안이 발표되자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는 “기존 제도와 기존 이해관계 중심의 한계가 있는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기존 택시 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기존 택시 사업과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을 포함해 국민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규제로 인해 4차 산업 혁명의 대명사로 떠오른 ‘공유경제’의 흥망이 기로에 선 가운데 지난 17일 대한상의가 주최한 제주포럼 개막식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규제가 기업인의 발목을 옭아맨다”고 호소하며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규제 플랫폼부터 재점검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가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서 규제 샌드박스를 설명했더니, 한국이 영국보다 광범위하게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사실에 대해서 놀라더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전했다. 박용만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규제 개혁을) 많이 했다(고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체감하는 변화가 많지 않다고 한다”며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규제만 없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업과 정부관료와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는 시각을 보여준 사례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기존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나 택시업계가 반대하는 공유 차량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은 정부가 기존 기득권자 편에서 정치논리를 펼 때가 아니라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정부의 모습을 보면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정부의 역할이 기업죽이기로 보여서야 되겠나? 규제하나 풀었줬을 뿐인데 박용만 회장이 "공무원 업고 다니고 싶다"고 한 말은 역으로 정부의 규제로 인해 사업을 펼칠 수 없는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미래의 먹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권순직 칼럼] ‘사람 중심 경제’ 표류의 원인
  • 권순직 논설주간|2019-07-18
  •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를 두 번째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240원)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된데 대해 지난 14일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김상조 정책실장을 통해 말했다. 대통령은 작년 7월에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목표달성에 실패했다며 사과했었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뒤늦게나마 인식하고 속도조절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김 실장은 설명에서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표준고용계약’ 틀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나,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표준고용계약 틀 밖에 있는 분들에게 큰 부담이 됐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반성했다. 그는 이어 “건강보험료 지원 등을 통하여 보완책을 마련하고 충격 최소화에 노력했지만 구석구석 다 살피기에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책 실패를 자인(自認)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폐기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비롯, 주 52시간 근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을 위한 정책 중심의 ‘사람 중심 경제’(J노믹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이다. 이들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과 반발이 표출됐고, 사회적 갈등 또한 깊어졌다. 이들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도 많았겠지만 부정적인 목소리가 더 컸던 것은 정책 수립과 추진과정이 치밀하지 못했고, 현장을 경시한 정책당국자들의 자세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J노믹스의 원설계자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꼽힌다. 그는 문재인 대선캠프 경제팀의 좌장 격이었으며, 주요 공약 마련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의장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정책입안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물러났다. 문 대통령 취임 후 2017년 12월 27일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대통령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서 일자리 축소 없이 최저임금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고, 대통령의 사과로 이어진다. 선(善)한 의지, 그러나 세련함이 부족 김광두 교수는 “현 정부의 선(善)한 의지는 인정하지만 세련됨이 부족했다” “현 정부가 정책을 원(原)설계에서 많이 바꾼데다 실행 과정에서도 우리가 처한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lt;7월16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gt; 아픈 지적이다. 의도는 좋지만 이를 시행 추진하는 정책당국자들의 무능 때문에 긍정효과보다 부정효과가 더 두드러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J노믹스의 설계자이면서도 비판론자인 김교수의 지적을 이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는다면 지난 2년여의 시행착오가 거듭될 공산이 크고, 그런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힘든 계층의 어려움만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정책의 문제와 관련, 초기 이 정책을 주도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문제점을 꼽는다. “...장전실장은 원래 기업 내 분배 쪽에 관심이 더 많다보니, 분배에서 노동자가 너무 적게 받는게 아닌가, 그걸 고치는게 정의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인식이 조금 정확하지 못했던 게 우리나라는 영세 기업이 엄청 많다. 그들의 소화능력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나타나는 부작용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풀어 도와주면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한 게 아닌가..”라는 것이 김 교수의 지적이다. 사람중심 경제를 편다는데 왜 서민층은 더 힘들어 지는가. 원설계에서는 사람의 능력을 올려주면 근로자는 소득이, 기업은 경쟁력이 올라간다. 기업 경쟁력이 오르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렇게 가자는 것이 사람중심 경제인데 실제로는 임금 보조해주고 올려주는 식으로 바뀌었다. 임금을 올려주더라도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병행됐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다는 것이 김 교수 평가다. 누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제는 방향이 갈린다. 지도자가 누구에게 이 중책을 맡기느냐가 중요하다. 잘못된 이념을, 아니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을 가진 사람이 주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때 시행착오는 뻔하다. 시행착오 과정에서 피해는 어려운 계층일수록 더 크다.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 [박현채 칼럼] 민낯이 드러난 한국의 부품·소재산업
