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KT 관계자들이 불에 탄 케이블을 옮기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정부가 ‘제2의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태 방지를 위해 대책을 발표했다. 소방시설 의무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통신시설 점검 대상을 D급까지 확대, 점검주기도 단축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제6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논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재난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 현장실태 조사와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는 △행정안전부 △소방청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통신사 등으로 구성됐으며 통신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전 과정에서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해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
먼저 현장실태 조사는 과기정통부 및 통신·소방전문가가 주요 통신시설, 지하통신구 등에 대해 실시했다.
주요 통신시설 1300개소에 대한 조사결과, 현재 중요통신시설 지정 기준에 따른 등급(A~D급)의 상향 또는 하향 등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행법 상 소방시설 의무대상인 500m 이상 통신구에 자동화재탐지설비나 연소방지설비 설치가 일부 되지 않았고, 설치 의무가 없는 500m 미만 통신구는 소방시설 설치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통신구별 감시 등도 허술했다.
실태점검 결과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함께 제도상으로도 500m 미만 통신구에는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법정 개정을 통해 500m 미만 통신구도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통신사는 법정 개정 전이라도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해 법령에 따른 자동화재탐지설비, 연소방지설비 등을 내년 상반기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간 중요 통신시설(A~C급)에 대해서만 2년 주기에 걸쳐 실태점검을 했다. 하지만 통신사가 등급기준에 따라 등급을 자체 분류하고 이에 대한 적정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통신시설 관리체계에 공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주요 통신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점검대상을 일반 재난관리 대상시설을 D급까지 확대하고 점검주기도 A·B·C급은 2년에서 1년으로 단축(D급은 2년 신설)한다.
이번 통신구 화재에서 통신국사의 통신망 우회로가 확보돼 있지 않아 한 통신국사의 장애가 인근 통신국사에 영향을 미쳐 통신재난 피해지역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에 통신망이 핵심 인프라가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통신재난 발생 시에도 통신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D급 통신국사까지 통신망 우회로를 확보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기술방식은 ‘정보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에서 추가로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통신망 우회로 확보를 위한 투자비용을 고려해 각 통신사별 재무능력에 따라 유예기간을 달리 줄 계획이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번 KT 통신구 화재사고로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 구축으로 편리함을 누려온 반면, 통신재난에는 대비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전에 미흡한 부분은 강화하고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통신망 구축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4일 KT 아현지사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서울 5개 구와 경기 고양시 일대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당 지역 시민들은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고 소상공인들은 통신장애로 인해 카드결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매출액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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