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미사일’에서 ‘발사체’로 수정 발표...여·야 논평 차이 뚜렷

▲ 북한이 4일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선중앙TV는 이 미사일을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혔다.

투데이코리아=김충호 기자 | 4일 북한이 동해상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보리 위반일 뿐 아니라 9·19 군사 합의 위반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협정뿐 아니라 남북간 9·19 군사 합의를 위반할 만큼 군사도발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선전매체를 통해 과학기술과 자력갱생을 토대로 한 대외 투쟁 의지를 피력했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 후 과학기술 발전 노선을 부각하고 나선 것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군사적 도발을 통해 내부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으나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어 지난 달 2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으나 푸틴도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러시아의 전적인 지지를 원했던 김정은에게는 불만족스러운 결과일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의 대외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정은 입장에서 이런 상황은 앞으로 북한이 궁지에 몰리는 환경에서 내부결속을 다지는 한편, 대외정책에서도 밀리지 않고 새로운 판도를 꾸미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보고받고 크게 화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일 트위터엔 "(북한) 김정은은 나와 (비핵화)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리고 4일 오전 9시 40분쯤 트위터에 "김정은 역시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썼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긴밀히 모니터링하며 주요국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일본도 과거 비난 입장과 달리 큰 영향이 없었다고 표명하는 등 신중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는 북한 도발에 대해 "일본 안보에 직접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북한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해외 주요 기관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2월 이후 북미협상에 대한 불만을 구체화한 행동으로 보고 있으나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번 도발로 북미 협상 구도 자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다만 미국의 대응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CNN이 미국 캘리포니아 몬트레이 소재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로부터 입수한 북한이 지난 4일 발사체를 발사할 때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 (사진출처: CNN 홈페이지 캡쳐)


해외 기관, “美 대응 향방 등 불확실성 높아져”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높아진 것은 확실

중요한 것은 이번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북미 관계도 향후 상황에 따라 긴장상태가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아직까지 주요 분석기관들의 시각이 기존의 낙관적 의견을 나타내고 있으나 향후 북한의 위협수준 제고, 미국의 대응 향방 등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주요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정치권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각각 입장을 밝혔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1년 6개월만의 북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과거 북한 도발 때마다 열렸던 NSC를 이번에는 열지 않았고 한미 정상간 통화도 없었다.

청와대는 이날 NSC 회의 대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었다.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지 6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매우 우려하고 있다, 대화 재개에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한 것이 전부다. 또 국정원도 "미사일이라고 보지 않으며, 내부 결속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4일 논평에서 "이번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 아닌 방사포 또는 전술 로켓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유엔 안보리 위반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하고 "최근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군사 조치가 발생해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발사는 통상의 군사 훈련 수준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신중하게 대응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 소식에 굴종적인 대북 정책의 결과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00킬로 짜리를 쐈다”며 “그걸 가지고 미사일이 아니라고 국방부에서 그런 소릴하고 있어요. 다 거짓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을 두고 미사일이 아니라는 정부의 행태가 국민들에게는 '지록위마(指鹿爲馬)'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대한민국 안보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북한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또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일제히 도발 수위를 낮춰 해석하고 애써 평가절하하는 가운데 북한이 하루만인 5일 미사일 발사를 공식화하자 "정부가 사건을 축소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특히 합참이 미사일을 발사체를 번복한 것을 두고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의 고립과 대북제재는 더 강해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상황에서 비핵화협상의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일부러 수위를 낮췄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초기에는 ‘불상의 미사일’이라고 발표했지만 곧 ‘불상의 발사체’로 수정했다.


하지만 군 발표에 앞서 5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지난) 4일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또 동원된 무기에 대해선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 '전술유도무기'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생산했던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유력해 보인다며 이것이 '전술유도무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사일 발사가 사실이라면 이는 유엔 안보리 정면 위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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