  • 박현채 주필|2019-07-12
  •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우리의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대통령이 한·일 무역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맞불 대응이나 불매운동 등 감정적 대응을 우선하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고 외교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로 한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지금의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는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하여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관세전쟁은 대응할 여지가 있어 어느 정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중간재 공급을 차단해 생산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분쟁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무척 크다. 우리는 최근 수년간 한국산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등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마치 1등 산업국가가 된 것처럼 자신감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주요 소재·부품이 주로 일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3대 수출 규제 품목의 일본 의존도도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가 93.7%, 포토레지스트가 91.9%, 고순도 불화수소인 에칭가스가 43.9%에 달한다. 반도체 분야만 보더라도 장비·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이 절반에 훨씬 못미친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부품·소재산업의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정책을 본격화했다. 국내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지 않고서는 날로 커지는 대일 무역 역조를 해소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 종속을 영원히 피할 수 없다고 판단,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전략을 이 즈음부터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한국이 부품·소재 산업에서 영원히 일본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본에서 제기되자 2001년에 ‘부품소재전문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제정하면서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도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수지는 지금까지 만년 적자 상태다.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국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튼튼한 기초과학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성과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서 부품.소재 국산화비율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었고 중국 등지로의 중간재 수출도 많이 늘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실정이 이러하니 일본의 보복에 한국이 수출 규제로 맞대응할 경우 한국이 불리하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는 한국의 맞대응이 강화될수록 한국의 손실 폭은 커지는 반면에 일본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일본 수출기업들의 한국내 독점적 지위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대일 수출규제를 강화하면 일본은 한국에서 수입하던 물량을 상당부분 일본 내수기업이나 중국 기업 등으로부터 대체 조달할 수 있으나 우리는 그렇게 못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11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한테는 241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흑자를 냈고 이 중 151억 달러가 소재.부품 분야에서 달성됐다. 우리한테 부품 등을 팔지 못하면 무역적자가 더 커져 일본 경제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처지이기 때문에 사태의 장기화는 양국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일본의 이번 보복 조치를 계기로 부품·소재·장비 산업 육성을 국가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예산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 우리 산업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금명간 부품·소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부품·소재·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앞장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핵심 소재와 부품 개발이 정부의 의지대로 그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프리미엄 핵심 소재는 특허 문제로 국산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할 경우 미세한 차이만으로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는 등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도 많이 걸린다. 과거 남미 국가들이 그랬듯이 경쟁력 강화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해 이익을 내려는 부실기업이 양산될 수도 있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기자수첩
  • [기자수첩] 혁신보다는 ‘총선’이 중요한가 봅니다
  • 김태문 기자|2019-07-23
