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 연평도 포격도발 7주기 현장.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지난 1일 대법원이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사회가 뜨겁다. 대한민국 남성 대다수가 의무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 군복무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재외동포 청년들이 일부러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군복무를 하는 사례도 있는 상황에서 복무자들은 ‘비(非)양심적인가’라는 화두를 두고서도 병역거부 찬반진영 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고래(古來)로 병역거부자들은 줄곧 있어왔지만 대대적으로 시행된 건 1863년 미국이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미 의회는 ‘자신을 대신해’ 군복무를 할 사람을 데려오거나 당시로서는 거액이었던 300달러를 내면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징병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부작용이 심각하자 종교집단에 속한 사람만 제외시키도록 수정했다.


20세기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그 스케일에 걸맞게 병역거부자들도 속출했다. 이 시기 병역거부자들의 특징은 종교보다는 ‘사상’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많은 사회주의자들은 이 전쟁이 노동계급이 아닌 자본계급의 이득을 위한 전쟁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처벌받았으며 미국의 경우 의회가 제정한 징병법·방첩법을 반대하면서 선전·선동에 나선 사회당 당원 수천명이 수감됐다. 제2차 세계대전도 사정은 비슷해 소수의 종교인과 다수의 사회주의자들이 반전(反戰)을 외치며 전선으로 나아가길 거부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때 까지만 해도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병역거부는 비겁한 행위’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내가 아무리 ‘평화’를 외쳐본들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처럼 전쟁을 일으킬 자들은 어차피 전쟁을 일으키기 마련이고, 때문에 국민이 이들에 맞서 집총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 시절에는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입영하지 못한 청년들이 ‘수치심’에 ‘자살’을 택하는 사례도 여럿 있었다. 때문에 병역거부는 오늘날처럼 범사회적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병역거부가 이슈가 된 건 월남전 때다. 미국의 월남전 병역거부도 유래는 ‘사회주의’다. 1968년 프랑스에서는 ‘책임 없는 자유’를 주장하는 이른바 ‘68운동’이 전개된다. 68운동은 중국 독재자 마오쩌둥(毛澤東)이 권력욕을 위해 일으킨 ‘문화대혁명’에 맞춰 발생했으며 수뇌부는 마오쩌둥의 ‘마오이즘(Maoism)’을 추종했다. 마오이즘은 ‘게릴라전’ ‘대중조직’ ‘사상개조’ 등을 골자로 한다. 쉽게 말해 ‘폭력’으로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이념이다.


‘대약진운동’ 실패로 국가주석직에서 사임했던 마오쩌둥의 실제 목적은 순진한 학생들을 자신의 ‘사병’으로 육성해 1인 독재를 완성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겉으로는 이를 철저히 숨겼다. 많은 학생들은 자신을 ‘혁명의 전위대’라 착각한 채 무수한 사람들을 ‘학살’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마오쩌둥의 정적, 심지어 무고한 시민들에게까지 ‘자본주의 반동’ 누명을 씌워 머리채를 잡고 끌고나와 길거리에서 조리돌림한 뒤 때려죽이는 게 이들의 일상이었다. 그들은 이를 ‘혁명’이라 생각했다. 이같은 문화대혁명의 실체는 오늘날 중국공산당마저도 ‘마오 동지에게는 7할의 공과 3할의 과오가 있다(공칠과삼. 功七過三)’는 말로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무도 마오쩌둥의 속내를 알 길이 없었다. ‘홍위병’들은 물론 프랑스의 젊은 대학생들까지도 마오쩌둥의 ‘사상’에 ‘경도’돼 68운동을 통해 ‘사회’를 ‘정화’시키려 했으며 이것이 미국에 전해져 ‘히피(Hippie)’ 문화로 변질됐으며 대대적 반전(反戰)운동으로 이어졌다. 홍위병의 ‘사회주의혁명’은 미국에서는 ‘대중화’를 위해 ‘자유’ 정확히 말하면 ‘책임 없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둔갑했다. 쉽게 말해 “네 맘대로 해라”다.


다만 월남전 때 까지만 해도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병역거부를 강력처벌했다. 너도나도 ‘책임 없는 자유’를 누리려 한다면 입대할 사람은 ‘0명’에 수렴하게 될 것은 자명했으며, 이는 내가 평화를 외치든 말든 상관없이 ‘칼’을 갈고 있는 ‘제2의 히틀러’ ‘제2의 도조 히데키’가 등장할 시 속절없이 멸망해야 함을 뜻했기 때문이다.


▲ 반전(反戰)을 외치는 미국 히피들. 이들에 의한 ‘여론전’으로 미군은 베트남에서 철수했으며, 많은 베트남인들이 ‘숙청’을 피해 ‘보트피플(Boat People)’ 신세로 전락했다. 이 여파로 공산화된 캄보디아에서는 ‘200만명’이 학살당한 ‘킬링필드(Killing Fields)’가 발생했다. 내가 평화를 원한다고 모두가 평화를 원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2018년 대한민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개인주의가 극도로 만연한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국민적 의무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병역거부를 법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막을 수 없는 세상이 된 셈이다.


설상가상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주장하며 서해 훈련중단 구역 설정, 대전차방호벽 대량 철거 등 한손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의 조치들을 북한과 신속히 진행 중이지만 ‘북핵’은 그대로다. 북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연구소장은 2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병진노선’ 재개를 시사했다. 노무현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핵 리스트 제출’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지난달 29일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16년 7월 ‘남한’이 ‘핵공격 지점’으로 표기된 지도를 버젓이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노동신문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의 탄도로케트발사훈련을 지도하시였다’ 제하 기사에서 “남조선작전지대 안의 항구, 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는 것으로 모의하여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하였다”며 “목표지역의 설정된 고도에서 탄도로케트에 장착한 핵탄두폭발조종장치의 동작특성을 다시 한번 검열하였다”고 전했다.


‘훈련중단 합의’가 무색하게 5일 국방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황해도 개머리지역에 배치된 북한 해안포 1문이 여전히 남한을 ‘조준’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대한항공기 공중폭파테러, 2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 우리 국민을 무수히 ‘살해’한 바 있는 북한은 문재인정부가 평화를 외치든 말든 지금 이 순간에도 사실상 ‘칼’을 갈고 있는 셈이다. 북한군 병력은 조선인민군,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수백만명에 달한다. 많은 국민이 이번 대법원 판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까닭이다.


문재인정부는 판결 수일만에 ‘사면’을 언급하는 등 병역거부자 문제를 신속히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상기 법무장관은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내부적으로 (병역거부자)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튿날 “구체적 방침은 미정”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장관 발언이라는 점에서 ‘사면’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같은 대법원, 정부의 사실상의 ‘콜라보레이션’ 앞에 인터넷상에서는 병역거부 종교로 알려진 ‘여호와의 증인’ 가입문의가 쇄도하는 등 벌써부터 ‘국방력 약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2장(국민의 권리와 의무) 19조가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질 수 있으며 국가는 국제법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상대성’을 고려해야 한다. 평화를 유지 중인 서유럽의 먼 나라들, 자본·병역자원이 풍부한 미국과 우리를 향해 겨눠진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있는 우리나라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1장(총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못박고 있다. 나라 없는 민족에게는 ‘양심’도 보장될 수 없다. 어떤 전쟁도 ‘예고편’은 없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류사(史)에는 늘 ‘전쟁광’이 존재했다. 국방을 소홀히 하고 ‘평화’ ‘양심’만을 외친 나라들의 말로는 예외 없이 ‘멸망’ ‘학살’이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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