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국군부산병원에서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 승용차에 치여 숨진 故 윤창호 씨의 영결식이 끝난 이후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윤창호 씨의 영결식이 지난 11일 부산국군병원에서 열렸다.
윤 씨는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34%의 만취 운전자가 몰던 BMW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 윤씨는 46일 간 사경을 헤매다 지난 9일 끝내 숨졌다.
군 전역을 4개월여 앞두고 휴가를 나왔다 사고를 당한 윤 씨는 검사를 꿈 꾸던 20대 청년이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대한민국의 한 청년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자 안타까움은 배가되고 있으며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들끓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살인죄’와 동등하게 사형·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윤 씨가 살아있을 당시, 국민의 대표 자격으로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외쳤던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그는 ‘윤창호법’을 발의한 당사자다.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은 일상적으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돼 버렸다. 통계가 증명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총 11만4317건으로 집계됐다. 매년 평균 2만2800여건으로, 일일로 환산하면 62건이다.
같은 기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822명에 달한다. 음주운전이 매년 564명의 생명을 빼앗아 가며, 하루 1명 이상이 술 취한 운전자가 모는 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셈이다.
특히 음주운전의 재범률은 44.7%로,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일으킨 음주운전자 10명 중 2명만 구치소에 수감돼 형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먹고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해도 95%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법원이 정한 음주운전 양형 기준은 사망사고라도 뺑소니가 아닌 경우에는 최고 3년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은 해외에 비해 많이 약한 편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혈중 알코올농도 0.05%가 넘어야 음주운전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미국은 주마다 조금씩 다른 음주운전 처벌 법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 주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1급 살인 혐의를 적용해 최대 50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하기도 한다.
일본은 지난 2002년 6월 이후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0.03%로 강화해 단속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한 당사자 뿐 아니라 운전자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권한 사람,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까지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호주는 음주운전을 한 사람의 실명 및 신상 정보를 지역 신문에 게재한다. 여기엔 차종과 차량의 색상, 차량 번호까지 써 있으며 단속 시에 측정됐던 혈중 알코올 농도까지 적혀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음주운전 단속을 확대하고 처벌수위를 강화하는 등 각종 대책과 목소리가 나왔지만 음주운전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윤창호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만큼 오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조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음주운전을 살인죄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다.
말로만 “음주운전은 살인”이 아니라 음주운전은 명백한 살인행위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윤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국회는 여야가 힘을 합쳐 국회본회의에서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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