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한 몸, 별개 방향성 정립은 역효과



[투데이코리아=유효준 기자] 2017년 12월 비트코인 열풍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줄곧 강경책을 이어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재작년 12월 "암호화폐는 돌과 같다"며 "아무런 가치없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투기를 자인하는 꼴"이라고 원색적인 발언을 했다.

올해 1월에도 과거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으로 빈축을 샀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그렇게 대응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망했을까(라고) 생각한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투기가 마치 신분상승의 기회가 생기는 것처럼 생각했는데, 그대로 사회를 방치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올해에도 법무부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장관이 올해 1월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우려도 굉장히 커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언제는 제재한다더니... 가상화폐 가격 안정화되니 손놓기?

▲ 비트코인 주화

이렇게 단순히 몇몇 요인들의 발언만으로 비트코인이 떠오른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가상화폐를 “현행법상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업계는 “새로운 산업의 출현인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뜨거운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에 비유하며 실체가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선은 무너졌고 '갑론을박'은 사라졌다.

연일 고공행진하던 비트코인 시세에 전전긍긍하던 정부의 의지도 함께 사라졌다.
정부는 시장이 안정화되자 규제법안은 뒷전으로 미루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행위나 해킹대금으로 가상통화를 주고받는 불법행위의 사정만을 강화했다.
이는 정부의 가상화폐와 관련된 명시적인 첫 규제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를 정부가 규제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탈 중앙화로 보안에 강점을 지닌다는 배타적인 장점을 구비하고 있다.

4차산업의 바람이 범세계적으로 몰아치는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 산업 곳곳에 쓰임새는 늘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답답한 정책과 유보적인 태도로 인해 국내 4차산업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투기를 넘어 4차 산업의 주역으로!


▲ 제4회 월드블록체인서밋 마블스 서울 2019

가상화폐 업계가 투기판으로 비춰진 것은 단순히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


가상화폐 ‘대장’으로 불리는 비트코인 시세는 제작년 1월만 해도 120만원대의 가격선에 머물렀는데 같은 해 12월 3000만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수많은 청년들이 목돈을 몽땅 들이붇는 경우가 허다했고, 가격하락을 탕진하고 자살한 사건이 심심찮게 들려오곤 했다.


그나마 가격이 안정됐다는 2019년 4월 현 시점, 비트코인은 600만원 선을 웃돌고 있다.


한 창 붐이던 재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서비스를 런칭하는 등 호재가 발생하면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소식, 수사기관의 거래소 자금관련 수사착수 등이 발표되면 바닥을 모를 정도로 급속도로 추락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전체 규율을 정하는 건 규제기관의 역할이지, 협회의 몫이 아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이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가길 바라는 눈치”라고 비판했다.


그 사이 가상화폐 시장이 복잡화되고 정부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몸집은 크게 불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단순한 IT기술의 융합으로 해석하는 것은 반만 보는 시각"이라며 "중앙 집중화된 플랫폼의 권력을 분산하는 플랫폼 시대를 열어 공유경제의 길을 열게 된다는 것을 정부는 깨우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블록체인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4차 산업의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부처의 전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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