  • 최근 국토교통부가 불법 논란을 빚던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운송사업 허가를 내주는 것을 골자로 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하 상생안)을 발표했다. 제도적 틀 안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상생안은 지난 3월 7일 정부와 여당, 택시업계, 모빌리티 업계 간에 이룬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첫 후속조치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 편익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택시업계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번 상생안으로 최대 직격탄을 맞은건 ‘타다’다. 상생안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일정한 기여금을 내야 제도권 안에서 영업을 허가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돈으로 매년 일정 규모의 택시면허를 사들이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사업에 진입할 플랫폼 사업자는 영업차량 대수만큼 택시면허를 사들이거나 대여해야 한다. 또 플랫폼 기사는 택시면허 보유자로 제한했다. 렌터카를 활용하는 방안도 이번 상생안에는 포함되지 않아 플랫폼 사업자는 차량을 직접 구입해야 한다. 렌터카를 금지한 이유는 택시업계의 반대 때문이다. 이번 상생안을 접한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플랫폼 사업자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려면 사실상 ‘택시회사’를 하나 차리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 박재욱 대표는 “기존 택시 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타다는 서울 등에서 약 1000여대의 승합차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차량들은 모두 VCNC의 모회사 쏘카에서 렌트한 것이다. 타다는 렌트카와 기사를 한 번에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타다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쏘카의 차량을 매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타다가 차량을 직접 보유할 경우 최소 300억원의 차량 매입 비용이 든다. 여기에 차량 수만큼 택시면허를 얻으려면 추가로 수백억원, 택시기사 자격증 보유 기사로 교체하는데도 상당한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번 상생안 발표로 제도권에 들어오는 문은 열어줬지만 문턱은 더욱 높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력을 확보한 업체만 운송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기업에게는 진입장벽에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신규 사업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국토부가 내놓은 이번 상생안을 보면 정치적 목적이 담겼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정부가 연일 혁신을 외치는 것과 달리 시대를 역행하는 이러한 결과가 도출됐다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주요 표밭인 택시업계를 의식한 것이라는 의심이다. 현재 전국에서는 약 26만대의 택시가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수가 2.5명(통계청)인 것을 고려하면 택시업계는 약 65만표를 쥐고 있는 셈이다. 타다는 기껏해야 약 3만표, 모빌리티 업계 전체를 합쳐도 택시업계와 상대가 안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토부가 이번 상생안 발표 말미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직 세부적인 룰은 정해지지 않았다. 렌터카 허용 여부도 추후 실무기구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고 한다. 정부가 앞으로 있을 실무기구에서 소비자 편익을 우선으로 하고 혁신과 상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성찰해 보길 바란다. 정부가 말하는 상생이 총선을 앞둔 상황에 기존 이해관계의 손을 들어주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혁신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기자수첩]'무사안일주의'가 키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 권규홍 기자|2019-07-07
  • 지난 5월 인천에서 시작돼 한 달 넘게 이어진 ‘붉은 수돗물’ 사태는 환경부 조사에 의해 결국 인재로 드러났다. 또 인천시 공무원들의 기강 해이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발단은 지난 5월 30일 인천광역시 서구 주민들은 수도꼭지에서 붉은 물이 나오자 구청과 인천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인천시는 원인을 알아보겠다고 하고 무려 한달 가까이 이 문제를 방치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민들의 불만은 커졌다. 집에서는 물을 가정용수로 쓸 수 없었다. 집뿐만이 아니였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제공할 급식을 만들 수 없었다. 학교들은 임시방편으로 생수를 대량으로 구매해 급식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분노한 시민들 2천여명은 인천 완정역에서 인천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남춘 시장은 첫 민원이 제기된지 18일이나 지난 6월 17일 인천시민들에게 공개사과하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공촌 정수장을 시찰하는 등 뒤늦게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인천시와 환경부의 공동조사결과 붉은 물은 녹물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이 사건의 원인으로 매뉴얼을 무시한 무리한 공정과 인천시의 안일한 초동대처가 사태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환경부는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을 중단하자 인근 정수장물을 수계 전환하는 과정에서 붉은 물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유속이 2배 이상 증가했고, 침전물이 떠올라 혼탁한 물이 상수도로 공급됐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불구하고 인천시의 사전 대비와 미흡한 초동대처가 사건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매뉴얼이나 다름없는 ‘국가건설기준 상수도공사 표준시방서’의 원칙을 무시한 채 밸브 조작 위주의 대책으로만 사건을 해결하려했다. 이뿐만 아니였다. 인천시 공무원들은 정수장의 탁도계가 고장난 것도, 원인이 된 수계전환 방식에도 제대로 된 인지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환경부는 현장조사 당시에도 “관련 공무원, 담당자들이 제대로 답을 하지않고 숨기고 은폐하는 등의 모습까지 보였다”며 “인천 수돗물 사태는 100% 인재”라며 인천시 공무원들을 꾸짖었다.  결국 박 시장은 인천 상수도사업본부장, 공천정수사업소장을 직위해제하고 정수장과 배수장, 배수관과 송수관의 정화작업을 실시했다. 이물질 배출 송수관의 방류, 수질 모니터링 등을 강화 하기로 뒤늦게 대책을 세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뒤늦은 땜질 처방에 분노한 인천시민들은 박 시장을 비롯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부분의 시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인천을 넘어 서울시 문래동, 양평동을 비롯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과 서면 등지에서도 줄줄이 이어지며 해당 지자체는 일제히 노후 하수도관을 점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 점검을 한 뒤 이번 기회에 서울의 노후화된 하수도관을 대거 교체하겠다며 정부에 긴급 재정을 요청 했다. 