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한국 반도체 규제로 지지율 올리고 싶었으나… 사라진 G20 존재감

▲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자료사진)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 일본 정부가 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징용을 한 전범기업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에 ‘뒷끝’이 폭발했다.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들의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 규제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최근 부진을 딛고 회복중인 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에 막강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외신 산케이신문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 경제 보복 조치로 오는 4일부터 반도체 공정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들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산케이신문이 지목산 수출제한 후보는 3개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PR)’와 ‘에칭 가스(불화 수소)’ 등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데 반해 일본의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만큼 규제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첨단재료의 수출과 관련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되는 국가로는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하는 ‘화이트(백색) 국가’ 제도를 운용하는데 이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오늘(1일)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출 규제가 실시되면 수입 때마다 일본 정부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 90일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같은 규제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일본에서 수출하는 해당 품목들에 대해 일일이 일본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일요일인데도 이날 담당 부서를 소집해 진위를 파악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한 기업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짐이 감지됐다”고 했다.

정부는 산케이신문 보도에 대해 사실 확인을 진행하면서 만약 규제가 실제 실행된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소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해자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며 법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한편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동원돼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노역한 ‘여자근로정신대’ 등 피해자들이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2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각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사건들은 지난 1965년 한국과 일본 정부가 국교를 정상화하며 맺은 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승소를 확정했을 당시 대법원 판단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옆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앉아 있다.

해당 재판이 나오자 일본 정부와 사회는 극히 반대하면서 한일 관계가 매우 냉랭해졌다. G20에서 일본은 의장국의 위치지만 한국 정부와의 정상회담도 거절했다.


이러한 행동이 아베 신조 총리의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지율을 다잡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G20 의장국으로써 리더십을 부각시켜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외교의 아베’를 어필한다는 구상이 뚜렷해 보였으나 의장국으로써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설파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장국으로써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나 생략해 버렸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회원국은 미국의 제일주의를 우려해 해당 내용을 포함하고 싶었으나 그 기대를 져버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리 기후 협정을 탈퇴한 미국을 배려해 지구 온난화나 탈 탄소 같은 표현도 초안에 삭제돼 일부에서는 의장국이 일본이 아니고 미국이 아니냐는 비아냥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눈치를 너무 봤다는 자국내 보도도 잇따랐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 요미우리는 지난 28일 “아베 총리가 트럼프에게 너무 눈치를 봤고, 트럼프가 G20을 농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표현까지 나왔다.

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끈 건 ‘무역전쟁’을 둘러싼 미·중 정상회담이었던데다 아베 총리는 미국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막 다음날인 30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서 이목을 독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오늘(1일) 반도체 소재 관련 규제를 발표할 예정이며, 정부는 이와 함께 관련 업종 관계자와 협력하고 정부는 실제 수출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WTO 제소 등 대응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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