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강효석(해운대구 좌2동)

해운대의 유명입시학원들이 실업고 학생들의 수강을 거부하는 등 학교를 차별한다는 기사를 보고 착찹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한참 사춘기에다 열심히 공부할 나이에 그런 일을 겪게 된 것에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고 그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이 일의 가장 큰 책임은 바로 학원이다. 오로지 존립목적이 성적을 올리고 명문대를 보내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학원에서는 수준이 떨어지는 실업고 학생을 흔쾌히 받아줄 리가 만무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비단 이런 일이 한명의 학생에 국한된 일인가 하는 것이다. 다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 말은 곧 이런 일이 학원가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해운대지역이 부산의 부촌이 되면서 잘못된 교육열기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만 잘되고 명문대에 들어가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기주의 때문에 어린 자식들만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자립심을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영어 유창하게 하는 학생으로, 명문대를 졸업한 들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제대로 된 인성교육으로 자아가 자리잡지 못한 사람은 결국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잘못된 부모의 자식사랑이 부모가 없으면, 부모가 시키지 않으면 신발 끈 하나 멜 수 없는 자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도 문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는데, 매년 바뀌는 교육정책 덕(?)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결국 공교육을 믿지 못하고 등이 휘게 번 돈을 사교육비에 쏟아부으면서 학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또한 새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고 영어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초중고 영어전용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는데, 벌써 학원가는 치마바람으로 분주하는 소식이 들린다. 시작도 안했는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화시대에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밀어붙이는 형국이 되고 있다.

새정부의 교육정책도 결국 학원 수준의 '영어성적 올리기'에 급급하고 있는 꼴이다. 결국 학원에서 실업계 학생이 차별받는 일은 기성세대가 잘못 만들어 놓은 이기주의와 양극화 현상, 잘못된 교육정책이 복잡적으로 얽혀 빚은 참극이라 생각된다. 한창 장래에 대한 꿈을 키우며 자라야 하는 학생들이 이런 잘못된 되물림에 서서히 물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약자를 감싸고 소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서로 나누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나는 우리 어린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나라'가 아닌 '가슴 따뜻한 나라'에서 자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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