공무원, 국민들을 생각하는 ‘행정’ 펼쳐야 환경부가 밝혔듯이 이번 사태는 철저한 ‘인재’다. 공무원들의 안일한 행정이 국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게 했다.  인천시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몰랐고 사고가 터져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인천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박남춘 시장의 인천시 행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평소에도 꼼꼼하지 못한 행정지도때문에 인천시 공직사회의 기강이 해이해져 붉은 수돗물 사태가 터졌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들의 바른 몸가짐과 맡은 일에 대한 근면한 태도는 국가 시스템의 출발점이다. 국민들을 대신해 국가의 일을 처리해야 할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주의와 복지부동, 그리고 마음에서 부터의 부패는 곧 국가의 패망으로 이어진다.  일찍이 조선시대의 유명한 문신 정약용은 자신의 저서 ‘목민심서’를 통해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적했다. 정약용은 예제(禮際)를 통해 공무원이 백성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겸손해야 하며, 수법(守法)을 통해서는 법을 잘 지킴과 동시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점에 미뤄보면 인천시 공무원들은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알아보겠다는 말만 내놓은채 시민들의 말을 무시한채 시간만 허비했고, 잘못된 관행이 있었음에도 불구 이것이 잘못된 것인지 조차도 몰랐고 바로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태가 커져 조사가 시작되자 변명과 거짓으로 일관했고 사건을 은폐하려고까지 했다. 공무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국가의 일을 하는 직책이다. 자신들이 국민의 머리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대단히 큰 착각을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런 공무원들을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날은 갈수록 더워지고 시간은 어느새 한 여름의 한복판으로 달려가고 있다. 물이 없이는 하루도 살수 없는 계절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원들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 [기자수첩] 5G폰으로 바꿀 생각 있냐는 질문에 ‘싫다’고 답했다
  • 유한일 기자|2019-06-27
  • 최근 퇴근 후 가진 술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5G로 갈아탔어”라며 새 스마트폰을 자랑했다. 5G폰을 이리저리 만져본 기자는 “잘터져?”라고 질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니”였다. 5G 서비스는 지난 4월 3일 상용화한 이후 69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5G는 출시 초기부터 현재까지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신 속도다. 5G 서비스 수신 가능범위(커버리지) 등 통신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5G 기지국은 지난 10일 기준 6만1246국(장치 수 14만3257개)이 구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수도권 및 전국 주요 도심 일부에만 몰려있다. 아직까지도 뽐뿌 등 스마트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5G가 터지지 않는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껏 5G폰을 구매해놓고 LTE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정부는 5G 전국망 구축 완료 시점을 오는 2022년으로 보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5G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이 약 3년이나 남았다는 뜻이다. 이동통신 3사 역시 올 연말까지 커버리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연말까지 LTE 수준의 통신을 이용하라는 말로 밖에 안들린다. 특히 5G는 실내에서 더 취약하다. 이통 3사는 이달부터 공항, 역사, 대형 쇼핑몰 등 120여개 건물 내에서 5G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시설 공동구축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연말께나 실내 5G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5G 가입자 100만명 돌파는 내실 있는 서비스 덕이 아니라고 본다. 그 이면에는 초기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한 이통사들의 출혈경쟁이 있었다. 지난달 10일 119만원대에 출시된 LG전자의 첫 5G폰 LG V50 ThinQ(씽큐)는 출시 첫 주말부터 일부 판매처에서 가격이 0원으로 떨어지는 꽁짜폰으로 풀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빵집’(실구매가가 0원인 곳은 의미하는 은어)의 좌표를 알려주는 게시물이 활개를 쳤다. 심지어 구매자가 돈을 돌려받는 페이백까지 등장해 불법보조금 논란이 일었다. 5G폰에 대한 불법보조금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로 시장은 다소 안정화를 찾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5G폰 지원금은 LTE폰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기자의 지인 역시 요금제와 통신 속도 문제와는 별개로 단말기 가격에 매력을 느껴 5G폰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통 3사는 서로 5G 속도를 두고 ‘누가 더 빠른가’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요약하면 LG유플러스가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앱) ‘벤치비’로 측정한 결과 서울 주요지역 50곳 중 40곳에서 자사 5G 속도라 1등을 기록했다고 홍보에 나서자 KT와 SK텔레콤이 “인정할 수 없다”며 발끈한 것이다. 5G 품질에 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 이같은 언쟁은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도토리 키재기’다. 최근 업계에서는 올 연말 5G 가입자가 5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5G폰 신제품이 줄줄이 출격하고 통신사들이 공언한 커버리지 확대 시기와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로 인해 가입자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의 5G가 올 연말까지 500만명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다. 당장 이용자들의 불편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새로운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5G 통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용화 이전부터 어느정도 정보도 받아보고 기사를 작성하며 관심있게 살펴본 기자 입장에서도 5G는 아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완성되지 않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5G를 주제로한 대화가 끝날 무렵 지인이 기자에게 물어봤다. “5G폰으로 바꿀 생각 있어?”라고. 기자가 5G 잘 터지냐고 질문했을 때 돌아왔던 대답처럼 “아니”라고 말했다.
