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관계' 최악으로...美 중재? 이뤄질지 미지수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 |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 제한을 두고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 전반적으로 반일 감정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경제체제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번 일로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 전자, 반도체, 조선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 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 왔으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정부에 ‘극일(克日)’정신을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응과 맞물려 민간에서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일본산 제품들을 하나둘씩 지목하며 일제 제품 안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고 대체용품을 찾아서 쓰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제품의 대체품을 알려주는 ‘노노재팬’이라는 사이트는 대량접속으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도 일어났으며 대표적인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대체품으로 지목된 국내 패션 브랜드 TOPTEN은 대중들의 주목 속에 관련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노노재팬’의 개설자인 김병규 씨는 사이트를 만든 이유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피해자분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기 위해서”라며 일본 불매운동을 계속 전개하겠다고 밝혔고,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의 일본 규탄대회를 벌이기로 했다.

▲ 노노재팬 사이트

불매운동에 불지른 일본

이런 와중에 일본은 불매운동에 불을 지른 모양새다. 대표적인 일본의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본사 직원의 발언이 문제가 되어 불매운동의 주요 타겟으로 지목됐다.

유니클로 본사의 오카자키 타케시 CFO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불매 움직임이 판매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영향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계속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한국인들을 자극했다.

이 같은 발언이 SNS를 비롯해 주요 뉴스와 신문에 보도되면서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은 심화되었고 결국 한국 유니클로측은 “부족한 표현으로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문은 오히려 더 역효과만 발생시켰다. 시민들은 "일본 본사직원이 망언을 한 것에 본사가 스스로 사과문도 게재하지 않았는데 왜 한국 지사가 사과를 해야하냐?"며 유니클로 본사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실제로 일본 본사는 이번 일과 관련해 자사의 홈페이지에 단 한줄의 사과문도 올리지 않아 대중들의 반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유니클로에 대한 반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3일 경기도의 유니클로 매장에선 누군가가 립스틱으로 흰색 양말 진열대에 빨간줄을 그었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의 택배 배송을 거부한다”며 유니클로 배송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고 소상공인들이 일본제품 판매를 거부하고 전국의 노점상들이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며 ”우리 택배노동자도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 행위를 규탄하며 '유니클로 배송 거부' 등 범국민적 반일 물결에 동참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택배노조에 앞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도 지난 15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펼쳐 "일본 상품을 국내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 민주노총 소속 마트산업노조는 "일본 제품의 유통을 거부하고 소비자가 일본 제품을 물으면 이에 대해 안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마트산업노조는 국내 대형마트 3사에 일본제품 판매를 중단할 것도 요구하며 일본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부 소비자들 역시 자발적으로 편의점 음료코너에 일본 맥주와 음료가 어떤 것인지 리스트를 만들어 부착하는 운동을 펼쳐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 해 줄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 민주노총 소속 택배연대는 유니클로의 배송을 중단키로 했다.

일본 관광업계 큰 타격

이번 불매운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일본의 관광업계, 그 중 지방도시들이다. 특히 한국과 가까운 지역인 일본 규슈지역의 도시들은 이번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JTBC는 23일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매년 여름휴가철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는 마을들이 한산한 모습을 보여주며 지방 도시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관광객 10명 중 6명 이상이 한국인이었다는 일본 혼슈지방의 돗토리현은 이번 사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도시의 상인들과 택시기사들, 시민들은 하나같이 올해 한국인들의 숫자가 대폭 줄었다며 기자들에게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이 사실인지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여행 업계 역시 이번 사태에 일본으로의 여행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며 올 여름 일본 관광객들의 숫자가 반토막이 났다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의 일본여행카페인 ‘네일동’의 운영자는 일본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카페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여행가들은 일본으로의 경유 비행기 조차도 거부하자며 경유지를 가까운 중국 베이징이나 홍콩, 대만 등으로 돌리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일본 여행을 취소한 대신에 제주도와 강원도를 비롯한 전통적인 국내의 대표 여행지들을 주로 선택하거나 가까운 대만과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휴가를 선택하며 지인들에게 휴가지를 변경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의 관계자 역시 “일본행 신규 여행객 숫자는 당초 하루평균 1100여명 수준이었으나 사태이후 600명 정도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모두투어 역시 "일본으로의 여행객 숫자가 1000명에서 500명 정도로 줄었다"며 반토막이 났다고 전했다.

▲ 전국중소상인연합회 회원들이 일본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대응과 전망

이 같은 움직임에 일본 역시 한국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나타내고 있다.

일본 후지TV의 히라이 후미오 논설위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맞고 영상이 삭제되는 해프닝이 일어났고, 일본 자민당 소속의원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맞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을 하자”는 발언이 나왔다.

스기다 미오 자민당 중의원은 “중국이나 한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일본을 능가하는 기술은 가질 수 없다”며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산업도 그렇다. 기술력으론 불가능하니까 프로파간다라는 수법을 써서 일본을 위협하는 동시에 일본 제품 불매를 종용하는 손쉬운 방법을 쓰는 것”이라며 한국에서의 불매운동을 폄하하기까지 했다.

최근 열린 참의원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소속된 일본 자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는 변함없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승리가 확정되자 “한국이 이번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없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여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풀릴 기미가 없어 보인다.

일본 아베 정권이 한국 때리기로 노리는 것은 지난 2017년 사드 설치 문제로 중국에서 불어닥쳤던 반한감정의 사례를 계기로 ‘일본 내 반한감정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실제로 중국과 사드 갈등을 겪었을 당시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기업들은 중국인들의 한국제품 불매운동을 맞닥뜨렸다. 미국 측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의 중국 법인 매출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가장 큰 손해를 본 롯데는 결국 텐진에 설립한 롯데백화점을 철수했고 이어 롯데마트, 롯데제과 음료공장의 매각 역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4일 극우성향의 일본 산케이 신문은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51.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수치가 나오자 산케이는 “아베 총리가 소속된 연립여당내각의 지지율이 상승세에 있다”며 선거전략의 하나로 한국에 대한 규제로 지지율 상승을 본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베 내각은 한국 때리기 효과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는 곧 한국에 대한 압박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악화일로로 가고 있는 한일간 수출규제와 불매운동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태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WTO 제소를 비롯해, 미국과의 외교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뒤 미국으로 가서 백악관의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만나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가 부당함을 설득하고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한국 사이에 관여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다. 그러나 나는 두 정상을 모두 좋아한다. 문 대통령을 좋아하고 아베 신조 총리 역시 매우 특별한 사람이다"며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향후 미국이 한일간의 문제를 놓고 중재에 나설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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