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다른 언행에 부실 검증 겹쳐 국민분노 폭발

▲ 김성기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재개발 건물 투기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아파트 편법 증여로 물의를 빚은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김 대변인은 ‘무주택’을 면하기 위해 재개발 건물을 매입했고, 최 장관 후보자는 ‘3주택보유’를 피하기 위해 증여했다고 각각 주장했지만 오히려 국민 분노를 자극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부근 관사로 집을 옮기면서 빼낸 전세금과 은행대출금 10억여원 등 25억원을 들여 화끈한 투자를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겨레 신문에 재직할 당시에는 부동산 투기를 시종 강도 높게 비판했던 김 전 대변인은 흑석동 건물 매입이 “무주택자가 노모를 모시고 살 목적으로 한 것이므로 투기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투기나 투자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없고 다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사회적 평가일 뿐이다. 필자도 김 대변인을 부동산 투기범으로 몰아세워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장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언론인 시절 부동산 거래를 일방적으로 비판했고, 대변인으로서 DNA 운운하며 편가르기식 독선으로 치닫던 그가 개운치 못한 부동산 거래로 낙마했다는 사실이 매우 씁쓸할 따름이다.

그의 아내가 교사로 봉직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결혼 후 가정형편이 그리 어려웠던 것 같지는 않다. 고도제한에 걸린 한 주택조합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걸 보면 무언가 사정이 있었다는 짐작이 든다. 그의 아내가 부동산에 밝은 지인을 통해 흑석동 재개발 소식을 듣고 거래에 뛰어든 것은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평범한 봉급생활자가 그 수입만으로 집을 장만하기란 매우 어렵다. 집안의 도움이 있으면 그래도 빨리 주택구입을 하겠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한 부부는 늘 쫓기는 듯 다급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노심초사 하다보면 방향을 잘못 짚어 실패를 겪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무리수를 쓰게 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꼬장꼬장해 보이던 김 대변인은 어찌보면 스스로 말의 함정에 빠져 물러나게 됐다. 청와대로서는 말의 신뢰성에 의문을 초래한 대변인을 끝까지 감싸고 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 후보자는 장관에 지명되기 직전 거주 중인 경기도 분당 아파트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하고 월세로 그 집에 눌러앉았다. 그는 서울 송파구에 아내 이름으로 아파트 1채를 더 보유하고 있으며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도 갖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사실상 3주택 보유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증여 수법을 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세무사와 법무사 등 사무실에 비슷한 수법으로 증여가 가능한지 문의 전화가 여러 통씩 걸려왔다고 한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7명 가운데 4명이 다주택자라고 하니 다주택 보유를 경제적 해악으로 몰아 중과세를 추진하던 정책은 논리적 바탕부터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최 장관 후보자 역시 자진사퇴하고 두 아들을 미국 유학 보내고 7년간 7억원을 송금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는 지명이 철회됐다.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부동산과 세제 등 주요 경제정책을 편가르기식 여론몰이를 통해 강행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기 마련이다. 증여세까지 내고 아파트를 물려줄 여유가 있는 분이 끝내 장관직에 눌러앉아 표준공시가를 대폭 올려 재산세를 중과하고 앞으로도 다주택보유자 세금을 더욱 무겁게 만들겠다고 큰소리치기에 이르면 어느 국민이 순순히 따르겠는가? 청와대 관계자는 최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집이 3채였다는데 이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후보에서 제외해야 하느냐”고 강변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폭 오른 공시가를 보면서 재산세 부담 걱정을 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말로 들린다.

청와대 인사검증은 매우 중요하고 여기에 잘못이 드러나면 관계자 문책이 따라야 한다. 청와대는 아직 인사라인에는 잘못이 없다고 옹호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검증 필터가 부실하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다. 아울러 경제정책 수립 단계부터 시장에 미칠 효과와 여파를 면밀히 고려하기보다 정치적 이념에 치우쳐 표 계산부터 먼저 해보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못된 폐해를 고쳐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이 너무 많아 재원이 더 필요하면 국민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증세를 하는 게 옳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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