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암투병 중인 故김복동 할머니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투데이코리아=이주용 기자]일제강점기 시절 어린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참혹한 성폭행과 폭력을 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93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김 할머니는 무려 1년간 암과 투병중이었으나 결국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28일 밤 10시 41분 93세의 일기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1940년생인 김 할머니는 14살의 꽃 다운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등에 끌려다니며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참혹한 생활을 했다.


김 할머니는 종전 후 고국으로 가까스로 돌아왔고 1992년에서야 위안부 피해사실을 공개했다. 1993년에 오스트리아 빈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1992년부터 주한 일본대사관앞에서 시작된 수요집회를 2017년까지 꾸준히 참석하며 일본정부에게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김 할머니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김 할머니의 명복을 빌었다. 문 대통령은 "김복동 할머니께서 어제 영면하셨습니다. 흰 저고리를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1993년 할머니의 유엔 인권위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으로 감춰진 역사가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라며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습니다. 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른 나라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에 여생을 다하셨습니다.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습니다. 할머니, 편히 쉬십시오"라며 고인을 애도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고인을 애도했다. 홍 원내대표는 29일 원내대표 회의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1992년 UN 인권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하신 분이다.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위안부 피해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평생을 싸워 오셨다"며 "이제 생존해 계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3분만 남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위안부 문제 해결을 미뤄서는 안 된다. 한일 관계가 더 성숙한 관계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과거 국가 범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심 의원은 "어젯밤 김복동 할머님께서 소천하셨다. '일본의 사죄를 받지 않고는 죽을 수 없다'고 하셨는데, 어찌 눈을 감으셨는가..."라며 "작년 9월 어느 비오던 날, 당신은 투병중인 노구를 이끌고 또 1인 시위에 나섰다. 그 때 빗속의 당신은 신의 모습이셨다. 당신은 마치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쾌히 발표하라’는 기미독립선언서 행동지침의 모범을 보이듯 사셨다. 당신의 용기는 감추어진 역사를 들추어내고 양심을 뒤흔들어 깨웠다. 당신은 모진 삶을 승화시킨 불굴의 투사이자 평화 운동가였다. 그 당당하고 정의로운 삶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올린다"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이제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23명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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