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9일 밤 문재인 대통령의 KBS와의 대담 방송을 놓고 난데 없는 댓글 논란이 빚어졌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대담 프로 진행자인 송현정 KBS 기자의 대담 진행 방식과 태도를 놓고, 문 대통령 지지층은 무례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진행자가 대통령의 발언을 중간에서 끊으려 했으며, 때론 찡그리는 표정을 지어 시청자들을 화나게 했고, 좌파독재와 같은 야당에서 쓰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이 같은 비난에 반대 댓글 또한 줄을 잇는다. 왕조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에게 무릎 꿇고 아뢰어야 하느냐, 밝지 않은 표정은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나오는 긴장과 부담감 때문이 아니었겠느냐, 오히려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힘들어 하는 사항을 더 많이 묻기위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통령의 말을 끊으려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반대 진영의 반박이다.

대담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물을 사안이 많다면 진행자로서는 마땅히 적당한 선에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청와대 설명대로 사전에 질문서도 받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기로 했다면 더욱 진행자의 시간배분 노력이 필요했을 법하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소통과 홍보는 다르다

대통령은 이번 KBS와의 단독대담과 며칠 전 원로와의 대화 등 굵직한 두 차례 ‘소통행사’가 있었다. 소통이란 대저 무언가.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려는 의도가 제일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정책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일은 소통이라기보다 홍보이다.

소통과 홍보는 다르다. 원로와의 대화가 끝난 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대통령은 원로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국정에 참조하기보다는 홍보와 설득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럴 거라면 뭐하려 그 많은 사람들을 불러 귀한 시간을 소비했느냐는 말도 나온다. 다른 정부 고위인사도 자주 관저로 각계 인사를 불러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도 참석자들은 시중의 돌아가는 얘기나, 여론을 듣기보다 환담 수준이었다고 아쉬움을 전하는 인사도 적지 않다.

이번 KBS와의 대담은 사전 시나리오 없이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취임 2주년을 맞아 여러 국정사안에 관해 국민에게 알리고 싶어 한 것 같다. 다수의 기자들과 나누는 회견은 분위기도 어수선할 뿐만 아니라, 깊이 있게 얘기하기가 어려운 문제는 있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대담형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대담은, 더구나 국영방송과의 단독 대담 프로는 애초부터 소통이라기 보다 국정홍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담에서 대통령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발언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고, 최저임금제의 시행착오 인정,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일부 계층의 어려움에 대한 안타까움 토로 등 진솔한 부분도 많았다.

반면 정부가 자주 내세우는 ‘훌륭한 경제지표도 많다’는 지표를 내세워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는 설명을 듣는 상당수 국민들은 답답해 했을 것이다. 야당이나 일부 세력이 정부정책을 무조건 실패로 몰아가는 데 대한 불만도 있겠다. 그러나 그 비판 속에 담긴 뜻은 주의 깊게 살피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홍보 못지 않게 소통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권 몰락의 가장 큰 요인이 소통부재였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참모들의 이론이나 견해, 편의주의적인 통계활용에 갇혀선 안 된다. 그러려면 국민과의 격의 없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거듭 ‘홍보 말고 소통’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대담 과정에서 빚어진 다소의 언짢은 해프닝은 잊길 바란다. 필자가 얼마 전 칼럼에서 소개한 미국 버락 오바마 전대통령의 퇴임 기자회견 내용 일부를 다시 상기해본다. “여러분은 대통령인 나에게 아첨꾼이면 안 된다. 회의론자여야 한다. 나에게 거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사정 봐주고 칭찬해도 안 된다. 언론이 비판적인 시각을 던져야 막강한 권한을 (국민들로부터)부여받은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민주주의는 여러분을 필요로 한다.”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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