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월 ‘한글경고’ 후 지난달 韓 은행들에 ‘직접경고’… 당국은 가능성 부인

▲ 북한이 ‘백두혈통’의 성지라 주장하는 백두산에서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 북한 김정은.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최근 코스피 지수 2000선이 붕괴되는 등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북한산 석탄밀수 연루 의혹 등을 받는 한국 은행에 미국 행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가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확산되고 있다.


30일 인터넷상에는 미 재무부가 한국 은행 한 곳에 대해 대북송금 위반을 이유로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글이 퍼졌다. 이 게시물은 미 행정부가 지난 12일 한국 은행들에 입장을 이미 전달했고 주가가 20%나 폭락하는데도 연기금이 투입되지 않는 건 세컨더리 보이콧 뉴스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국은 즉각 이를 부인했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오전 보도 참고자료에서 “풍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풍문 유포과정을 즉각 조사해 위법행위 적발 시 관련절차를 거쳐 엄중제재할 계획”이라며 유포자 ‘처벌’도 시사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미국의 한국 은행 제재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미 행정부가 앞서 수차례 한국을 겨냥한 ‘경고’들을 내놨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월3일 ‘북한과 공급망 연계가 있는 사업체의 위험요소’라는 제목의 대북제재주의보를 ‘한글’로 번역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미 행정부가 대북제재주의보를 발표하면서 한글 번역본을 공식발표한 건 처음이었다.


미 재무부는 9월20~21일 한국 은행들과 직접 접촉해 “심히 우려된다” 등 경고를 전달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각 은행 회의결과를 종합해 이달 10일 작성된 대외비 문건을 입수해 이같이 폭로했다.


문건에 의하면 재무부 ‘테러금융정보실’ 부차관보는 한국 7개 은행 본점 임원들과의 전화면담에서 “한국 금융회사의 북한 내 지점 영업재개 준비 및 남북경협 지원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준비 등 언론보도 내용을 확인했다”며 “유엔 대북금융 제재를 준수해야 할 은행 의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달 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국에 대해 사실상 미국과의 논의 없이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경고를 내놨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고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800만달러 대북지원 검토’ 등 발언을 내놓으며 미국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 속에서 미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 및 한국 은행들을 ‘북한의 친구’로 규정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할 수 있다는 게 적잖은 시민, 전문가들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은 한국을 ‘속국’ 쯤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문 대통령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엄포’를 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도 “북측에서는 남북관계가 속도를 냈으면 하는 게 있다”고 북한을 ‘변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논란을 불러왔다. 리선권은 10.4선언 11주년 공동행사 때도 조 장관이 협의장소에 5분 가량 늦게 등장하자 “일이 잘 될 수가 없다”고 사실상의 ‘협박’을 가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신경쓰지 않는 듯한 문재인 정부와 북한 간 ‘마이웨이’ 가운데 북한은 ‘핵개발’을 차근차근 완성시키고 있다. 29일 일본 산케이(産経)신문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희토류에서의 우라늄 추출 기술을 북한에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개발 지속 앞에 국제사회는 제재강화로 입을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근래 진행된 유럽순방에서 ‘대북제재 완화’ 공론화를 시도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아담 카즈노스키 유럽연합(EU) 대변인은 22일 “현 대북제재는 작년 유엔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월 ‘부산’ ‘울산’ 등이 핵공격 지점으로 표기된 지도를 공개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무장해제’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이종명 한국당 의원이 합참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전차방어시설 해체 현황’ 자료에 의하면 올해 해체되거나 해체가 계획된 대전차방어시설은 13개소에 달한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1.8개소가 해체된 점을 감안하면 ‘7배’나 오른 수치다. 군사합의로 인해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5도가 사실상 북한 관할권에 들어가게 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그들만의 파티’ 앞에 터져나온 미국의 대한(對韓) ‘세컨더리 보이콧’ 소문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미 재무부가 우리 은행 본점에 대해 얘기한 내용들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경고”라며 “우리 은행이 만일 이런 제재대상이 된다면 한국경제가 어디로 갈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뻔히 다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사실상 ‘사형선고’다. 많은 제재대상 기업들이 파산을 피하지 못했다. 24일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대북제재 관련 미국의 해외은행 압박 및 영향’ 보고서에 의하면 라트비아의 3대 은행인 ABLV은행은 올 2월 제재를 받아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끊긴 끝에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일어나 불과 4개월만에 파산했다. ‘G2’였던 중국마저 미국과의 무역전쟁 끝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사실상 ‘항복’했다. 중국판 ‘나토’ 구축을 위한 발판이었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무산위기를 맞게 됐다.


미국 제재는 경제파탄뿐만 아니라 국가존속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는 것과 달리 실질적으로 중국,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이 가운데 한미동맹이 파국을 맞아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한반도 내 힘의 균형이 무너져 한국은 ‘1국2체제(연방제)’ 형태로 북한 지배를 받으면서 중러(中露) 간섭 아래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약 해당소문이 정부 주장대로 정말로 거짓일 경우 문재인 정부는 ‘입막음’ 소지가 있는 ‘유포자 처벌’ 대신 적극적인 ‘설명’에 나서서 국민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 쏟아진다. 또 사실이라면 북한과의 ‘마이웨이’ 대신 국제사회 기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촉구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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