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수출 20% 이상↓...“반도체 착시효과 걷히면 IT 수출 위기 본격화”

▲ IT 수출액 및 반도체 제외 IT 수출액.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한국 IT(정보기술)산업 수출액이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이 20% 넘게 감소하고 있는데, 반도체 착시효과가 걷히면 IT산업 수출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정보통신기술) 수출입 통계’를 이용해 진행한 IT산업 수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를 제외한 IT산업 수출액은 922억달러로 집계됐다. 2013년 1155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IT산업 20개 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하고 수출이 증가한 품목은 5개 뿐이고 아직 규모가 작아 차기 IT산업을 이끌어갈 수출 유망주가 보이지 않았다”며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이 20% 넘게 감소하고 있어 반도체 착시효과가 걷히면 IT산업 수출위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IT산업은 20년 넘게 우리나라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IT산업이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에 32%, 2005년 37%, 2018년 36%로 3분의 1 수준을 유지해 왔다.

IT산업 수출액 역시 연평균 7.9%씩 꾸준히 확대돼 왔다. 특히 2016년 수출액 1625억달러에서 2018년 2204억달러로, 최근 2년 새 연평균 16.5% 늘어나며 수출 효자산업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2018년 IT산업 수출액은 922억달러로 2010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산업은 △전자부품 △컴퓨터 및 주변기기 △통신 및 방송기기 △영상 및 음향기기 △정보통신응용기반기기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 중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부품 부문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 부문의 IT산업 수출 비중 합계는 1996년 54%에서 2018년 25%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IT산업 주력제품 중 상당수 제품의 수출액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CD, OLED 등 평판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013년 393억달러로, 총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대표제품이었으나 지난해 278억달러까지 하락했다.

또 휴대폰 수출액은 정점을 찍은 2008년 334억달러까지 증가한 후 다시 감소했다가, 휴대폰 부품 수출이 늘면서 2015년 300억달러로 반등 후 다시 줄었다. 휴대폰 수출은 2018년 146억달러로 최근 3년 새 반토막 났다

지난해 12월 8.4%로 감소 전환한 반도체 수출은 올해 들어 하락폭을 키우며 20% 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달 20일 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 수요가 3.0% 감소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 반도체 수출의 73.4%(2018년)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14.7%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한경연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단기간 내 반등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올해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가 걷히면서 수년 전부터 축소돼 온 IT산업 수출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이 20% 넘게 감소하고 있어 반도체 착시효과가 걷히면 IT산업 수출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의 글로벌 제조경쟁력 하락과 제조기반 이탈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다.

추 실장은 “최근 정부가 수출 활력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대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기존의 대책과 비슷해 추세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라도 제조기반을 되살리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