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한진그룹 '물밑 각축' 치열

한때 급류를 타는 듯 하다 최근 들어 답보 상태를 보여온 에쓰오일 자사주(28.4%) 매각 향배가 다시 집중 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업계에서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등의 형태로 매입 주체를 정할 것"이라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데다 유력한 매입 후보로 꼽히는 롯데와 한진그룹 사이에 "서로 우리가 제격 아니냐"는 물밑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대림산업의 인수전 탈퇴 선언을 계기로 한진과의 2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좁혀졌다는 판단 아래 '롯데-에쓰오일' 간 파트너십 형성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에쓰오일 측에 집중 전파하며 협상 진전을 유도중이다.

시장에서도 2조원 이상의 '실탄'을 장착한 풍부한 자금력, 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 케이피케미칼 등 석유화학 3사와의 수직계열화 및 나프타 등 원료 수급을 매개로 한 시너지 효과을 놓고 볼 때 롯데를 유력한 후보로 꼽아왔다.

무엇보다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원료가 연간 최대 500만t 안팎 필요한 롯데로서는 이의 공급원으로서의 정유사 확보만큼 매력적인 것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롯데 측은 이에 더해 에쓰오일의 기존 공장이 위치한 울산과 향후 제2공장이 들어설 대산공업단지에 각각 케이피케미칼과 롯데대산유화 공장이 가동중이어서, 단지내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료공급과 물류비 절감, 운송기간 단축 등도 중요한 인수 효과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특히 '유통거인 롯데'의 마케팅 능력 활용을 통한 에쓰오일 내수시장 확대, 주유소와 연계한 카드 마케팅은 물론 단지내 설비의 공동 이용을 통한 생산공정 효율화, 신규 사업 제휴 기회 등을 에쓰오일 측에 설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한진도 롯데에 호락호락 주도권을 내주지는 않겠다는 자세다. "우리가 자신감없이 들러리나 서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한 게 아니다"라는 단호한 태도가 읽혀지고 있다.

수 자금 여력도 롯데에 뒤지지 않을뿐 아니라 고유가 흐름에 맞물려 안정적인 기름 확보가 절실하고 국제 석유시장 정보에도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전체 항공유 가운데 10% 가량을 에쓰오일 측에서 공급받고 있고, 한진해운 역시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선박용 벙커C유 중 7.6% 정도를 에쓰오일에서 조달했으며 ㈜한진도 에쓰오일 석유제품 운송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유수송 사업 진출에 각별히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롯데.한진의 이런 인수의지에도 불구하고 에쓰오일측의 '매각 시간표'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공동경영권 허용 폭과 인수금액 조절 등을 놓고 적지않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협상 진척에 속도가 붙을 지는 미지수다.

다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 측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조만간 선정하든, 아니면 2개사로 후보군을 압축한 뒤 '양다리' 맨투맨 협상전략을 구사해 어느 한 업체와 전격 타결을 보든지 간에 어떤 형태로든 머지않은 시일 내에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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