  • [기자수첩] “규제는 강하고 지원은 약하고”…기업하기 안좋은 나라 한국
  • 최한결 기자|2019-06-18
  • 최근 나빠진 경제지표들과 기업들의 경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뿐만 아니라 밴처, 창업 기업들도 정부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지수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5월 잔산업 업황 BSI는 73으로 전월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이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전국 3172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다. 이 지수가 100이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긍정 기업보다 많은 것이고, 100 이상은 그의 반대로 경기를 낙관하는 기업이 비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 협회의 정책담당자들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정책 지원수준은 낮고 규제강도는 높다. 지난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간담회를 개최해 한국과 주요국의 정책지원 및 정부규제를 비교·조사했다. 한국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 결과, 정책지원에서는 중국 123, 미국 118, 독일·일본 110이었고, 정부규제 강도에서는 중국 80, 미국·독일 90, 일본 96이었다. 조사 분야는 블록체인, 바이오, 사물인터넷, 우주기술, 3D프린팅, 드론,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VR·AR) 등 9개다. 정책지원에선 중국이 전 분야에서 앞섰다. 한국이 100일 때 중국은 신재생에너지·AI 140, 3D프린팅·드론·바이오 130, 블록체인·IoT·우주기술·VR/AR 110이다. 정부규제 강도는 7개 분야가 중국이 더 약했고 2개는 비슷했다. 중국은 3D프린팅·신재생에너지· AI 60, 바이오 70, IoT·우주기술·VR/AR 90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육성 환경에서 중국이 가장 앞서고, 한국이 가장 뒤 처진 것으로 보인다"며 “’초연결’ 시대에 들어선 지금 분야를 가리지 않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보통 규제를 생각하면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의 규제가 더 강할 것이란 선입견은 오히려 이런 자료를 통해 사라지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경제 지표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해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라며 “앞으로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부진은 완화될 것이지만 성장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한국 경제를 판단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 브렉시트, 홍콩 시위, 화웨이 국가 안보 위협 이슈, 세계교역량 위축, 수출 감소, 반도체 D램 등의 부진 등 경제 성장에 안좋은 소식만 즐비하다. 심지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유발된 금융위기 시절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0.3%)을 보여준 바 있다. 1분기 수출은 2.6% 감소하며 지난해 4분기(-1.5%)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연말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올 2월부터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LCD(액정표시장치) 등 다른 주력 수출품목들이 부진세를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중국 경기 둔화로 대중 수출이 급감한 영향도 작용했다. 투자 역시 위축된 상태다. 설비투자가 전분기대비 -10.8% 감소하며 지난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에서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였다. 규제에 관해선 비단 이번 정권의 문제만은 아닌 점은 한국의 한계점을 보여준다. 매해마다 대통령이 다를때마다 “규제 완화”, “정부 지원”등의 키워드는 항상 들린다. 이번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추가한 것에 대해 큰 파장이 일었다. 판교에 위치한 모바일 게임 개발, 유통을 책임지는 게임사에 근무중인 박 모씨(39)는 “WHO의 판단이 있기 전에도 게임사들은 게임중독법, 청소년 강제 셧다운제 등으로 오랫동안 규제받아왔다”며 “비단 게임사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는 만화책이 공격의 대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국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모씨는 “이미 기존의 한국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도 좋지 않은데다 이제 규제를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하나 더 생겼으니 고민”이라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에서 E스포츠 경기도 관람하고, 문화관광체육부가 WHO 질병코드 관련 이슈에 대해 게임업계를 보호하겠단 자세를 취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부 정책이나 기업 경영에 대해 규제를 보다 완화해 창업 벤처 기업들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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