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주춤 주춤 하더니 드디어 와버렸다. 문재인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집권 이후 최초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엇갈리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를 그렸다. 시계열로 그려지는 국정운영 긍정평가 곡선은 아래로, 부정평가 곡선은 위로 치솟으며 가위모양의 크로스가 형성된 것이다.

한때 70%를 훌쩍 넘기까지 했던 국정지지율 긍정평가는 46.2%, 부정평가는 49.8%로 이 정부 들어 처음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알앤리서치의 12월 셋째주 조사)

얼마 전부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데드 크로스가 오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빨리 오리라고는 예측하지 않았다. 통상 이 데드 크로스는 정권별로 다르지만 집권 3년을 넘기면서 왔었다. 문재인정부의 데드 크로스 시기는 좀 빠르다.

물론 이 곡선의 교차가 고착된 것도 아니고,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최근 일련의 국정 상황에서 비롯된 지지율 저하가 원인이겠지만, 문제는 통계상 한번 온 데드 크로스는 완전한 회복이 쉽지 않고, 회복되더라도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지율 역전 현상을 놓고 그 원인은 다양하게 지적된다. 잇단 경제정책의 실패, 남북관계의 교착, 청와대 특감반원의 일탈적 폭로와 이에 대응하는 청와대의 미숙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는 추정이 나온다.

최근의 여러 기관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표출되는 현상은 20대 연령층의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가 두드러졌고,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과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지지율 하락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다.

경제정책의 잇단 실패가 지지율 하락 주요인

왜 이처럼 지지율이 급속히 낮아지는 걸까. 경제정책의 잇단 시행착오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정권이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으나 사실상 실패(정부는 실패라기 보다 정책효과가 좀 더 있어야 나타난다는 주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줘 소비를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최저임금 정책은 아마츄어 정책입안자들의 실험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탁상머리 입안으로 자영업자 비율을 무시하고 시행한 이 정책은 엄청난 자영업자의 곤궁을 초래했고, 더 나아가 자영업에서의 근로기회 박탈을 가져와 일자리 창출은 커녕 젊은이들의 취업기회를 축소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에 대학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며 대학강사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강사들 밥벌이를 빼앗아가는 역효과를 빚게 생겼다. 재정이 취약한 대학들이 아예 강사 채용을 줄이겠다니 처우 개선하려다 일자리 자체를 줄여버리는 셈이다. 이런 일이 왜빚어질까. 아마츄어리즘의 시행착오다. 이런 설익은 정책의 피해를 왜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가. 그래서 참다못한 국민여론이 데드 크로스를 앞당긴 것이 아닌가 한다.

도대체 영이 안서는 정책이나 인사 등도 국민들을 화나게 한다. 정권 출범 후 1년반 넘게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간의 불화 갈등을 국민들은 수없이 보아왔다. 내로남불 인사는 이제 일일이 따져볼 일이 아닌 것처럼 돼버렸다.

최근 대법관 내정자와 관련하여 그분이 남들에게는 부동산거래 다운계약서가 위법이라며 처벌해놓고 자신은 두 번이나 그런 일을 한 것이 드러났다. 별것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남에게는 추상같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최고판사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서울 강남 어느 아파트 단지 학교 신설과 관련, 학부모들과 교육감과의 승강이는 눈뜨고 못 볼 꼴불견이다. 교육감이나 다수의 고위공직자들은 자기 자녀는 외고나 과학고 보내 명문대학 입학시키고, 이제는 그런 학교는 없애자고 주장하니 누가 그들을 신뢰하고 정책을 지지하겠는가.

채용비리를 저질러 청년들에게 구직 기회의 균등을 해쳤다며 과거 정권 시절의 공기업 민간기업 임원까지 처벌해놓고, 정작 이 정부 들어서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 빚어진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정부가 존중하는 귀족노조원들은 철밥통 고용세습하고, 정규직화 과정에서 특혜 누리는 신종 적폐를 국민들에게 사과 한번 없이 어물쩍 넘어간다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지지하겠는가.

민심 모르는 20년 집권 욕심

민간 기업에서 노조원들이 회사 임원을 몇 시간씩 폭행해도 출동한 경찰은 뒷짐 졌다. 그런 현상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 경찰들을 비난할 수가 없다. 과격 시위현장에서 시위대와 부딪쳐 경찰이 부상하면 그만이고, 만에 하나 노조원 등이 다치면 경찰은 징계를 당하고, 옷을 벗거나 심지어 감옥에 간다. 공권력에 대한 권위보다 노조나 시위자들만은 존중하는 사회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집권여당에선 20년 집권 운운한다. 국민들이 편안하게, 잘 먹고 잘살게 만들면 20년 아니라 백년이라도 정권 맡긴다. 그러지도 못하고, 지금대로라면 할 것 같지도 않아 보이는 정당의 대표가 자기 맘대로 20년 집권하겠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웃긴다고 국민들이 비웃는 줄을 모른다.

정책 궤도수정, 늦었지만 다행

다행이다. 문재인대통령의 최근 경제정책과 관련한 잇단 발언은 지금까지의 경제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어서 긍정적이다. 많은 국민들이 아우성쳐도 들은 척도 않던 정부가 이제야 경제정책의 궤도수정을 공식화했다. 새 경제팀이 현장을 중시하고 민의수렴에 적극 나서려는 모양이다. 1년반이 걸렸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다.

대통령은 김동연부총리와 장하성정책실장간의 불화 갈등을 의식, 홍남기신임경제부총리의 원톱 시스템을 강조한다. 당연한 일이고 환영한다.

문제는 말로만 그럴게 아니고 실제로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권위를 부여해야 한다. 대통령이 할 일이다. 말로만 원톱이라면서 종전처럼 청와대 비서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면 공염불이다.

신임 홍부총리가 경제장관들과 한자리에 앉아 난상토론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녹실회의를 부활한건 잘했다. 다만 이 회의를 주재하는 부총리에게 얼마만큼 힘이 실리느냐가 문제다.

진보경제학자 시민운동가 정치권인사 등 이른바 실세 장관들을 부총리가 제압할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러고 잘못하면 부총리 책임이다. 경제 실정에 대해 전임 김동연부총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은 대통령이 그런 힘을 그에게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하성실장에게 휘둘려 경제부처 수장 노릇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모든 것이 대통령 책임이다.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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