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세 번째 ‘희생’… 법조계·정치권·시민들 반응 격앙

▲ 고(故) 이재수 전 사령관 자필유서.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던 중 7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이재수(60) 전 국군기무사령관 안장식이 11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문재인정부 들어 이른바 ‘적폐청산’에 따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어 여론은 들끓고 있다.


안장식은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 심재철·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유가족, 지인, 동료, 일반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이덕건 육사 37기 동기회 사무총장은 추모사에서 “너무 애통하고 억장이 무너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신보다 오로지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하신 결과가 이런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전 사령관은 명예를 목숨처럼 아꼈다”며 “하늘에 별이 된 고인이 가슴 응어리 졌던 한(恨)과 모든 걸 내려놓고 천국에서 편히 쉬라”고 영면을 기원했다.


고인과 중앙고, 육사 동기인 박지만 회장은 “생도와 군생활을 함께 한 친구였다”며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고인의 아들 A씨는 “아버지는 생전에 ‘나는 군인이라 큰 돈을 모을 수 없으니 네게 줄 건 명예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 정부 들어 강행되는 ‘적폐청산’ 앞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보복’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의 주 타깃이 모두 이명박·박근혜정부 관련 인사들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강압적 수사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이명박정부 시절의 국가정보원 댓글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조사받던 정모 변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11월에도 같은 혐의를 받던 고(故) 변창훈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투신했다. 이재수 전 사령관까지 합쳐 이들은 모두 혐의가 입증된 건 없었다.


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며 “지금까지 살아오며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지만 전역 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일상생활에 ‘외압’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고인은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 군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히 호소한다”며 “사랑하는 가족들도 더욱 힘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전 사령관 사망을 두고 법조계는 폭발 직전의 분위기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9일 성명에서 “더 이상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법치파괴를 용서할 수 없다”며 “검찰이 (청와대로부터의) 하명수사를 계속하는 한 적법절차를 어긴 무리한 수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한변은 청와대 행보의 위법성도 고발했다. “문재인대통령은 7월10일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과 이른바 ‘계엄령 문건 파문’에 대한 특별수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이는 법적근거가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헌법,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군을 통솔한다’는 헌법 74조를 근거로 “통수권 차원의 대통령 특별지시라 하더라도 법률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변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계엄령 문건의 불법성 진위는 수사결과에서 밝혀져야 하는데도 대통령은 미리 그 존재를 (진실로) 못박고 불법적 일탈행위로 규정해 버렸다. 문 대통령이 수사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직권남용 등 형사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나도 기무사 출신이라 고인을 좀 안다. 천상 군인이었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도 이렇게 됐다.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수갑을 채워 끌려갔으니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었을 거다. 군인의 명예는 이런 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표적주사, 별건수사, 먼지떨이수사가 초래한 비극이다. 끝없는 정치보복으로 나라를 죽음의 굿판으로 만든 정권이 더 문제”라며 “이재수 장군은 가셨지만 우리는 그 뜻을 받들어 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9일 고인의 빈소를 조문했다.


시민들도 격앙된 반응이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 차려진 시민분향소에는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헌신하시다가 가신, 억울하게 가신 이런 분이라는 생각이 제 가슴 속에(정모 씨. 일산 서구)” “자기 생명을 던져서 잘못된 것에 저항하는 것(김모 씨. 일산 동구)” “정치보복이지 이게 어떻게 적폐청산이 될 수 있단 말인가(정모 씨. 안양 동안구)” 등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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