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타다 운송서비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 정부가 앞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운송사업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는 사업 규모에 따라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 형태로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이 돈을 이용해 매년 일정 규모의 택시면허를 사들이고 플랫폼 사업자에 배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가장 관심을 끌었던 ‘타다’는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렌터카를 활용한 운송사업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다가 제도권에 들어와 합법 영업을 하려면 차량 구입비, 면허 매입비 등 최소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를 두고 사실상 택시업계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빌리티 업계는 표면적으로 운송사업이 합법화된 것 같지만 결국 사업 진입·확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제도화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혁신이라는 3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김영욱 제2차관은 “이번 방안은 플랫폼 업계와 기존 택시업계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7일 사회적 대타협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플랫폼 택시의 제도화다. △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 중개사업 등 세 가지 유형으로 플랫폼 택시를 나눠 제도권 밖에서 제도권 안으로 편입한다는 내용이다.

가장 관심이 높았던 운송사업 유형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안전 △보험 △개인정보관리 등 일정한 요건 하에서 플랫폼 운송사업을 허가한다. 정부가 고령 택시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감차사업(연 900대)에서 운행 가능 대수를 정해 플랫폼 운송사업을 허가한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운영 대수나 운행 횟수 등에 따라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납부한다.

▲ 지난 2월 21일 오전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박재욱 VCNC 대표가 '타다 프리미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 사업자가 제도권 내에서 운송사업을 하도록 길을 열어줬지만 타다 모델은 해당되지 않는다. 렌터카가 아닌 직접 구매한 차량으로만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과 기사를 함께 호출하는 서비스인 타다의 경우 이번 방안에 따르면 불법인 셈이다. 플랫폼 택시 기사 역시 택시기사 자격증 보유자로 제한했다.

즉 타다가 새로운 제도권 안에 들어오려면 현재 운행 중인 렌터카를 모두 사들이고 기사도 택시면허를 보유한 사람만 채용해야 한다. 여기에 따로 택시면허도 매입해야 한다.

당초 국토부는 렌터카를 활용한 운송사업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이번 방안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거부감이 강하고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판단해 발표 전날 렌터카를 제외했다.

타다는 현재 약 1000여대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만약 타다가 합법화를 위해 차량 소유 방식을 바꾸려면 최소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또 택시기사 자격증을 보유한 기사로 교체해야 하는데 상당한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는 개인택시 면허를 현재 시세에 매입해 플랫폼 사업자에 분배하는 방식을 구상 중인데 지난 2월 기준 서울 개인택시 프리미엄은 7500~8000만원 수준이다. 타다가 면허를 매입하는데 필요한 기여금은 일시납 기준 750~800억원, 분납 기준 월 4억원에 달한다. 타다는 현재 적자 상태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현행 체계가 유지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타다의 영업 방식은 불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타다와 갈등을 빚고 있는 택시업계의 반대가 끝까지 이어질 경우 타다는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한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이번 방안이 발표되자 입장문을 내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면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제도와 기존 이해관계 중심의 한계가 있는 것을 보인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기존 택시 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기존 택시 사업과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을 포함해 국민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소속 모빌리티 스타트업들도 이번 방안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코스포 역시 입장문을 내고 “이번 방안으로 혁신과 상생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특히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전제로한 ‘플랫폼 운송사업’의 제약조건은 혁신의 걸림돌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발표 내용은 스타트업 업계와 그동안 협의해온 것과는 동떨어진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혁신도 상생도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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